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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사후평가 예고에 날 세운 제약업계 “공포 느낀다”심평원 의약품 사후평가 두고 전문가들 “옥석 가려낼 것” vs 제약업계 “타당성 의문”
  • 김은영 기자
  • 승인 2019.12.04 06:00
  • 최종 수정 2019.12.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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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 대책 일환으로 정부가 고비용 의약품에 해당하는 항암제 및 희귀난치성질환 치료제 등을 대상으로 의약품 사후평가를 예고하자 제약업계가 날을 세웠다.

기등재 목록정비사업으로 이미 임상적 유용성 평가를 거친 상황에서 동일한 성격의 또 다른 평가가 진행될 경우 산업계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보건복지부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의약품 선별등재방식(Positive List System) 도입에 따라 선별목록에 등재된 기등재 의약품을 49개 효능군으로 분류하고 5년 간 임상적 유용성 및 경제성 평가 등을 거쳐 순차적으로 목록을 정비한 ‘기등재 목록정비사업’을 진행했다.

지난 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서울 페럼타워에서 개최한 ‘의약품 사후평가 기준 및 방법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서는 의약품 사후평가를 향한 제약업계의 불만이 쏟아졌다.

'의약품 사후평가 기준 및 방법'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심평원 약제관리실 약제평가제도개선팀 박은영 팀장은 "전체 건강보험의 25%를 약제비가 차지하고 있고 점차 증가 추세다. 고령화에 따라 늘어날 전망”이라며 “약제비 적정성을 강화해 보장성 강화를 위한 재정을 확보하고자 의약품 사후평가를 시행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심평원은 급여로 등재된 의약품 중 ▲항암제와 희귀난치성질환 치료제 등 고비용 의약품 ▲임상적 유용성이 불확실한 약제 등을 대상으로 의약품 사후평가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후평가 시 기등재 의약품에 대한 제외국 8개 국가의 허가현황 및 급여현황을 검토하고 사용빈도나 청구비중, 의약학적 중요성, 사회적 관심의 정도 등도 고려할 계획이다.

평가는 ▲관련 교과서 및 가이드라인 ▲HTA(Health Technology Assessment) 보고서 ▲임상문헌 ▲대체 가능성 여부 및 약제 특수성 등을 기준으로 진행된다.

특히 JADAD 3점 이상의 RCT(Randomized controlled trial, 무작위대조시험) 임상문헌만 선별해 평가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향후 제외국 가격비교 약제 재평가와 등재 년차 경과 약제를 재평가하는 ▲재정기반 사후평가와 문헌기반 약제 재평가 RWE(Real World Evidence)를 기반으로 한 ▲성과기반 사후평가를 시행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박 팀장은 “효과 재평가를 통해 임상적 유용성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는 약이나 인구구조 및 사용량 증가로 관리 필요성이 있는 약제, 약제사후평가 소위원회에서 사회적 영향, 보건의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평가가 필요한 약제가 그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평가기준 마련 시 근거가 중심이 된 문헌인지, 전문성 및 타당성 여부 등을 고려해 가이드라인을 작성하려고 한다”며 “HTA 평가보고서 또는 Cochran 자료, 임상문헌 등을 검토해 필요 시 임상적 유용성 재평가를 진행해 평가결과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의약품 사후평가제도가 의약품의 옥석을 가려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복잡한 평가기준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서울대 간호대학 김진현 교수는 “전체적인 방향이나 내용에 있어서 합리적이고 타당한 근거를 갖고 추진한다는 생각은 든다”며 “최근 항암제 등 여러 치료제를 두고 논란이 있는데 환자안전이나 지불 정당성 측면에서 재검토가 필요하고 체계적으로 추진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포지티브 시스템 이후 등재된 제품은 나름대로 체계적인 절차를 거쳐 등재됐지만 그 이전 제품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점검이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특정 제품을 염두하고 제도를 시행한다면 곤란하다. 일관되고 공평한, 공정한 기준에 따라 제도를 집행한다면 제도적 수용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제시한 평가기준이 너무 많으면 구체적이니 일견 타당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자체가 불공평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면서 “일관성도 없고 공평하지도 공평, 공정하지 못한 평가로 비칠 수 있다. 가급적 평가 기준은 단순해야 하고 보편성이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 안정훈 교수도 “너무 세세한 기준은 결국 문제가 생기게 돼 있다”며 “RCT 위주로 근거를 높이는 평가를 시행하겠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희귀난치성 질환의 경우 RCT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근거가 없다고 한다면 그 기준을 어떻게 정하겠나. 특정한 기준으로 하기보다 임상적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혹은 미리 예측 가능한 사례를 만들어 놓고 다른 약제를 쓸 수 있도록 단서 조항을 제시하는 유연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재평가 절차에 있어서 결국은 여러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절차적 투명성이 굉장히 중요하다. 약가 투명성과는 다른 이야기”라면서 “그런 측면에서 성과기반 사후평가의 경우 미리 평가기준에 대해 합의하고 그 기준이 공개되고 자료가 모이면 이를 또 공개하고 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이상적이라고 본다”고 했다.

의약품 사후평가? "중복된 평가일 뿐 얻어지는 게 뭔가"

하지만 의약품 사후평가를 바라보는 제약사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기등재 목록정비사업 당시 임상적 유효성 평가를 한 차례 겪은 제약사들은 사후평가가 ‘중복 평가’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대외협력실 장우순 상무는 “재정기반 사후평가와 성과기반 사후평가를 매년 정기적으로 시행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산업계가 공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정책”이라며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장 상무는 “사후평가제도가 소위 ‘ 의약품 트레이드 오프(Trade-off)’를 통해 만성질환 의약품비용을 중증질환에 투입하겠다는 큰 그림으로 보인다”면서 “사회적 합의를 한 것인지, 보험원리와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장 상무는 “문헌기반으로 재평가 하겠다는 것은 등재 시 이미 유용성과 임상적 효과를 확인한 약제를 또 다시 확인하겠다는 말과 같다”며 “문헌 재평가를 통해 얻어지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를 추진하는 것은 반대”라고도 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제약사 관계자는 “심평원의 재평가 취지는 공감하지만 선행적으로 실시된 2011년 재평가 성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그 결과에 대해 제약사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금 하는 재평가는 중복된 평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포지티브 시스템 이전에 등재됐던 약제들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사항에서 삭제, 변경해 재평가 대상에 넣겠다는 것은 모든 제약사가 받아들일 테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논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은영 기자  key@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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