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권 대학병원 영향력 확대…일산차병원 이어 용인세브란스·의정부을지 줄지어 개원 예정
병원장들 "간호사 이직으로 수술실 닫을 지경…천정부지 치솟는 인건비 문제 악순환" 토로

최근 경기도 내 대형병원들의 잇따른 개원과 병상확대 소식에 인근 중소병원들이 초긴장 상태에 놓여있다.

환자유출로 인한 수익감소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규모 인력이동까지 예상되자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병원들이 이로 인한 악순환이 되풀이될까 노심초사 하고 있는 것.

수도권 서북부지역에서는 지난 2월 이대서울병원이 문을 연 이후 4월 은평성모병원이 개원했다. 특히 차병원은 분당과 강남에 이어 일산 마두역 인근에 터를 잡고 이달 말부터 진료에 나선다.

남부지역에는 용인세브란스병원이 2020년 2월, 북부지역에는 2021년 3월 의정부을지병원이 개원을 앞두고 있어 대학병원들이 경기도 외곽으로 영향력을 점차 확대하며 포진하는 모양을 그리고 있다.

더욱이 올해 상반기 개원을 마친 대형병원들은 무서운 속도로 병상을 확대하며 규모를 키우고 있다.

먼저 은평성모병원은 개원 5개월 만인 지난 9월 병상가동을 전 병상으로 확대, 현재 808병상 으로 운영되고 있다. 1일 외래환자가 3,000명을 돌파하는 등 지역 거점병원으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은평성모병원에 조금 앞서 330병상으로 개원했던 이대서울병원 또한 초기 계획보다 빠른 속도로 환자를 흡수하면서 2020년 하반기 예정됐던 병상확대 계획을 내년 4월로 앞당길 예정이다.

대학병원 개원 여파가 간호 인력난으로 번져

하지만 대학병원들이 병상을 확대하자 주변 병원들에서는 간호인력 유출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의 한 종합병원은 최근 수술실 간호사 3명이 동시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대학병원들이 몸집을 불리며 간호 인력을 흡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으로 간호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당근책으로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당근책이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게 병원장의 하소연이다.

더욱이 의료인력 유출 문제가 반복되면서 천정부지로 치솟는 간호사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일부 수술실을 닫았다는 중소병원들도 나오고 있다.

A종합병원 원장은 “주변에 대형병원이 하나 들어서면 간호사 수십 명이 대거 이직을 한다”며 “그들을 잡으려면 연봉을 대폭 올려줘야 하는데 작은 병원들로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형병원으로 가면 돈도 더 받고 일도 덜 고될 수 있는데 누가 (중소병원에) 남겠냐”고 하소연 했다. 이 병원은 최근 수술실 간호사들이 이직했지만 후임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현재 수술실 2개를 닫아놓은 상태다.

용인 지역에서 종합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B원장도 “내년 2월 말이면 용인세브란스병원이 개원하는데 경기 남부권 중소병원 원장들은 간호사들의 대량 이직사태가 언제 시작될지 벌써부터 가슴을 졸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직하는 간호사들을 3년차 이상 경력직 간호사들이다. 작은 병원들은 경력 간호사들이 이탈하면 신규 간호사들로 버티거나 우리보다 작은 병원에서 또 빼올 수밖에 없다”며 “천정부지로 솟는 간호사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병원을 포기해야 하나 생각이 든다”고 했다.

C종합병원 원장도 “은평성모병원을 시작으로 이대서울병원, 일산차병원 등 서부권 병원들이 대거 개원하면서 이미 간호사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이번으로 끝나면 좋겠지만 의정부을지병원이 개원하면 또 되풀이 되지 않겠나"며 "문제는 나가는 사람을 잡기 위해 당근책으로 인센티브를 제시하지만 그들만 올려줄 수 없다는 데 있다. 남아있던 간호사들은 물론 다른 직종까지도 들썩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산 지역 병원들, 채용설명회로 인력난 타개 나서

중소병원들 뿐만 아니라 간호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경기권역 대형병원들도 개원 소식에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채용설명회를 열어 인력 확보를 위한 기회 만들기에 적극 나선 곳도 있다.

이달 말부터 진료를 시작하는 일산차병원이 지난 10월 채용설명회를 갖고 본격적인 인력채용에 나서자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도 한 달 후인 11월 29일 채용설명회를 열고 인력 확보에 소매를 걷어 올렸다.

공단 일산병원은 400병상 규모인 일산차병원보다 2배 가량 규모가 크지만 걸어서 30분 정도 떨어진 2km 인근 거리에 일산차병원이 개원을 앞두자 간호 인력 유출을 크게 우려하는 모습이다.

공단 일산병원 관계자는 “차병원이 일산에서 개원한다. 수년 째 간호 인력 유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인근에 대형병원이 하나더 생기니 간호 인력 유출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10월 일산차병원에서 먼저 채용설명회를 열었고 지자체 지원으로 개최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일산병원도 채용설명회를 열게 됐다”며 “일산차병원 외에도 의정부을지병원 등이 개원을 앞두고 있어 간호 인력이 대거 이동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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