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랩에이치 김호 대표, 리차드 부스먼 변호사를 만나다
부스먼, 의료사고 대응 패러다임 바꾼 ‘미시건 모델’ 창안자

리처드 부스먼(부스먼 컨설팅 대표)은 1980년대 미국의 대형 병원을 고객으로 두고 의료사고 관련 소송 분야 변호를 맡던 잘 나가던 변호사였다. 하지만 법정에서 승률이 높아지면서 그는 자신이 이기지 말아야 할 소송을 이기고 있다는 생각이 점차 들기 시작했다. 자신의 고객인 병원은 의료사고 소송을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있었지만, 문제가 된 상황의 환자 안전 수준까지 항상 높았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환자 안전이 제대로 담보되지 않은 사건을 수임하여 고객인 병원의 잘못을 감추거나 방어하는 것이 정말 자신의 고객을 위한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리처드 부스먼(부스먼 컨설팅 대표)

법정 변호사로 시작한 리처드 부스먼은 디트로이트 지역의 대형 로펌에서 성공적인 경험을 쌓은 뒤, 1989년 부스먼, 페버트 앤 엘러(Boothman, Hebert & Eller)를 설립했다. 독립한 회사의 주요 고객 중에는 클리브랜드 클리닉과 미시건대학병원(University of Michigan Health System)이 있었다. 수년에 걸쳐 부스먼은 의료 사고 소송에서 전통적인 ‘부인하고 방어하는(deny and defend)’ 방식보다 훨씬 나은 방식이 있을 거라 생각하게 됐다.

2001년 부스먼은 미시건 대학의 법무팀장으로부터 의료사고를 담당할 새로운 내부 변호사 선발을 도와달라는 연락을 받는다. 부스먼은 이력서를 모두 검토해봤지만 모두 경력이 짧은 변호사들 것뿐이었다. 법무팀장에게 의료사고를 관리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을 해봤느냐고 물었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자신이 그 새로운 도전을 맡아서 해보기로 결정하게 된다. 법무팀장과의 회의를 마친 뒤 부스먼은 아내와 로펌의 파트너들에게 전화하여 2년 정도면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며, 한 번 직접 시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바로 이 순간이 소위 “미시건 모델”이 시작된 시점이다.

미시건 모델은 전세계적인 관심을 끌었으며 뉴욕 타임즈와 같은 언론은 물론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과 내과학회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 같은 주요 학회지에도 실렸다. 미시건 모델은 의료사고나 환자경험, 의료의 질 발전에도 기존과는 매우 다른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부스먼은 약속했던 2년만에 자신이 세운 로펌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무려 17년 동안 미시건대학병원에서 위험 담당 최고 책임자(Chief Risk Officer)로 일했고, 2018년 병원에서 은퇴한 뒤 부스먼 컨설팅을 설립 다른 병원, 정보, 보험 회사가 환자의 상처나 의료사고 관리에 보다 나은 방식을 찾도록 컨설팅을 해오고 있다.

미시건 모델은 병원이 불행한 환자 치료의 결과를 마주했을 때 즉각 어떤 책임도 부인하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무죄라고 방어하면서 병원과 환자의 관계, 병원과 자체 의료진과의 관계, 병원의 의료 개선 노력, 병원의 재정 손상을 만들어내는 기존의 부인하고 방어하는 방식을 바꾸어 완전히 다른 방향의 접근 방식을 시도한다.

10년도 지난 일이다. 나는 대한안과학회의 요청으로 의료사고를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좋을지 짧은 글을 쓰게 됐다. 병원의 의료사고 관리 경험이 있거나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들은 기업의 위기관리 컨설턴트로부터 무엇인가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글을 쓰는 과정에서 조사를 하다가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바로 미시건 모델이었다. 투명한 소통을 하면서도 병원의 의료사고 대응에 들어가는 돈과 시간을 급격하게 줄였다는 통계가 있었고, 특히 나는 병원이 이 모델을 사용하여 환자와 그 가족에게 사과를 보다 적극적으로 하는 점에 관심이 끌렸다. 이렇게 시작된 관심은 내가 뒤늦게 시작한 박사 논문에서 위기 대응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서 공개 사과를 택한 주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미시건 모델은 위기 상황에서 사과의 성공적인 사례로 넓게 인정됐다. 10여년 전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위기관리 컨설턴트 중의 한 명인 제임스 루카쉐브스키(James Lukaszewski)의 강연을 들었던 적이 있는데, 그 역시 미시건 모델 사례를 언급한 적이 있다. 그 사이 나는 박사과정을 마쳤고, 국제 학술지에도 공개사과의 효과에 대한 논문 두 편을 출판하기도 했다. 내가 처음 미시건 모델을 접한 뒤 10년이 지나 서울에 온 리차드 부스먼을 만나게 되고 <청년의사>에 실을 인터뷰까지 진행하게 되어 살짝 흥분한 상태였다. 인터뷰 이전과 이후에도 이메일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미시건 모델의 창안자는 사과를 이 모델의 핵심으로 보지 않았다. 나로서는 살짝 김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거의 20여년 전 그가 이 모델을 만들었을 때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미시건 모델과 기존의 의료사고 대응 모델의 핵심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미시건 모델의 미래는 무엇일까? 인터뷰는 부스먼이 대한병원협회의 10차 Korean Healthcare Congress 참석을 위해 왔을 때 2시간에 걸쳐 이루어졌다. 그 이후에도 이메일을 활용하여 추가 질의 등을 여러 차례 주고 받았다. 앞서 말한대로 미시건 모델을 직접 만든 그는 모델의 핵심을 사과라고 보지 않았다. 그 보다는 더 깊은 곳에 있었다. 비로소 그를 만나 미시건 모델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할 수 있었고, 위기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졌다.

