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과 전공의 미달 사태, “설 자리 잃고 있는 가정의학과 현실 반영”
가정의학회 이덕철 이사장 "일차의료 담당할 양질 의사 제대로 배출되고 있나"

가정의학과의 위기라는 말이 나왔다. 2020년도 전공의 모집 결과를 본 가정의학과 전문의들 사이에서다.

이번 전공의 모집에서 가정의학과는 기피과 수준으로 지원율이 떨어졌다. 지난해에도 미달이었지만 올해는 그 정도가 더 심각해 빅5병원에서도 미달 사태가 속출했다.

청년의사가 2020년도 전공의(레지던트) 모집 마감일인 지난 27일 전국 수련병원 55개소를 조사해 분석한 결과, 가정의학과를 지원한 의사는 134명으로 배정된 정원(192명)의 69.8%에 불과했다.

가정의학과 전공의를 모집하는 수련병원은 48개소이며 이들 중 54.2%인 26개소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가정의학과 지원자가 한 명도 없는 곳도 9개소였으며 빅5병원 중 정원을 채원 곳은 서울대병원뿐이었다.

이같은 결과에 가정의학과 내에서는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가정의학과의 현실이 반영됐다”는 말이 나왔다.

한 가정의학과 교수는 “가정의학과 전공의 정원을 300명 정도 배정한 이유는 양질의 일차의료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앞으로 더 힘들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내과 3년제 시행과 함께 정부가 발표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으로 상급종합병원이 경증환자 진료를 줄여야 하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대한가정의학회 신현영 보험이사(한양대 명지병원)는 “내과 수련기간 단축으로 3년제인 가정의학과의 이점이 사라졌다”며 “여기에 상급종합병원이 경증 환자 진료를 줄여야 하기에 병원 내에서 상대적으로 경증 환자를 보는 가정의학과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이사는 “내과 3년제 여파와 상급종합병원의 경증 환자 진료 축소 등이 전공의 모집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정의학회는 제도적 한계 등으로 인해 가정의학과가 일차의료를 주도하지 못하는 현실이 문제라고 봤다. 일차의료 강화를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개념 정리부터 필요하다고도 했다.

가정의학회 이덕철 이사장(세브란스병원)은 “국가 차원에서는 양질의 일차의료 인력이 필요하다. 일차의료를 담당할 양질의 의사가 제대로 수련을 받고 배출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가정의학과와 내과는 물론 그 외 다른 과 전문의들도 의원을 개원해 환자를 보고 있다. 그런데 이들을 전부 일차의료 의사라고 봐야 하는 건가”라고 했다.

이 이사장은 “안과나 정형외과, 성형외과 등은 의원급이라고 해도 전문 영역으로 일차의료와는 다르다”라며 “주치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의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의사 인력을 어느 과에서 얼마나 배출할지에 대해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