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이 근무지인데 매번 출입 기록 남기라니 황당…면피용 법 아닌가”
복지부 “처치실은 제외, 행정직원 등은 1회 승인 후 탄력적용”

수술실 출입 규제가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의료 현장도 제도에 적응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불필요한 규제”라는 비판과 “법으로 규정해서 지키라고 하니 할 수밖에 없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외부인 출입을 제한한 조치보다 의료인들조차 매번 출입 목적과 입·퇴실 일시 등을 기록해 관리하도록 한 부분을 ‘옥상옥(屋上屋)’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수술실과 분만실, 중환자실에는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고 출입이 허용된 의료인과 간호조무사, 의료기사도 이름과 출입 목적, 입·퇴실 일시, 연락처를 기록해 1년간 보존하도록 했다. 개정된 시행규칙은 지난 10월 24일 시행됐다.

수도권 소재 A종합병원은 수술실과 분만실, 중환자실에 기록부를 배치하고 드나드는 직원들에게 이름과 출입 목적, 입·퇴실 일시를 적도록 하고 있다. 이 기록부에는 의료인과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외에도 의료기관장이 출입을 승인하고 필요한 안내를 받은 환자 보호자와 행정 직원, 영양사, 미화원 등도 출입과 관련된 내용을 적는다.

이 병원 소속 정형외과 전문의는 “수술실이 근무지인 사람들도 매일 출입 기록을 남기라는 게 황당하다. 정부에서 쓰라고 하니까 쓸 수밖에 없지만 불필요한 규제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취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기록하지 않고 출입시키는 외부인을 적발할 방법은 없지 않은가. 결국은 정부가 면피용으로 만든 법 같다”고 비판했다.

B중소병원 정형외과 전문의는 “의료기관 서류작업만 늘었다. 행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게 늘어나면 인력이 부족한 중소병원은 부담이 커진다”며 “규제는 늘어나지만 의료기관이 져야 하는 부담에 대한 배려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의료 현장 혼란에 복지부 “행정직원 등 1회 승인 후 탄력적용 가능”

출입을 관리해야 하는 대상과 그 방법에 대한 혼란도 여전하다. 이에 대한병원협회는 수술실 출입 기준에 대한 질문을 정리해 복지부에 문의했으며 그 회신 내용을 지난 3일 공개했다.

복지부가 회신한 답변에 따르면 의료법 시행규칙에서 정한 수술실과 중환자실이 아닌 ‘처치실’은 출입 관리 대상에서 제외된다. 실제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공간과 독립적으로 분리된 보호자 대기 공간 등도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복지부는 출입 관리 대상인 분만실도 실제 분만과 처치가 이뤄지는 공간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과 간호조무사, 의료기사기록 확인 등을 위해 잠시 수술실·분만실·중환자실에서 퇴실한 후 다시 재입실하는 경우 등은 최초 입실시각과 최종 퇴실시각만 기록해도 된다.

복지부는 “입·퇴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경우로 일일이 입·퇴실 정보를 기록하는 게 감염관리 등의 측면에서 실익이 크지 않으면 최초 입실시각과 최종 퇴실시각을 기록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수술실 등에 출입하는 행정직원, 영양사, 미화원 등이 매번 의료기관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출입마다 승인을 받는 게 원칙이나 동일 목적으로 정기적인 출입이 예정돼 있으며 내부 직원 등 신원이 확실한 경우 1회 승인 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승인하는 등 탄력적용은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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