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성 교수 "의대교수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문화 바꿔야…환자안전 위해서도 개선 필요”

아주대병원 교수 10명이 학교법인 대우학원을 상대로 교원 신분인 의대교수들에게 ‘연가보상비’를 지급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송을 제기한 교수들은 이번 소송이 열악한 의대교수 근무환경 개선의 시발점이 되길 바라고 있다.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노재성 교수(병원 홈페이지 발췌).

소송에 참여한 아주의대 정신건강의학과 노재성 교수는 지난 21일 본지와 통화에서 이번 소송이 가진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노재성 교수에 따르면 이번 소송은 지난해 아주대병원 교수들이 병원을 상대로 연가보상비 지급을 요구하며 내용증명을 발송한 것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교수들의 연가보상비 지급 요구에 대해 병원 측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교원 신분인 교수들은 사립학교법에 따라 연가보상비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이유다. 교원의 경우 통상적으로 방학이 있기 때문에 연가보상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처럼 병원 측이 연가보상비 지급을 거부하자 의대교수 10명은 뜻을 모아 대우학원을 상대로 연가보상비 지급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법적으로 연가보상비 지급 대상이 아닌 것은 교원들에게 방학이 있기 때문인데, 의대교수들에게는 방학이 없으니 일반 노동자와 같이 연가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노 교수는 “방학이 있는 교원들은 법상 연가보상비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의대교수는 일반적인 교원과는 다르다”며 “우리가 연가보상비 지급 소송을 제기한 것은 교원으로서 의대교수가 아닌 병원에서 일하는 근로자로서 의대교수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교수는 “이런 소송을 제기하면 병원에서 미움받을 수 있는데, 그나마 정년을 보장받은 교수들은 할 수 있다. 그런 뜻으로 교수 10명이 모였다”며 “후배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소송은 단순히 연가보상비를 받기 위한 의미가 아니라 의대교수가 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로 대우받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노 교수는 “이번 소송은 의대교수들의 지위를 확인하는 의미가 있다. 의대교수들은 병원에서 노동자로 일하고 있지만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연가보상비 지급을 요하는 소송이지만 이를 통해 의대교수에 대한 전체적인 근로환경을 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교수는 “최근 전공의특별법 시행 등으로 교수들이 당직을 서는 경우도 많아지는 등 의대교수들의 업무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며 “의사들이 힘들어지는 것은 환자가 위험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대교수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통해) 환자가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노 교수는 “휴가를 가는 이유는 (노동자들이) 충분히 쉰 후 일을 더 잘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의대교수들에게 연가보상비를 주지 않는 시스템은 병원에만 유리한 시스템이다. 이런 시스템을 유지한다는 것은 건강한 문화가 아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노 교수는 “이번 소송을 통해 이런 문화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병원에서 일한 20년 동안 받지 않은 연가보상비를 받고자 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 문화를 바꾸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아주대병원에서는 노 교수 등이 진행하는 소송 외 법상 교원이 아닌 진료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연가보상비 지급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교수들이 연가보상비 지급을 요구하자 병원 측이 지난 4일 진료교수들에게 연가보상비 포기를 뜻하는 각서를 받은 게 화근이 됐다.

아주대의료원 교수회는 “(연가보상비 지급 관련) 근로감독이 있을 예정이라고 알려지자 4일부터 병원장을 포함한 의료원 보직자들이 진료교수를 모아서 연가보상비를 포기한다는 각서를 받기 시작했다”며 “연가보상비를 받고자 하면 진료교수로서 받는 지원을 중단하고 촉탁의 신분을 선택하라고 압박하면서 연가보상비 포기각서를 종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수회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병원 측은 연가보상비 포기각서가 아니라 ‘동의서’를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병원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포기각서가 아니라 (연가보상비를 받지 않겠다는) 동의서를 받은 것으로 강제가 아니다”라며 “(병원 내부적으로) 진료교수들은 사립학교법상 교원인 교수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 이 대우를 계속 받을지 연가보상비를 받을지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진료교수들은 교수와 동등한 대우를 받기 때문에 근태관리를 하지 않고 (진료와 관련한) 인센티브도 받고 있다”며 “교수와 같은 대우를 받으면서 근로자와 같이 연가보상비를 받겠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 관계자는 “이 문제와 관련한 근로감독이 진행됐기 때문에 결과를 봐야 할 것”이라며 “(노재성 교수 등이 제기한) 소송은 소송결과가 나올 때까지 병원 측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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