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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물러설 수 없다"…발사르탄 사태 집단소송 나선 제약사들구상금 청구 36개 제약사, 정부에 집단 소송…"일방적 책임 부당" 반발
업계 "발사르탄 유사 사태 대비…예상 못한 불순물 책임 모두 기업이 지는 것 부당"
  • 정새임 기자
  • 승인 2019.12.04 06:00
  • 최종 수정 2019.12.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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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르탄 사태'로 정부로부터 수십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금을 청구받은 제약사들이 이례적인 집단 소송에 나섰다. 정부와 업계 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향후 재판에서 의견이 팽팽히 맞설 전망이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제약사 36곳은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청구하는 소장을 제출했다.

이번 소송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다수 제약사에 20억원 상당의 건강보험 손실금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고혈압약 원료인 '발사르탄'에서 발암 가능 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된 것과 관련해 공단은 제약사 69곳에 총 20억3,000만원 규모의 구상금을 청구했다. NDMA가 검출된 발사르탄 성분 의약품이 판매중지되면서 문제 제품을 처방받은 환자에 대해 교환 조치가 이뤄졌고, 이에 따라 공단이 부담하지 않아도 될 부담금(진찰료 및 조제료)을 추가 지출했다는 이유에서다.

공단으로부터 구상권 청구를 받은 69개 제약사 중 36개사는 구상금을 납부하는 대신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다수 제약사가 선제적으로 정부가 청구한 구상권에 대해 반기를 든 것은 매우 흔치 않은 일이다. 그만큼 제약 업계가 현 상황을 중대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우선 업계는 발사르탄 사태와 같이 기술의 발달로 새롭게 발견되는 불순물에 대한 책임이 온전히 기업에게 전가되는 것에 억울함을 제기하고 있다.

A 제약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부 규정에 맞춰 적법하게 의약품을 제조해왔고, NDMA 불순물에 대한 규정은 존재하지도 않았다"며 "그간 제약사들이 모여 여러 차례 회의하고 법률 자문도 받아본 결과, 이번 사태는 제조물책임법에서 명시하는 예외 규정에 해당하므로 정부의 구상금 청구는 부당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업계는 구상금 규모와 관계없이 이번 소송에서 섣불리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소송 결과가 향후 유사 사례에서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사용해온 원료의약품에서 갑자기 NDMA가 발견되기 시작한 건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부터다. 올해 역시 오랜 기간 처방이 이뤄졌던 라니티딘, 니자티딘 성분에서도 NDMA가 검출되는 등 '제2의 발사르탄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문제없던 합성 원료의약품에서도 돌연 불순물이 발견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해진 것. 제약사들의 소송 결정은 앞으로 유사 사례가 발생할 때마다 매번 기업이 모든 책임을 지는 사태를 되풀이할 수 없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B 제약사 관계자는 "사실 단일 사례로 끝날 수 있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구상금을 부담하는 것이 낫지 굳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울 이유는 없다"면서 "그런데 책임을 누가 얼마나 지느냐에 대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올해만 해도 라니티딘·니자티딘 등 예상치 못한 두 건의 추가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소송은 앞으로의 사태를 대비한 것으로, 단순히 금액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또 정부가 업계의 의견 청취 없이 일방적으로 구상금을 청구했으므로 소송을 통해 명확한 책임소재 기준을 정하는 것이 낫겠다는 의견도 다수 제기된 것으로 파악된다.

공단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단은 "불순물이 함유된 고혈압약으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는 기존의 구상금 청구 이유를 되풀이하면서 "재판 결과에 따르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향후 재판에서는 제조물책임법 해석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 모두 해당 법의 규정을 주 근거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공단은 이번 사태가 제조물책임법에서 정의하는 '제조물이 원래 의도한 설계와 다르게 제조됨으로써 안전하게 되지 못한 경우'인 '제조상의 결함'에 해당하므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제조업자가 제조물에 대해 제조상 주의의무를 이행했는지 여부는 관계없다.

반면, 업계는 같은 법의 '면책사유' 조항을 강조했다. 이번 사태가 '제조업자가 해당 제조물을 공급한 당시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결함의 존재를 발견할 수 없었고', '제조물의 결함이 제조업자가 해당 제조물을 공급한 당시의 법령에서 정하는 기준을 준수함으로써 발생한 경우'에 해당해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소송은 결과를 예측할 만한 선례가 없어 앞으로 벌어질 재판의 향방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새임 기자  same@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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