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약사회, 자체 모니터링 결과 발표…2개월간 1259건
"온라인 의약품 거래 단속 강화 및 법 개정 필요"

최근 2개월간 온라인에서 불법으로 거래된 의약품이 1,000건이 넘는 것으로 드러나 보건당국의 대책이 요구된다. 특히 약사법과 관세법상의 불일치를 이용해 해외 직구를 가장한 인터넷 불법 유통이 80%에 달해 법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약사회(회장 김대업)는 최근 약 2개월간 온라인 의약품 불법판매 모니터링을 자체적으로 시행한 결과, 총 1,259건의 불법 사례를 확인하고 이중 1,253건을 관계 당국에 고발 조치했다고 3일 밝혔다.

소화제 등 일반의약품부터 무허가 전문의약품까지…80% 이상은 '해외직구'

그동안 무허가 의약품이나 위·변조 의약품의 유통은 지속적인 사회 문제로 지적돼왔다. 최근에는 해외직구라는 명목으로 신중하게 사용되어야 할 의약품마저 비일비재하게 유통되고 있다. 그럼에도 미흡한 정부 대응과 다원화된 처리 시스템, 식품의약품안전처 내 전담기구의 제도적 미완으로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이에 약사회는 전문인력을 투입해 대대적인 실태조사를 벌였다.

조사 기간은 지난 9월 23일부터 11월 22일까지로 약사회는 국내외 주요 포털과 온라인 쇼핑몰,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SNS) 등에서 키워드 중심으로 의약품 판매 여부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 의약품은 국내 무허가 또는 마약류에 해당하는 의약품을 비롯해 오남용 우려가 큰 품목들, 최근 이슈가 되는 품목들을 대상으로 했다. 특히 잘못 사용했을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거나 사용기간이나 용량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품목들이 포함됐다.

주요 검색어로는 핀펜시아, 탈모약, 회춘약, 임신중절약, 해외의약품 구매대행, 살빼는 약, 식욕억제제, 온라인약국 등 제품명을 비롯한 50여 개 키워드와 포털에 노출 빈도가 높은 불법 사이트 명칭(사랑약국·한인약국 등) 등이 사용됐다.

조사 결과, 약사회는 총 1,259건의 온라인 의약품 판매를 확인했다. 실제 조사가 이뤄진 40일 동안 하루에 평균 31.5건씩 온라인에서 의약품이 거래된 것이다.

국내에서 허가되지 않은 미프진(낙태) 외에도 멜라토닌(수면유도), 피라세탐(집중력-기억력 장애), 펜벤다졸(동물용 구충제), 삭센다(비만치료) 등 오남용 우려가 있는 의약품이 버젓이 온라인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 치료제 등 인기가 높은 의약품은 공동구매가 이뤄지기도 했다.

대한약사회 조사 결과 온라인에서 주로 거래된 의약품 목록(자료: 대한약사회)

가장 흔히 거래된 제품은 기저귀 발진 연고로 유명한 비판텐 크림으로 적발 건수는 43건이었다. 이어 여드름 연고인 페어아크네 크림이 22건, 경구용 임신중절약 미프진이 20건 적발됐다. 소화제로 유명한 오타이산과 카베진도 각각 18건, 17건으로 나타났다.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와 시알리스, 탈모치료제 미녹시딜도 15건, 13건으로 10건 이상 적발됐다.

거래는 주로 자체 사이트(845건)를 통해 이뤄졌다. 밴드나 블로그 등 SNS를 통한 거래도 319건에 달했다. 옥션, 쿠팡 등 통신판매중개업 사이트에 공개적으로 입점해 거래한 건수도 95건이었다.

거래방식은 해외직구나 구매대행이 1,023건(81%)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일본의약품 직구 전문 사이트에서는 수백 품목에 달하는 의약품들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약품을 직접 판매하는 경우는 236건으로 나타났다.

대한약사회가 실시한 온라인 의약품 불법판매 모니터링 결과(자료: 대한약사회)

적발된 의약품은 국내 무허가 또는 마약류에 해당하는 의약품으로 오남용 우려가 크거나 잘못 사용했을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복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약사회는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국내 허가되지 않은 미프진은 복통, 하혈, 패혈증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탈모치료제 핀페시아는 여성이 복용하면 특히 위험하다. 수면유도제 멜라토닌과 피라세탐 등은 약물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며, 최근 항암 효과 논란에 휩싸인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은 간독성, 골수기능저하가 부작용으로 꼽힌다. 하지만 온라인 구매 시 이 같은 부작용을 간과하기 쉽다.

이에 약사회는 신고 시점에 웹페이지 연결이 안 되는 6건을 제외한 1,253건을 관계 당국에 신고했다. 이 중 1,026건(81.8%)에 대해 적의 조치 또는 조치 예정 회신을 받았다. 이를 통해 현재 웹사이트 차단, 폐쇄, 페이지 삭제 등 245건에 대해 제재가 이뤄졌다고 약사회는 밝혔다.

"약사법-관세법 불일치가 의약품 불법유통 부추겨…법 개정 필요"

약사회는 이번 조사 및 신고 결과 거래 유형별 차단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무허가 의약품 등 명백한 불법의약품의 경우 적발 시 차단 효과가 있지만, 실제 차단까지 최소 일주일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차단 조치 이후에도 판매업자가 사이트 주소를 변조해 상품을 재등록하는 경우가 많아 사이트 차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약사회 김범석 약국이사는 "무분별한 해외 직구로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에 국한하지 않고 국내 허가되지 않은 전문의약품들까지 거래되는 실정"이라며 "이들 약은 사용이나 보관에 주의가 필요하고, 심각한 부작용이 있으므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판매 차단과 동시에 온라인의약품 구매의 위험성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온라인 거래의 부작용 피해사례, 재판매에 따른 법적 처분사례 등도 널리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만치료 전문의약품 '삭센다' 불법 거래 사례(자료: 대한약사회)

약사회는 또 압도적인 해외직구의 원인이 되는 약사법과 관세법의 불일치성을 해결할 것을 주문했다. 약사법상 안전상비의약품을 제외한 모든 의약품은 기본적으로 온라인 거래가 허용되지 않는다. 약국에서만 판매가 가능하며, 전문의약품은 의사 처방전이 필요하다. 그런데 관세법은 소비자가 해외 사이트에서 일반의약품을 직접구매해도 자가 치료를 하면 3개월분(6병)에 한해 통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관세법과 약사법 간 규정이 상충하면서 사실상 의약품 불법유통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일본의약품 판매 업체들은 한국 소비자 유치를 목적으로 경쟁적으로 판촉행사 등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고 약사회는 지적했다.

약사회는 "해외직구를 통한 의약품 구입 시 위조의약품 유통 등 소비자 위해가 우려될 수밖에 없으므로 의약품으로 허가된 제품은 어느 경우에라도 통관될 수 없도록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온라인 불법 판매 차단을 위해 입법 보완 및 단속 인원 확충 등 당국의 의지와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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