한 가지 질문 x 세 가지 원칙 x 아홉 가지 요소 = 미시건 모델

한 가지 질문 = 내가 어느 병원의 경영진이라고 상상해보자. 조금 전 의료사고로 의심되는 사례가 병원 내에서 벌어졌고, 나와 동료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회의에 참석하게 된다. 이런 가정을 해보자. 이 미팅에서 병원의 경영진이 단 하나의 질문에 집중하여 논의를 한다면 그 질문은 무엇이어야 할까? 당장 내 머리에 떠오르는 질문은 이렇다: 병원 측은 이번 사고에 대해 의학적 그리고 법적으로 책임이 있는가?

부스먼과의 인터뷰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부스먼에 따르면 미시건 대학 병원에서는 핵심 질문이 “이번 환자 치료는 우리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것인가(Are we proud of this care)?”였다. 내게는 이 부분이 미시건 모델과 다른 접근 방식 사이의 가장 큰 차이로 다가왔다. 이와 같은 질문을 나는 “핵심 질문(mission-critical question)”이라고 부르고자 하는데 왜냐하면 모든 병원들은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자신들의 중요한 임무(mission)로 삼고 벽마다 걸려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병원에 올 수 있는 위험이 무엇인지?”를 묻는 일반적인 경우에 비해 환자 치료 과정에서 불행한 상황이 일어났을 때 우리가 이에 대해 자랑스러운지 아닌지를 묻는 것은 훨씬 높은 수준의 기준을 갖고 있는 것이다.

미시건 모델의 또 다른 측면은 치료가 자랑스러운지 아닌지에 대해 누가 논의하고 결정하는가와 관련되어 있다. 미시건 대학병원에서는 잠재적 의료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의료원장이 주관하는 의료진 회의를 소집하게 되며, 임상적 측면에서 논의를 한 후, 전자 투표를 실시한다. 만약 이 투표 결과 병원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기준에 맞지 않는 치료를 제공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면, 즉시 피해자 가족들과 만나 보상책에 대해 논의를 하게 된다. 이 논의를 바탕으로 최고 재무 책임자를 포함한 병원 경영진으로 구성된 병원 보상 위원회에 보상 제안을 하여 허가를 받는다. 미시건 모델의 의사결정 구조는 매우 정밀하게 디자인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다룰 때에는 ‘전통적인 방식’이 보다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다. 최고위험책임자는 통상 변호사를 고용하여 사건 조사와 방어를 맡긴다. 재판 이전에 상당한 비용을 들여 조사 후, 피해자나 그 가족과 합의를 해야 할지를 결정하고 나서 협상에 들어간다. 여기에서 경영진의 결정은 환자에게 제공한 치료 수준이 아닌 법적 고려에 의해 내려진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의료진은 그 결정을 변호사들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모두 수용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미시건 모델을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미시건 대학 병원은 보상의 적절성에 대한 판단을 변호사보다는 의료진에 의해 결정한다. 의사결정을 이렇게 만듦으로써 의료진은 결정에 대한 주도권을 갖게 되고, 자신들의 결정을 보다 충실하게 실행하게 된다.

세 가지 원칙=미시건 대학 병원에 2001년 7월 합류한 지 얼마 안 되어 부스먼은 세 가지 원칙을 변호사 회의실 벽에 적었다. 그 핵심 내용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만약 우리가 자랑스러워하지 않는 의료조치로 환자에게 해를 주었을 때에 우리는 즉각 나서 개선 조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환자에게 솔직할 것이다.

