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네이멍구 보건 당국은 최근 55세의 남성이 흑사병(페스트)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베이징에서도 2명의 환자가 흑사병 확진 판정을 받았다. 흑사병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를 비롯해 그와 접촉한 28명이 현재 보건당국에 격리돼 치료와 관리를 받고 있다. 이보다 앞서 네이멍구와 인접한 몽골에서도 지난 5월 흑사병 확진 환자가 나왔다.

‘21세기에 웬 페스트?’라며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다. 왜냐하면 대중들에게 페스트는 역사책과 소설, 영화, 그림을 통해 익숙한 질병으로 그 참혹함을 알고 있지만, 지금은 사라졌거나 아주 드물게 발생하는 역병 정도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르네상스시대 이탈리아의 작가 보카치오가 쓴 <데카메론>의 배경은 중세 유럽의 흑사병이었고, 영화 <노스트라다무스>에는 페스트가 창궐하는 중세 유럽의 암울한 모습을 보여준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 발표된 프랑스 작가 까뮈의 소설은 <페스트>다.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지거나 간과되고 있었던 흑사병이 최근 중국발로 불거지면서 ‘다시 보자 흑사병’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흑사병은 중세 유럽에선 인류의 대재앙이었고 공포였다. 14세기 유럽에서 발생한 흑사병으로 당시 인구의 3분의 1인 약 2,500만명이 희생됐다. 최초의 흑사병 확산 이후 1700년대까지 100여 차례 전 유럽을 휩쓸어 최대 2억명이 흑사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흑사병이 크게 유행한 당시에는 이 질병의 원인을 전혀 모르다가 파스퇴르가 19세기 말 페스트균의 발병 원인과 치료법을 발견하고야 흑사병은 한 시대의 막을 내리게 됐다.

흑사병은 원래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전파됐다고 한다. 14세기 중반 몽골 군대의 유럽 원정으로 흑사병이 전파된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흑사병은 아직 ‘과거 완료형’의 질병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0년에서 2015년 사이 세계적으로 흑사병 감염사례는 3,248건이 보고됐다. 이중 584명이 사망했다. 매년 전세계에서 2,000여명이 흑사병에 걸리고 있다.

2013년 12월 초 아프리카의 섬 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 흑사병이 발병해 20명이 사망했다. 미국에서도 2000년 이후에도 여러 차례 흑사병 발병 사례가 있었고, 12명이 사망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2015년에는 흑사병으로 캘리포니아에 있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이 폐쇄됐다.

림프절형 흑사병은 임파선이 붓고 고열과 통증이 생긴다. 전파가 안 되고 항생제로 치료된다. 감기 증상과 비슷하다. 패혈증형 흑사병(septicemic plague)은 혈관이 응고돼 피부 괴사되고 쇼크를 동반한다. 폐렴형 흑사병이 가장 심각한데 고열과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며 치사율이 50~60%로 제일 높다. 사망할 때 온몸에 든 시퍼런 멍 때문에 검게 보인다고 흑사병(black death)이라 불렸다.

특히 전염 방식이 문제다. 림프절형 흑사병은 주로 쥐 등 설치류의 피를 빨아먹은 벼룩이 사람을 물면서 전염된다. 그러나 폐렴형 흑사병의 경우 감염자의 재채기나 기침 등을 통해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공기중으로 전파가 가능하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건강정보 유튜브 <나는 의사다-21세기에 ‘흑사병이 웬 말? 한국에도 들어올 가능성 있을까?> 편에 출연, “흑사병은 중국과 미국 일부 지역에서도 매년 발생하고 있고, 한국에 들어온다고 해도 전파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문제는 조기치료를 받지 않으면 사망률이 올라가는 병이기 때문에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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