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표준진료지침 도입‧포괄수가제 적용‧예산 공동기금화’ 필요성 제시

보건복지부가 지역에서 필수의료를 책임질 ‘권역·지역책임의료기관’ 지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현장에서는 책임의료기관제도 성공을 위해서는 표준진료지침 도입, 포괄수가제 적용, 예산 공동기금화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중앙의료원은 지난 3일 오후 ‘지역에서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필수의료체계 구축’을 주제로 2019 공공·응급의료 포럼을 개최했다.

경상의대 예방의학과 정백근 교수.

이날 포럼에서 경상의대 예방의학과 정백근 교수는 ‘권역·지역책임의료기관 공공의료협력체계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권역·지역 책임의료기관은 지난 2018년 10월 정부가 발표한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에 담긴 개념으로, 권역 책임의료기관은 해당 권역, 지역책임의료기관은 70여개 개별 진료권에서 필수의료를 책임지게 된다.

정 교수는 이같은 권역·지역 책임의료기관 활성화를 위해 ▲표준진료지침 개념 확대 ▲진료협력시스템 강화 ▲주민참여에 기반한 공공보건의료협력체계 마련 ▲책임의료기관 내 공공의료본부 위상 및 역할 정립 ▲시도 공공보건의료위원회 위상 강화 ▲공공병원 확충 관련 예비타당성 조사 영향 최소화 ▲지방의료인력 확보 및 유지 관련 대책 수립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중 공공병원 확충 예비타당성 조사 영향 최소화와 관련해 “현재 9개 지역 공공병원 신축이 예비타당성 조사 때문에 추진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대통령 지역 공약인 대전의료원 설립이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후에도 예비타당성 조사 때문에 진행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며 “의료취약지역 주민들에게 필수의료를 제공하는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또는 특별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방 의료인력 확보 및 유지 대책과 관련해서는 ▲지역의료기관과 공공병원에 전공의 배정 확대 ▲지역사회 공공의료기관 간 수련 연계 ▲국립대병원에 대한 평가체계 개편 및 예산 지원을 통한 지역의료기관 의사 파견 확대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 차등수가 검토를 통한 참여기관 확대 ▲공공의대 설립 및 공중보건장학생 지속 추진 ▲취약지 간호인력 인건비 지원 대상 지역 및 기관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 교수는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이 10월 24일부터 시행됐지만 당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며 “국립의료원과 국립대병원 공공의료 담당 의료진의 획기적 확대 및 순환근무를 보장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공공보건의료인력공단 등의 설립을 검토하고 간호사를 포함한 기타 인력을 공단 직원으로 채용하고 순환 근무를 보장하는 방안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어진 토론에서도 책임의료기관 도입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부산의대 예방의학과 김창훈 교수는 “공공보건의료 협력체계를 성공적으로 이뤄내기 위해서는 전략적 수준의 조정과 통합이 필요하다”며 “특히 예산의 공동 기금화와 공동 집행을 위한 특별한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의대 예방의학과 옥민수 교수는 지역 단위 필수보건의료 제공을 위해 지정되는 권역·지역책임의료기관제도 설계 및 운영 원칙을 제시했다.

옥 교수는 권역·지역책임의료기관 도입을 위해 ▲지역에서 책임을 다하기 위한 지불보상제도와 연동 ▲책임의료기관의 책임 명확화 ▲책임의료기관에 대한 지원과 그에 따른 평가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지불보상제도 연동과 관련해서는 “단순히 과제 수행에 따른 진료비를 보상하는 것이 아니라 과제를 수행함으로써 얻은 성과를 바탕으로 진료비 등을 보상하는 성과연동지불제도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행위별 수가제보다 지불단위가 보다 큰 포괄수가제나 인두제 형태의 지불제도 도입을 연동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옥 교수는 “예를 들어 신포괄수가제를 도입하는 의료기관만이 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이 좋은 정책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책임의료기관 책임 명확화와 관련해서는 “책임의료기관 논의와 더불어 최근 자주 논의되고 있는 개념은 커뮤니티케어인데, 이는 보건, 복지 등 다양한 연관 서비스를 통합 제공한다는 개념”이라며 “이에 따라 (책임의료기관이) 연계, 통합 책임을 회피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옥 교수는 “예를 들어 퇴원환자연계는 단순히 퇴원계획을 세웠느냐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의료기관에서 퇴원한 환자는 적어도 1년 이상 추적관찰할 수 있도록 평가기준슬 설계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라도 인두제와 같은 지불보상제도를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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