둘째, “우리의 치료에 대해 자랑스러운가”라는 질문의 핵심은 치료 자체의 절차에 있지 그 결과에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의료 조치에는 위험이 따른다. 때로 의료진은 환자 치료를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했을지라도 부정적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두 번째 원칙은 치료 과정이 만족스럽고 책임감 있는 것이었다면 병원은 소송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만약 소송이 불가피하다면 적극적으로 방어하여 우리의 원칙을 지킬 것이다.

셋째, 환자 경험의 모든 것으로부터 병원은 배울 것이다. 부스먼은 대학병원에 합류한 뒤에 병원의 환자안전 및 의료질 개선부서와 위험관리 부서가 서로 정보를 교환하지 않고 배우지 않는다는 점에 놀랐는데, 이 두 부서의 소통과 협업이 잠재적인 의료 사고를 줄이고, 치료의 질을 개선하는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어떻게 부스먼이 병원에 들어가자마자 원칙을 바로 만들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그는 “솔직히 말하면 그 원칙들은 특별한 것이 없다. 이 모델은 우리가 아이를 키우면서 가르치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실수를 하게 되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만약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제 삼자로부터 우리 아이가 이용당하지 않도록 가르치며, 이 모든 경험으로부터 배우길 바란다.”

듣고 보면 원칙 자체에는 특별한 것이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미시건 대학 병원의 진짜 특별한 점은 2001년 이후로 이러한 상식적인 원칙을 의료 현장에서, 그것도 의료사고로 의심되는 사건이 벌어지는 위기 상황에서 실천해 왔다는 것이며, 지속적으로 개선해왔다는 점이다. 이 점이 바로 다른 병원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모든 병원과 제약회사들은 자신들의 임무에 “환자 우선”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들이 주장하는 바를 실제 현장에서 옮기는 곳은 과연 얼마나 될까?

9가지 요소=2017년 12월 16일 일요일 이화의료원에서는 신생아 네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이 사건에 대한 설명을 한 뒤 나는 부스먼에게 미시건 대학 병원이라면 이와 유사한 상황에서 과연 어떻게 대응할지를 물었다. 부스먼 대표는 미시건 모델의 아홉 가지 요소를 들어 설명했다.

첫 번째 요소는 사건의 알림이다. 문제나 위기사건을 발견하는 순간 병원의 의료진은 즉각 환자 곁에 다가간다. 이는 대다수 병원의 접근 방식과는 매우 다르다. 통상 이런 경우 피해자를 피하고, 피해자로부터 문제 제기가 있을 때까지 반응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의료 환경의 안전성 담보를 위해 환자와 해당 의료진을 도와주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미시건 모델에서는 환자 가족을 위한 상담도 즉시 제공한다. 병원의 잘못이 있든 없든 이와는 별개로 환자에 대한 보호와 도움은 늘 제공한다.

두 번째부터 네 번째 요소까지는 동시에 벌어진다. 둘째와 셋째는 환자와 가족, 해당 의료진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다. 미시건 대학 병원의 의료진은 환자 및 환자 가족과 만나 매우 죄송하다는 말을 전한 뒤, 즉각 상황에 대한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 약속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를 밝힐 때까지 가능한 모든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한다. 부스먼은 여기에서 한 가지를 강조하는데, 환자 가족들에게 병원이 조금이라도 사건에 대해 더 알게 되면 즉각 가족들에게 직접 설명할 것이라고 약속하는 것이다. 미시건 대학 병원은 해당 의료진을 모아서 질책하는 분위기가 아닌 도움을 주고 지원하는 분위기를 만든다 . 심리적으로 지원을 받는 의료진이 더 나은 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대문이다. 네 번째 요소는 의료 환경이 안전한지 확인하는 것이며, 이화의료원의 경우라면 더 이상 다른 유아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빠른 조치를 취하는 것에 해당한다.

다섯 번째 요소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사실을 확인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것이다. 여섯 번째는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인데, 환자 가족 뿐 아니라 해당 의료진과 병원 경영진에게 공유한다. 부스먼은 “미시건 모델에서 제일 어려운 점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처음에 생각한 것과 무엇이 실제 벌어졌는지 그 차이를 알게 만드는 과정이다. 진실을 밝히는데 있어 한 번 발표한 것은 다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이 확실할 때까지 시간을 들여 꼼꼼히 확인한 뒤 조사 결과를 공유할 것을 권한다.” 조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사망 유아 가족들을 만나서 무슨 일이 실제 발생했는지를 설명한다. 미시건 모델에서는 만약 의료진이 원칙에 따라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했던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나게 되면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는 환자나 가족에게 보상하지 않는다. 결과와 상관없이 미시건 모델에서 매우 중요한 것은 환자 가족과 계속 접촉하고 소통한다는 점이다. 이화 의료원 사태와 같은 경우 미시건 대학 병원이라면 각 환자 가족마다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을 한 사람씩 지정하여 가족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도록 돕는다. 미시건 대학병원에서 소통은 한 번의 대화가 아닌 전체 과정을 통해 대화를 해 나간다.

