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존 "환자 수 적어 통계적 유의성 확보 못 해…투여 전 통증 강도 높을수록 효과 뚜렷"

바이오 업체 비보존(대표 이두현)의 비마약성 진통제 '오피란제린(VVZ-149)'이 미국 2b상 임상시험 톱 라인 데이터를 공개했지만, 앞선 미국 2상과 마찬가지로 1차 주요 지표였던 통증 감경에서는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나 회사는 중증도 통증에서 우수한 진통 효능을 확인했다며 현재 진행 중인 3상 결과를 낙관했다.

비보존은 지난 26일 엄지건막류(무지외반증) 절제술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한 미국 2b상 결과, 1차 유효성 평가 지표인 '12시간 통증면적합'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고 밝혔다.

통증면적합은 약물 투여 후 12시간까지 시간대별로 환자가 느끼는 통증 강도를 그래프로 그렸을 때의 면적을 말한다. 통증이 높을수록 통증면적합은 커진다.

이에 대해 비보존은 "이번 임상은 투여 전 통증 강도가 4 이상인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는데, 환자 수가 적어 통계적 유의성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두 집단 간의 차이는 대략 217~290명 환자 수가 확보되면 유의수준 0.05에 도달할 수 있는 수준임을 통계적으로 확인했다"며 "현재 계획하고 있는 300여명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3b상에서 유효성 확증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통감지 환자 백분율'에서는 투약 후 30분 이내에 진통 감지를 누른 비율이 투약군은 70%로 위약군인 20%와 두드러진 차이를 보인다고 했다.

진통감지 환자 백분율은 통증이 줄어든다고 처음 느낄 때 스톱워치를 누르고, 통증이 충분히 의미 있게 줄어들었을 때 다른 하나의 스톱워치를 누른 환자 비율을 말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진통 효과 측정을 위해 제안한 방법이다.

또 통증이 심한 환자일수록 오피란제린의 효과가 좋게 나타난다고 회사는 분석했다.

투여 전 통증 강도가 7 이상인 중등도 환자만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오피란제린 투여 30분 후 통증 강도가 큰 폭으로 감소했고, 이후에도 위약군 대비 평균 통증강도 2 이상의 차이를 보이며 투여 개시 후 24시간까지 효능이 지속됐다는 것이다.

다만 통증 강도는 사전에 측정이 불가능한 데다 엄지건막류 절제술의 경우 환자들이 느끼는 통증 강도가 높은 편이 아니어서 중등도 통증에 해당하는 환자가 많지 않았다는 것이 비보존의 설명이다.

그런데 현재 실시한 3a상은 통증 강도가 높은 복부성형술(abdominoplasty) 환자를 대상으로 하므로 이번 임상보다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비보존은 앞서 미국에서 복강경 직결장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2b상 역시 1차 지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그 이유에 대해 회사는 "모집 환자군의 성·나이 등이 균형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저용량 및 고용량군 모두에서 통증 강도가 위약군에 비해 낮았고, 특히 고용량군의 경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절감 효과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이번 2b상은 앞선 임상과 달리 환자들의 오피오이드 사용에 제한을 뒀고, 오피란제린 투여 시점을 수술 완료 후에서 수술 완료 한 시간 전으로 앞당겨 임상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그럼에도 이번 임상에서 1차 지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에 대해 비보존은 "3상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임상 디자인을 조금씩 변경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에 통증 강도 7 이상의 환자에서 효과가 더 크다는 결과를 얻은 만큼 추후 3상에서는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디자인을 촘촘히 설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비보존은 복부성형술 환자 3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글로벌 3a상 임상시험을 마무리하고 내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추가로 회사는 200명 이상의 엄지건막류 절제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3b상을 실시할 계획이다.

한편, 비보존은 오피란제린을 오피오이드 등 마약성 진통제를 대체할 비마약성 진통제로 개발 중이다.

오피오이드는 통증 완화 효과가 뛰어나지만 남용 등 부작용으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미국은 2017년부터 오피오이드 처방을 강력히 규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체 약물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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