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학제 진료 효율성 높여 암 환자 맟춤형 치료 이끄는 것 목표
마르코 총괄 "IBM 왓슨과는 접근 달라…차별화된 플랫폼"

의료진이 암 환자에게 적합한 맞춤형 치료를 결정할 때 보다 효율적으로 사례를 검토하고 정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데이터 통합 정보 플렛폼이 한국에 상륙했다. 한국로슈진단이 개발한 '네비파이 튜머 보드(NAVIFY Tumor Board)'가 그것이다.

한국로슈진단은 지난 2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네비파이 출시 소식을 알렸다.

튜머 보드는 종양내과의사, 외과의사, 방사선 전문의 등 각 분야 전문의들이 모여 환자들의 케이스를 검토하고 적절한 치료법을 결정하는 의사결정 과정이다. 미국임상종양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의료진은 평소 튜머 보드에 의존해 최종 진단을 내리며, 튜머 보드에서 논의된 정보를 바탕으로 치료계획을 자주 변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 430명 중 89%가 치료 결정에 조언을 구하기 위해 튜머 보드에 참석한다고 답했으며, 응답자의 20%는 튜머 보드가 항상 치료 및 진단상의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하지만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 옵션을 제공하기 위해 바이오마커, 방사선 영상, 종양 정보 등에 대한 최신 임상 결과 및 관련 문헌을 일일이 찾아 정리하고 정기적으로 업데이트 하는 작업은 번거로운 과정이다. 이에 로슈진단은 효율적으로 환자 사례를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개개인에게 적합한 맞춤형 치료를 지원해 의료진의 의사 결정을 돕는 데이터 통합 정보 플랫폼 네비파이를 개발했다.

한국로슈진단 마르코 발렌시아 산체스(Marco Valencia Sanchez) 로슈진단 아태지역 CDS 총괄

한국로슈진단 조니 제 대표이사는 "로슈그룹은 '맞춤의료'를 핵심 전략으로 삼고 맞춤 의료 서비스 실현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이번 네비파이 튜머 보드 국내 출시를 발판으로 본격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네비파이 튜머 보드는 종양 전문의, 방사선 전문의, 외과의사 종양위원회 준비 시간을 각각 53%, 12%, 8% 단축시키며 환자 상태를 종합적으로 관찰하고 관리할 수 있다.

또 다학제 진료가 필요한 환자 치료에 있어 환자 자료를 취합하고 의학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표준화할 수 있다. 현재 미국, 유럽 등 20개국에서 론칭됐으며 이달 국내에도 진출했다.

마르코 발렌시아 산체스 CDS(Clinical Decision Support, 임상적 의사결정 지원) 아태지역 총괄은 "일반적으로 병원 내에서 의료진들이 환자 데이터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수집 및 보관해 데이터가 모두 분산돼 있다"며 "네비파이는 이러한 데이터를 모아 최상의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임상시험을 매칭시키는 애플리케이션(앱)이 더해진다. 이 앱은 미국, 독일, 유럽 등 11개 임상시험 국제 등록소로부터 나이, 성별, 생체지표 및 다양한 종양 정보 등을 종합해 임상시험 옵션을 도출한다. 종양 치료팀이 관련 임상시험 정보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재 네비파이는 국내 일부 대형병원에서 평가(evaluation) 과정을 진행 중이다.

한국로슈진단 윤무환 CDS 본부장은 "여러 반응이 나오고 있는데 기존에 쓰던 플랫폼보다 프로세스가 깔끔하고 직관적이라는 평이 많았다"고 전했다.

과제도 있다. 가장 큰 장벽은 현재 병원 내 EMR과 연동되어 있지 않아 일일이 데이터를 기록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윤 본부장은 "EMR과의 연계는 반드시 필요한 절차라고 생각한다"며 "물론 병원은 자신들 내부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옮기는 것에 대해 심리적 저항감이 있다. 하지만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클라우드 외 다른 대안을 찾기는 힘든 상황이다. 조만간 이러한 저항감이 낮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IBM '왓슨 포 온콜로지(이하 왓슨)'와의 차별성 문제도 제기됐다. 왓슨 역시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암 환자 데이터를 입력하면 과거 임상 사례, 관련 논문들을 의료진에게 제시한다. 하지만 국내 의료 환경과의 괴리감으로 왓슨은 비용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산체스 총괄은 "왓슨과 네비파이는 접근법이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네비파이는 의료진의 업무 효율성을 높여 의료진들이 서로 토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래서 더 좋은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따라서 (왓슨과) 네비파이를 일 대 일로 비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본부장도 "국내 의료 환경과의 괴리감과 관련해 아직 네비파이가 국내 환경을 100% 이해한다고 자신할 순 없다"면서도 "현재 진행하는 평가를 토대로 국내 의료 현실에 맞도록 수정과 업데이트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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