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안전‧전공의 주 80시간 위해 불가피…입원의학센터 설치·교수들과 동일한 근로조건
박규주 과장 “입원전담전문의제 발전‧유지하지 않으면 환자관리 허점 생겨 외과 전체 붕괴 우려”

서울대병원이 의료서비스 향상 및 입원환자 안전을 위해 입원의학전담교수(입원전담전문의)를 대폭 확대한다.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로 인한 인력 부족 문제가 제도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병원은 25일 병원 내 김종기 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입원의학전담교수를 기존 5개 진료과, 11명에서 12개 진료과, 51명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입원전담전문의는 입원환자의 초기진찰부터 경과관찰, 상담, 퇴원계획 수립 등을 전문의가 전담하는 제도로 지난 2016년경 국내에 도입됐으며 현재 36개 의료기관에서 약 175명이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입원환자는 주로 진료과 교수의 책임 아래 전공의가 관리했다. 이로 인해 담당교수는 외래진료, 수술, 교육 등의 스케줄로 환자와의 접촉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입원의학전담교수가 있는 병동에서는 환자가 언제든지 전문의와 상담할 수 있다.

이미 전담전문의를 시행하고 있는 병동을 조사한 결과, 감염 문제가 대폭 감소됐으며 입원 일수도 감소했다.

서울대병원은 입원전담전문의제 확대를 통해 병동에 안정감 있는 전문의가 상주하면 중증질환의 치료 수준이 높아지고 외래 수술 입원 분야별로 전문화가 이뤄지는 동시에 전공의들의 업무가 한결 줄어 수련에 더욱 매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서울대병원은 우선 입원의학센터를 설치하고 내년 1월부터 의료진을 선발한다는 방침이다.

또 기존에 입원전담전문의제를 운영하던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신경외과에는 전담교수를 확대하고 응급의학과, 흉부외과, 신경과, 이비인후과, 비뇨의학과, 안과, 정형외과에는 신규 입원의학전담교수를 배치키로 했다.

입원의학전담교수의 역할과 자격조건, 근무형태는 과별 특성에 맞게 운영되며 입원의학센터가 자리 잡으면 입원전담전문의가 담당하는 병상이 현재 81개(일반병상)에서 604병상(전체 병상의 약 40%)으로 약 7.5배 늘게 된다.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내과 문성도 교수, 박규주 외과장, 정승용 진료부원장, 신상도 기획조정실장, 김동기 진료운영실장

김동기 진료운영실장은 “입원의학센터 운영은 입원 환자에게 전문적이고 포괄적인 진료를 제공함으로써 중증희귀난치복합질환에 대한 진료 수준을 높이고 환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라며 “또 전공의의 입원, 외래, 시술, 수술 등 전 분야의 수련 기회를 확대해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현재 입원의학전담교수는 일반 병상 5%를 담당했는데 내년에는 40%, 3년에 걸쳐 70%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라며 “신규 채용할 전담교수에게 기존 교수들과 마찬가지로 연구실 배정, 학회 참여와 단기연수 등은 물론 각종 복지 혜택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책정하고 급여 및 근무시간도 국내 의료계 최상의 조건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라는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선 입원전담전문의제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외과 박규주 과장은 “전공의 업무를 줄어야하는 트렌드가 있다”면서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 때문에 예전처럼 병원을 운영할 수 없다. 지금 트렌드로 간다면 3년 내에 수술 건수를 현재의 3분의 2이하로 줄여야 하는데 그러면 환자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박 과장은 이어 “현재도 오후 6시가 넘으면 전공의를 수술실에서 뺀다. 남은 수술은 전임의와 교수가 밤에 한다”면서 “만약 전임의 주 80시간 근무가 시행되면 정말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박 과장은 “입원전담전문의제를 발전·유지하지 않으면 앞으로는 병원들의 환자 관리에 허점이 생기고 특히 외과는 전체가 붕괴할 수도 있다”면서 “이 제도를 통해 전공의들도 더 효율적인 수련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박 과장은 입원전문전담의제가 외과의 새로운 외연 확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정승용 진료부원장도 “우리 병원은 외과 전공의를 100% 확보하고 있는데도 전공의 주 80시간을 준수하기 위해 수술을 줄이고 있다”면서 “빅5를 제외하면 외과 전공의를 충원하는 곳이 거의 없다. 현재의 시스템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신상도 기획조정실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 서울대병원이 입원의학전담교수의 발전된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며 “특히 책임과 협진을 바탕으로 독립적인 진료권과 의사결정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전했다.

신 실장은 이어 “신임교수 발령을 위해 교육부에 정원 신청을 해둔 상태”라며 “의과대학과도 협의해 교육, 훈련이 이뤄져 안정적인 전담교수 제도가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울러 신 실장은 입원전담전문의제 확대를 위한 정부의 구체적인 계획 마련과 지원을 촉구했다.

신 실장은 “입원의학은 24시간 치료인데 정부가 이에 대한 인력 계획과 보상정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하다”면서 “제도 변경을 내년 1월경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포괄적이고 수준 높은 계획이 나왔으면 한다. 외국 연구를 보면 (입원전담전문의제가)불필요한 검사 및 재원일수를 줄여 재정 절감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대병원은 내달 3일 오후 6시 30분, 병원 내 임상제2강의실에서 ‘입원의학전담교수 채용 설명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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