서울중앙지법,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벌금 100만원 선고…길의료재단에 벌금 400만원 부과

연구중심병원 지정을 위해 보건복지부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이근 전 길병원장이 1심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함께 기소된 길의료재단은 벌금형에 처해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3일 뇌물공여·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근 전 길병원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도 명령했다.

또 이 전 병원장과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길의료재단은 벌금 400만원 형을 선고받았다.

이 전 병원장은 2012년 당시 연구중심병원을 선정하는 주무과장으로 근무하던 H씨에게 길병원에 해당 사업 진행상황과 지정대상 병원 수 등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청탁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H씨에게 2013년 3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가천대길병원의 법인카드 8개를 제공했고, H씨는 골프장과 유흥주점, 마사지업소, 국내외 호텔, 백화점 명품관 등에서 3억5,000여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병원장은 또 응급의료 개선방안 등 병원 관련 도움을 받기 위해 업무추진비 2,990만원을 병원 관계자 명의로 인천지역 출신 국회의원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에게 기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이 전 병원장은 뇌물 공여에 대한 혐의를 인정했지만, 길의료재단은 ‘병원장 업무추진비 및 과지급금 관련 처분 권한은 이 전 병원장에 있어서 재단은 어떠한 의사결정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전 병원장과 길의료재단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법원은 “병원장 업무추진비와 과지급금의 출처는 모두 길의료재단이고, 이 전 병원장이 병원 회계를 담당한 건 재단의 위임을 받아서 수행한 것”이라며 “과지급금 및 업무추진비는 이 전 병원장이 아닌, 길병원 비서실로 수령됐고, 비서실은 병원장실, 이사장실과 같은 층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점을 종합해보면 병원장 업무추진비 및 과지급금은 모두 길의료재단에 의해서 구성이 됐고, 재단의 의사에 따라 사용할 수 있거나 처분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 전 병원장이 해당 자금으로 국회의원 후원에 후원금을 기부한 행위는 길의료재단 관련 자금으로 정치자금 기부행위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H씨에 대한 뇌물공여에 대해선 “이 전 병원장은 길병원장으로 재직하던 시기, 연구중심병원 지정을 받기 위해 복지부 공무원에 골프비용과 법인카드를 공여해 4년간 3억5,000만원에 이르는 재산상 이익을 공여했다”며 “공무원과 길병원 사이 관계와 공여 시기, 액수에 비춰보면 죄질이 무겁고, 뇌물공여를 받은 공무원은 뇌물 수수 혐의로 중

한 실형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법원은 “이 전 병원장이 구체적, 명시적 청탁 없이 공무원의 요청에 의해 수동적으로 공여를 한 것으로 보이고, 뇌물을 공여해 연구병원 지정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 자료가 없다”며 “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관련 후원 액수가 아주 크지 않고 뇌물공여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동종범죄 전력이 없는 점, 오랜 기간 우리나라 응급의료계 발전에 헌신했다는 점을 고려해 이같이 양형을 정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길병원으로부터 수억원대 뇌물과 향응을 받은 H씨는 지난 8월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H씨에게 징역 8년에 벌금 4억원, 추징금 3억5,000여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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