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대표 "엔젠시스 3-1상 기술적 오류·미숙함 등 모든 가능성 조사 중"

헬릭스미스가 유전자 치료제 '엔젠시스(개발명 VM202-DPN)'의 글로벌 3-1상 임상시험 데이터 오류에 대한 원인을 내달 중순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헬릭스미스는 약물 혼용을 유력한 원인으로 삼았지만, 지금은 기술적 오류 등 다른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헬릭스미스는 12일 오전 서울 마곡 본사에서 기업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선영 대표는 "현재 저장된 모든 서류에 대한 추적 분석은 마쳤다"며 "남은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내달 15일까지 완료하고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헬릭스미스 김선영 대표

헬릭스미스는 지난 9월 통증성 당뇨병성 신경병증(PDPN) 치료제로 진행한 엔젠시스 글로벌 3-1상이 약동학(PK) 데이터에서 결함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일부 위약군 환자의 혈액 샘플에서 VM202가 검출됐고, 일부 VM202군의 환자에서는 VM202 DNA의 양이 기대보다 매우 낮게 나왔다는 것이다.

발표 당시 헬릭스미스 김선영 대표는 투약군과 위약군 간 약물이 혼용됐을 가능성을 가장 높게 점쳤다.

지난 9월 24일 긴급 설명회에서 김 대표는 "일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병원에서 약물이 혼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며 "조사 후 책임이 있는 기관을 상대로 소송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기술적 분석 과정에서 미숙함, 실수 등 혼용이 아닌 다른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김 대표는 PK 데이터 결함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을 실제 약물이 혼용됐을 경우와 혼용이 아닌 경우로 나누어 제시했다.

약물이 실제 혼용될 수 있는 경우는 ▲엔젠시스 최종 제품을 만드는 DP(Drug Product) 업체에서 라벨링 바뀜 ▲환자에게 라벨링하는 Drug Depot에서 라벨이 바뀌어 임상기관에 전달됨 ▲임상기관에서 바뀜 등 세 가지다. 이 중 DP와 Drug Depot에서 라벨링이 바뀌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회사는 보고 있다.

김 대표는 "DP 업체에서 라벨링이 바뀐 것은 아닌 것으로 판정 났으며, 두 번째 경우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며 "다만 임상기관에서 바뀌었을 가능성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헬릭스미스는 임상 기관에서 약물 바이알을 회수해 VM202 약병에 제대로 약물이 들어있었는지, 위약병에 약물이 있진 않았는지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실제 혼용되지 않고도 PK 데이터 결함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으로는 ▲분석기관의 기술적 실수 ▲분석기관에서 혈액 샘플 혹은 DNA 샘플 간 바뀜 ▲임상기관에서 혈액 샘플 간 바뀜 ▲임상과 분석기관에서 DNA의 환경적 오염을 꼽았다.

첫 번째 가능성에 대해 김 대표는 "분석기관이 미국에서 가장 좋은 곳 중 하나이지만, 우리가 쓰는 PCR기술은 분자를 10^13까지 증폭하는 특성이 있다"며 "분자 하나라도 오염이 되는 것에 민감한 기술이기 때문에 분석기관에서 기술적 에러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병원에서 받은 혈액샘플을 영하 70도에서 몇백 개를 보관하는데 그 과정에서 라벨링이 떨어졌을 가능성이나 임상 기관에서 혈액 샘플이 바뀌었을 가능성, 혹은 임상기관 및 분석기관에서 환경에 따라 DNA가 오염됐을 가능성 등 기술적 오류나 미숙함, 실수 등이 있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확한 원인을 추적하기 위해 헬릭스미스는 임상 사이트에서 혈액 샘플 및 잔여 DNA를 수거해 추가 약동학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분석 기관에 추가 분석을 위한 IRB를 제출했으며 조만간 승인이 날 것으로 보인다"며 "제시한 가능성들을 (실험을 통해) 하나하나 제거해가는 과정으로 거의 막바지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한편, 헬릭스미스는 자체 조사 결과를 포함한 최종 3-1상 보고서를 내년 2월께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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