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수련 제외되는 30일’ 활용하는 병원도…박지현 회장 “임의적인 해석으로 피해”

전공의법 시행 이후 전공의들의 평균 근무시간은 줄고 휴식 시간은 늘었다고는 하지만 연차 휴가를 절반도 못 쓰는 상황이 여전히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차휴가를 쓸 수 있는 달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휴가를 내기 어렵게 하는 수련병원이 있는가 하면 추가 수련 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근무시간을 연장하는 곳도 있다는 것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6일 “전공의법이 시행되고 근로기준법이 강화됐는데도 여전히 연차휴가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는 전공의들이 많다”며 전수 조사를 실시해 법적, 행정적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대전협은 빅5병원 중 한 곳인 S대학병원 일부 과에서 전공의가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연차휴가를 법에서 정한 일수의 절반도 안된다는 제보가 접수됐다고 했다. 이 수련병원은 ‘2019 전국 전공의 병원평가’에서도 94개 수련병원 중 전공의 휴가 일수가 가장 적은 곳으로 꼽히기도 했다.

S대학병원 소속 전공의는 “병원에서 짠 수련배치표에 따르면 인턴은 1년 중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달이 한 달밖에 없다. 사실상 11개 중에 5일만 쓸 수 있는 셈”이라며 “이는 인턴들에게 동의 받지 않고 병원이 임의로 정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병원 내 어떤 과는 1년에 연차휴가를 3일씩 2회만 가도록 종용한다. 나머지 연차휴가는 쓸 수도 없다”면서 “휴가를 갔을 때 백업해줄 인력을 구해야 하는데 대신할 사람이 없다. 결국 휴가를 갈 수는 있지만 갈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전문의 시험 준비를 위해 모아 놓은 연차휴가를 쓰려는 4년차 전공의들에게 자의적으로 해석한 추가 수련 기준을 적용해 일주일 정도 근무를 더 하도록 하는 병원도 있다고 한다.

수련규칙에 따라 휴가나 휴직 등으로 1년에 1개월 이상 수련을 받지 못한 전공의는 30일을 제외한 기간만큼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한다.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추가 수련에서 제외되는 30일을 평일과 휴일 구분 없이 수련기관에서 행정적으로 처리된 일수를 기준으로 계상한다고 해석한다.

하지만 서울 소재 K대학병원 교육수련부는 원내 수련규칙을 근거로 추가 수련에서 제외되는 30일에 토요일 근무를 포함시켜 주 6일로 산정한다.

대전협은 K대학병원 측에 토요일 근무를 주말 당직으로 처리하면서 연차 휴가만 토요일을 평일 근무로 치는 것에 대해 해명을 요청했지만 논의를 해야 한다며 답변을 미뤘다고 했다.

연차휴가를 쓰는 대신 미사용수당을 받도록 종용하는 수련병원들이 많아 대전협은 지난해 전국 수련병원에 근로기준법을 준수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대전협은 전국 수련병원의 수련규칙과 수련계약서를 검토해 전공의가 아무것도 모른 채로 계약서에 서명하고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대전협 박지현 회장은 “전공의가 국민신문고나 수련환경평가위에 민원을 보내고 싶어도 개인의 신분이 노출되거나 병원 내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이 두려워 참거나 대전협을 통해 문의하는 선에서 그친다”며 “아마 이런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만약 수련병원이 연차휴가를 쓰지 못하게 하거나, 30일에 대한 임의적 해석으로 전공의가 피해를 보는 경우를 전수조사할 계획”이라며 “고용노동청에 해당 병원장을 상대로 진정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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