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복지부‧서울대병원의 합리적 결정 촉구
“불합리한 처분 강행 시 책임교수 및 담당자 처벌, 충분한 배상 등 요구 방침”

필수 수련교과과정 미이수로 기 졸국한 인턴들의 추가 수련 및 서울대병원 인턴 정원 축소 등이 검토되자 젊은 의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와 2018년 인턴필수 교과 미이수 관련 비상대책위원회, 전공의 294명은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 그간 몸담은 병원과, 우리나라의 수련제도를 총괄하는 분들에 대한 커다란 실망감과 배신감을 느꼈다”면서 “더 이상 우리의 믿음을 깨뜨리지 말아 달라. 이제부터라도 우리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등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에서는 매년 180여명의 의사들이 인턴(수련의사) 과정을 수료해 왔으며, 이들은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내과(4주 이상), 외과(4주 이상), 산부인과(4주 이상), 소아과(2주 이상) 등을 포함하는 수련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했다.

하지만 지난 십 수 년간 서울대병원에서는 소아과와 산부인과가 아닌 과들을 ‘소아과 간주과’ 및 ‘산부인과 간주과’로 규정해 수련 과정에 포함시켜 왔다. 예를 들어 ‘소아흉부외과’에서 수련 받으면 ‘소아과’를 이수했다고 인정해주는 식이다.

그러자 복지부 산하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이러한 관례를 문제 삼아, 지난 2018년에 인턴 과정을 수료한 110여명의 추가 수련과 향후 인턴 정원 축소 안을 의결한 상태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등은 “추가 수련 대상인 인턴 수료자들은 이미 각 분과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이거나, 국방의 의무를 이행 중인 군의관이거나, 사회 곳곳에서 현역으로 활동 중인 개업의, 봉직의들”이라며 “이들을 다시 수련병원으로 불러들여, 한때 폐지 논의까지 있었던 인턴 과정을 다시 수료하게 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복지부 고시에는 각 필수 교과의 수련 기간과 획득해야 하는 핵심 역량만 기술돼 있을 뿐, 반드시 해당 과에 소속돼 수련을 해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면서 “소아과에서 모든 소아 질환을 진료하지도 않거니와 소아흉부외과든, 소아응급실이든 수련 환경과 장소만 다를 뿐이지 소아 환자에 대한 진료 경험은 소아과에 비해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피력했다.

또 “각 대학의 교수와 복지부 관계자로 구성된 수평위가 이런 기본적인 진료 환경조차 이해를 못 하고 있는 것이냐”며 “지난 십 수 년간 서울대병원에서 작년과 동일한 인턴 과정을 수료한 수많은 의사들이 지금, 국민 건강을 위해 의료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고, 후학을 양성하는 교수로도 재직하고 있다. 과연 그들도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바탕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냐”고 반문했다.

각 진료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다학제 진료, 융합형 사고가 중요시되는 시대에 이러한 결정은 불합리하다는 것.

특히 “절차적으로도 수평위는 병원 현장 점검을 나와 병원 관계자들의 이야기만 듣고, 일방적 피해자인 2018년도 인턴 수료자는 단 한 명도 만나보지 않았으며, 제대로 소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면서 “이런 상태에서 복지부가 최종 처분을 내린다면, 우리는 민주적 절차를 근간으로 하는 법치 국가에서 살고 있는 게 맞는지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만약 불합리한 처분이 강행될 시 철저한 감사를 통한 사태 규명을 비롯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책임 교수와 담당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할 것”이라며 “억울하게 추가 수련을 받게 된 인턴 수료자들에 대한 충분한 배상도 요구할 방침”이라고 했다.

아울러 “추가 수련과 인턴 정원 축소로 인해 발생할 진료 공백을, 이미 과도한 업무로 지쳐 있는 동료 전공의들에게 돌리지 않아야 한다”면서 “인력 충원을 요구한다. 인력 충원이 어렵다면, 환자 안전을 위해 외래·병동·수술장을 축소 운영해 달라. 인력이 줄었는데 똑같은 수의 환자를 진료하겠다는 건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 피력했다.

이들은 정부와 서울대병원이 피해를 입은 추가 수련 대상자들을 위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우리는 전공의법에 명시돼 있음에도 실제로는 휴게 시간을 제대로 사용한 적이 없으며, 하루가 멀다 하고 36시간 연속 근무를 했고 최저임금을 받으며,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는 연차 휴가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면서 “그럼에도 우리가 이 모든 것을 감내해 온 이유는 정부와 병원이 우리의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고, 전공의의 수련 환경과 환자가 누리게 되는 양질의 의료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걸 공감하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가 몸담은 병원과, 우리나라의 수련제도를 총괄하는 분들에 대한 커다란 실망감과 배신감을 느꼈다”면서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 복지부와 서울대병원의 현명한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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