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트로닉 알렌 비거스키 CMO, "연속혈당측정기, 체계적 혈당 관리 넘어 사회적 비용 절감 입증"

당뇨병 치료 영역에 십수년 사이 수많은 기전의 치료제들이 개발됐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유병율은 지속 증가 추세이며, 목표혈당 조절 환자의 비율은 여전히 개선되고 있지 않다.

올 초 미국당뇨병학회(The American Diabetes Association, ADA)는 당뇨병 표준치료 가이드라인(Standards in Medical Care in Diabetes)을 개정 발표해 당뇨병 관리 효율을 높이기 위해 연속혈당측정기(Continuous glucose monitoring, CGM), 인슐린 펌프 등 의료기기를 접목한 '당뇨병 기술(diabetes technology)' 섹션을 따로 분리하며 그 유용성을 인정했다.

특히 메드트로닉은 최근 '당화혈색소'가 전반적인 혈당 관리에서 이미 훌륭한 지표이긴 하지만 고혈당과 저혈당 패턴의 세부적인 파악이 어렵다는 점을 착안,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목표 혈당 범위 내 시간 비율(Time In Range, TIR)'이라는 당뇨병 관리의 새로운 지표를 제시하며 연속혈당측정기의 혜택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메드트로닉 당뇨사업부 최고의료책임자(CMO) 로버트 알렌 비거스키(Robert Alan Vigersky) 박사를 만나 당뇨병 관리 패러다임의 변화와 연속혈당측정기를 통한 당뇨병 관리의 개선 방향 등을 살펴봤다.

알렌 비거스키 박사는 현재 미국 국립 군의관 의과대학의 교수이기도 하며, 과거에는 미국내분비학회 이사장직을 역임한 바 있다. 알렌 비거스키 교수는 지난달 20~21일 국내 당뇨병 전문의를 대상으로 진행된 한독의 '코어타임(CORE TIME) 심포지엄'에서 연자로 초정돼 방한했다.

메드트로닉 당뇨사업부 최고의료책임자(CMO) 로버트 알렌 비거스키(Robert Alan Vigersky) 교수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어떤 주제에 대해 발표했나.

당뇨병 환자의 혈당 모니터링과 연속혈당측정을 주제로 한국의 의료진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몇 년 사이 당뇨병 관련 기술은 상당히 눈부신 발전을 해왔다. 한국의 당뇨병 환자들이 이 기술을 통해 좀 더 나은 치료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의료진이 충분히 기술에 대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이번 방한이 당뇨병 기술의 이해도와 활용도를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최근 미국당뇨병학회가 당뇨병 표준치료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며 '당뇨병 기술'에 대한 섹션을 따로 신설해 주목받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며, 이로 인해 당뇨병 관리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달라질 것이라 예상하는지.

미국당뇨병학회의 당뇨병 표준치료 가이드라인에 '기술(technology)' 섹션이 들어간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 변화는 상당히 중요한 이정표라고 볼 수 있다. 이전 가이드라인들에서는 '기술' 부분에 주목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의 당뇨병기술협회(Diabetes Technology Society, DTS)나 유럽의 당뇨병최신기술학회(Advanced Technologies & Treatments for Diabetes, ATTD) 등과 같은 별도의 조직이 이 부분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가이드라인에 '기술' 부분이 반영이 되면서 관련 학회에서도 활발하게 강연이나 논의 등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기술' 부분을 충분히 차용하지 않은 기존의 당뇨병 치료와 관리법으로 지난 수년 사이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여러 계열에서 다양한 치료제들이 나왔지만, 치료 지표로 삼고 있는 '당화혈색소' 측면에서 목표혈당을 제대로 조절하고 있는 환자의 비율에는 큰 개선이 없었다. 때문에 치료제 외에 연속혈당측정기 등 추가적인 요소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연속혈당측정기를 통해 꾸준히 혈당을 관리하게 되면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춰 현재 나와 있는 치료제를 더 적절하게 사용해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연속혈당측정기는 20년 전인 1999년 상용화됐다. 당시 이 최첨단 기술은 상당히 고가였기에, 제1형 당뇨병 환자들에게만 선별적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5년, 10년 전부터는 제2형 당뇨병에서도 유용한 기술이라는 점이 인정됐다.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제2형 당뇨병이 사회적으로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제2형 당뇨병에 대한 연속혈당측정기의 유용성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속혈당측정기는 '실시간용'과 '전문가용'이 있는데, 최근에는 전문가용 연속혈당측정기 효과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용 연속혈당측정기 자체가 치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거기서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분석해 진단과 치료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면 식사, 운동 등의 생활적 부분이나 특정 치료제를 사용했을 때 등 환자의 모든 활동에 걸친 혈당 변화 패턴을 의료진이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데이터를 토대로 환자의 특성과 라이프스타일까지 포함하여 치료에 대한 포괄적인 논의를 할 수 있고, 보다 적합한 치료제를 찾아 처방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전문가용 연속혈당측정기가 당뇨병 치료 관리에 어떤 혜택을 가져다주는지.