일곱 번째 요소는 결론에 대해 완벽하게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만약 병원이 자랑스러워하지 않을 무엇인가를 의료진이 한 것으로 결론 내면, 병원 측은 환자 가족에게 즉각 가서 보상책에 대해 논의를 하게 된다. 이러한 논의를 거쳐 병원의 재무 책임자가 포함된 보상 위원회로 병원의 경영진은 보상책에 대한 제안을 하게 되고 허가를 받는 절차를 밟는다.

여덟 번째와 아홉 번째 요소는 환자 안전 개선을 이러한 위기 경험과 연결하여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병원 의료진과 경영진은 늦추지 않고 함께 모여 리뷰하고, 토론하며, 이번 경험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논의한다. 그리고 그 결과 병원의 안전 개선을 위한 조치를 내 놓는다. 위기관리 분야에는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미시건 병원은 이를 실제로 실천하고 있었다.

더랩에이치 김호 대표는 청년의사·KPMG 주최로 경기도 고양시 일산 명지병원에서 열린 ‘HiPex 2018 컨퍼런스(Hos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2018, 하이펙스)’에서 병원의 위기대응법에 대해 강의했다.

작년 나는 환자 경험을 다루는 Hipex 컨퍼런스에서 이화의료원 사고를 분석하여 발표할 기회가 있었다. 두 가지에 집중했다. 병원 측이 사망한 유아의 부모들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을 했는지와 사고가 난 다음날 병원 측이 진행한 기자회견이었다. 아이를 잃은 부모들은 병원의 최고 경영진과 즉각 만나도록 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만날 수 없었다. 그러다 유가족들은 황당하게도 병원이 아닌 인터넷을 통해 병원의 기자회견 소식을 처음 알게 된다. 나는 이 대목을 설명하며 부스먼의 생각을 물었다.

“미시건 대학 병원에서 우리의 목표는 환자 가족들이 무엇이 필요하며 무엇을 알고 싶은지를 찾아내는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뿐 아니라 이러한 상실이 그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들으려고 한다. 또한 그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그들이 듣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청취한다. 만약 가족들이 병리학자와 만나고 싶다면 우리는 즉각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한다. 절대로 환자 가족으로부터 도망가지 않으며, 절대로 환자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지 않는다.”

부스먼은 미시건 대 법대를 비롯한 몇 군데에서 가르치고 있다. 그는 미국의 의학 교육 분야가 이제는 최고의 의사가 단지 의학적 지식을 암기하고 반복하는 의사가 아니며 감성지능과 커뮤니케이션 기술, 문제 해결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런 의사는 사람은 완벽하지 않으며 실수를 인정할 줄 아는 것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부스먼에게 던진 마지막 질문은 미시건 모델의 미래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일반 병원에서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것이 있다. 병원의 위험 담당 매니저에게 이런 질문을 해보자 ‘의료 사고로 한 해에 얼마를 썼는지?’ 이 질문에 모든 매니저들은 답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병원은 다음의 질문에는 제대로 답할 수 없다: ‘그 중에서 우리 병원은 얼마를 꼭 써야 했는가?’ 미시건 대학 병원에서는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답변은 다른 병원을 불편하게 만들지 모른다. 우리 분석에 의하면 10년 동안 미시건 대학 병원에서 의료 사고로 쓴 돈의 73퍼센트는 우리의 실수에 의한 것이었다. 이 숫자를 안다는 것은 병원 경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가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치를 대가를 수치화할 수 있다면, 병원의 우선순위도 바뀌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해를 입은 환자에 대해 우리가 책임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 실수로부터 배우고 그 숫자를 줄여야 하는 것이 다음 절차로 이어진다.”

그 숫자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인터뷰를 마치며 내게 물었다. 이는 기업의 위기관리에도 똑같이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법정 소송을 어떻게 하면 피할 수 있을까?”라고 묻기 보다는 우리는 과거와는 다른 질문, 좀 더 높은 수준의 더 나은 질문을 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제공한 치료(서비스)에 대해 자랑스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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