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정책연구원 이은경 원장 "관행수가 인정돼야…시범사업 재정, 2000억원 이상 바람직"
복지부 "시범사업 통해 첩약 안전성, 유효성, 경제성 평가 추진"…시범사업 시작 해 넘길 듯

올해 안에 시행키로 했던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첩약수가를 둘러싼 정부와 한의계간 줄다리기로 지체되고 있는 모양새다.

대한한의사협회 최혁용 회장은 이미 회원들에게 관행수가 보전, 원내탕전 중심, 의약분업 불가 등의 3가지 원칙을 반영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약속한 바 있지만 시범사업 종료 후 본 사업 진입을 고려한 정부는 수가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의협 한의학정책연구원 이은경 원장은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의약 발전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첩약 건강보험 추진의 배경 및 필요성’을 주제로 한 발제를 통해 정부와 논의 중인 시범사업 세부 시행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이 원장에 따르면 한의협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11개 상병을 대상으로 약가와 행위를 구분한 포괄수가제 지불 방식으로, 현행 자동차보험의 첩약 수가 수준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에 의뢰해 진행했던 ‘첩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기반 구축 연구’ 최종보고서에 제시된 ‘포괄지불모델’ 수가체계와도 동일한 것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에서 고시한 1첩당 7,360원, 1제(20첩)당 14만7,200원 가량이다.

이 원장은 시범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관행수가를 인정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의료행위로 이뤄지는 관행들이 최대한 반영돼야 제도가 진행될 수 있다”며 “기존에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안 됐던 이유도 한의사 개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치료 방식이나 가치들이 급여를 통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전체 한약 규모가 보약이나 공진단을 제외하면 1조6,000억원 정도인데 11개 상병을 갖고 작동 가능한지 보기 위해서는 시범사업 재정규모는 2,000억원 이상이 돼야 할 것”이라며 “정부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상병마다 다양한 처방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환자 증상에 따라 가감 허용하도록 해야 한다. 기준 처방을 두되 관행들은 과감히 인정해야 한다”면서 “한의계도 규격품 제도, 부작용 보고 등 인정받아야 하고 시범사업 통해 긍정적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한의계에서 제시한 내용을 토대로 논의하고 있으나, 시범사업이 진행되더라도 첩약에 대한 안전성, 유효성, 경제성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 정영훈 과장은 “비급여 가격을 건강보험 수가에 맞추려다 보니 (시범사업 추진)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리고 있다. 마무리 단계고 이 원장이 제시한 부분은 공식적인 내용은 아니나 한의협에서 제시한 내용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그러나 “한의약 발전을 양적, 질적 부분으로 생각해보면 첩약 급여화로 (한의원을 내원하는 환자 수가) 양적으로 증가하더라도 결국 질적 부분이 담보돼야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적 증가와 더불어 질적 효과를 시범사업을 통해 한의약 영역에서 만들어 내야 한다”고 전제했다.

정 과장은 “시범사업은 최종관문이 아니라 1차 관문이다. 시범사업에서 증명이 돼야 확대할 수 있지 않겠나”며 “아직 남은 과제가 많다”고도 했다.

이창준 한의약정책관도 “단순히 시범사업을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시범사업을 통해 국민 호응을 얻고 우려로 제시된 첩약 안전성, 유효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첩약의)급여권 진입을 위한 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정책관은 “당초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방안은 속도가 늦어지고 있지만 종합적으로 검토해 국민에게 신뢰감을 얻고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 진행할 계획”이라며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올해 안에 마무리 짓고 내년부터 시범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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