여러 연구를 통해 전문가용 연속혈당측정기의 사용이 환자의 당화혈색소 수치를 0.5%에서 많게는 2.7%까지 개선한다는 결과가 확인됐다. 전문가용 연속혈당측정기는 환자의 치료법을 변경하거나 할 때 주로 사용하는데, 이외에도 연 2회에서 4회 정도 꾸준히 사용하게 되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전문가용 연속혈당측정기에 대한 급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여러 연구를 근거로 치료 효과 개선을 인정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히, 사회적 비용에 대한 영향도 있다. 현재 미국의 당뇨병 환자수는 약 3,00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문제는 환자 중 3분의 1에서 절반 정도가 자신이 당뇨병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당뇨병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전당뇨병 상태의 사람들도 8,000만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는데, 이 중 50%는 5년 내에 당뇨병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당뇨병 유병률이 높아지면 그에 따라 사회적 비용도 높아지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우려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직접적인 비용 문제로는 보험사나 정부 등에서 지불하는 약제비나 입원비, 의료비 지출 등이 있고, 간접적으로는 환자가 질환으로 인해 직장 생활 등의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환자 본인뿐 아니라 보건의료체계, 고용주들에게도 이러한 상황은 큰 문제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전문가용 연속혈당측정기의 사용은 여러 연구들을 통해 사회적 비용 절감효과를 입증했다. 실제 전문가용 연속혈당측정기를 평균적으로 1년 이내 두 번 이상 사용한 환자는 3,376달러(약 391만 원), 치료법 변경 시 사용한 환자는 3,327달러(약 385만 원)의 치료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속혈당측정기의 사용으로 환자에게 더 맞는 치료 방법을 찾고 이로 인해 당화혈색소가 개선되면서, 합병증이 줄고 건강상태도 더 좋아져 의료기관 이용률이 줄어드는 등 연쇄 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미국은 당뇨병 환자 1인당 연 2만 달러 정도가 치료 비용으로 지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이 중 15% 정도인 3,000달러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유의미한 결과다.

로버트 알렌 비거스키 교수

-최근 '목표 혈당 범위 내 시간 비율(TIR)'이라는 새로운 지표를 제시했다.

맞다. 'TIR'은 환자가 목표로 하고 있는 혈당 수치 범위 내에 머문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는 데이터로, 연속혈당측정기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정보다. 기존의 혈당 측정 방식으로는 TIR을 파악할 수 없지만, 연속혈당측정기는 5분 간격으로 혈당을 측정해 하루 최대 288회의 혈당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보통 당뇨병 환자의 목표혈당 범위는 70~180㎎/dL로, 70 ㎎/dL 이하면 저혈당, 180 ㎎/dL 이상이면 고혈당으로 본다.

현재까지 TIR이 환자의 합병증 발생과 직접적인 상관 관계가 있다는 내용의 최신 연구가 최소 4건 이상 발표돼 있다. 특히 TIR 높을수록 합병증이 줄어든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TIR과 당화혈색소 간의 상관 관계를 밝힌 연구도 있다. 올해 발표한 연구에서는 TIR이 10% 개선될 때마다 당화혈색소가 0.8% 개선이 된다는 결과가 확인됐다. 이렇듯 TIR의 모니터링 효과를 입증한 다양한 연구 결과가 축적되면, 이 개념이 당화혈색소와 마찬가지로 당뇨병 치료를 평가하는 주요한 지표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에서는 내년 1월부터 제1형 당뇨병 환자를 중심으로 연속혈당측정기 실시간용에 한정해 급여가 적용될 예정이며, 추후 급여 적용 범위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급여 적용 우선순위에 대한 제언을 한다면.

한국의 의료진은 연속혈당측정기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직접 연구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에서도 전문가용 연속혈당측정기, 실시간용 연속혈당측정기가 절대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지는 않다. 환자를 전문적으로 케어할 수 있는 당뇨병 전문의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당뇨병 전문의가 아닌 일반 내과 의료진 등의 경우에는 연속혈당측정기의 가치를 충분히 모르는 경우도 있다. 미국에서는 일반 내과 의료진 등을 대상으로도 연속혈당측정기 사용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모든 당뇨병 환자에게 연속혈당측정기 급여가 적용돼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우선순위 결정이 필요하다. 특히 치료제를 계속 복용하고 있지만 당화혈색소 조절이 계속해서 되지 않는 환자들이 우선순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2~3가지 치료제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당화혈색소 수치가 8% 이상인 환자들은 진단을 위해 연속혈당측정기 등 추가적인 조치가 분명히 필요하다. 그 다음으로는 저혈당이 많이 발생하는 환자들이다. 저혈당 발생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환자도 있고, 저혈당 무감지증으로 인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연속혈당측정기 사용으로 환자의 혈당 패턴을 분석해 치료법을 바꾸는 등의 조치로 저혈당을 예방할 수 있다.

-당뇨병 관련 메드트로닉이 새롭게 연구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면.

당뇨병 기술과 관련된 시스템을 지금보다 훨씬 자동화하고, AI 접목도 이루어질 예정이다. 미래에는 환자가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가 하나로 합쳐진 패치 같은 형태를 팔이나 복부 등에 부착하여 편리하게 당뇨병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환자 개개인에게 맞춤화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치료를 진행하면서, 스스로 당뇨병 환자라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미래의 비전은 10년, 20년 후가 아닌 2, 3년 이내 현실화가 가능하다. 이미 이 아이디어는 혁신성과 중요성을 인정받아, 올해 2월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혁신적 치료법(Breakthrough therapy)으로 선정됐다. FDA와의 긴밀한 협력으로 연구 진행 및 심사와 승인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제1형 당뇨병에 대해 먼저 시도가 되지만, 궁극적으로는 제2형 당뇨병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또한 인슐린펌프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환자를 위해 스마트인슐린펜도 개발 중이다. 연속혈당측정기의 데이터를 스마트인슐린펜으로 전달해 적정량의 인슐린을 주입할 수 있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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