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사 소셜미디어 사용 가이드라인(안)’ 공개…서문 및 본문 7개 항목으로 구성
선제적 준비에 법학계 긍정 평가…의견수렴 등 최종 발표까진 다소 시간 필요할 듯

대한의사협회가 의사들의 올바른 소셜미디어 사용을 위해 가이드라인 마련 작업에 착수한 지 1년 만에 대략적인 밑그림을 내놨다.

다만 표현의 자유와의 균형 및 소셜미디어 특성을 반영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옴에 따라 최종 결과물이 나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양대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신현영 교수(의협 의사 소셜미디어 사용 가이드라인 개발 TF위원)는 지난 14일 의협 용산 임시회관에서 열린 ‘의사 소셜미디어 사용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그간 TF에서 마련한 가이드라인(안)을 공개했다.

가이드라인(안)은 먼저 ‘소셜미디어’를 ‘사용자가 전자정보의 형태로 정보를 생성하고 공유할 수 있는 인터넷 기반 플랫폼이나 어플리케이션을 총칭한다’고 정의했다.

이어 서문에서 “현대 사회에서 소셜미디어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던 개인이 정보를 직접 생산하고 공유하는 것을 가능케 함으로써, 개인의 의사 표현에 있어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면서 “특히 의사의 소셜미디어 사용은 대중들에게 보건의료 정보를 제공해 소통의 기회를 확대하고, 온라인에서의 직업 전문성을 확고히 하는데 기여할 수 있고 대중이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사용에는 특별히 주의가 요구된다”면서 “작성 즉시 그 내용이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될 위험이 있고, 내용을 추후 취소하거나 수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또 “대중은 의사의 사적인 소셜미디어 상의 내용을 근거로 해당 의사와 의료전문가 전체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다”면서 “따라서 의사 개인이 이러한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소셜미디어를 단순한 사적 공간으로 간주해 비전문적이거나 부정확하지 않은 정보 또는 의견을 게시하는 경우, 환자-의사 관계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환자, 사회, 그리고 동료 전문직에게 유지해야 하는 신뢰를 깨트릴 수 있다는 것.

이에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의사는 전문직종의 소셜미디어 사용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환자와 동료에 대한 존중의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협회는 세계의사회를 비롯한 해외 단체들의 의사 소셜미디어 사용에 대한 권고 및 지침에 발맞춰 의사 소셜미디어 사용 가이드라인(지침, 준칙)을 정하고자 한다”고 했다.

가이드라인(안) 본문에는 ▲개인의 정보(비밀) 보호 ▲정보의 적절성 ▲환자와 의사의 관계 ▲전문가로서의 품위 ▲의사(동료)간 커뮤니케이션 ▲의사의 소셜미디어 사용에 대한 교육 ▲이해의 충돌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개인의 정보(비밀) 보호와 관련해선 “의사는 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관련 법규와 의사윤리지침이 소셜미디어의 사용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걸 알고 있어야 하며, 식별 가능한 환자 정보를 게시해서는 안 된다”면서 “교육이나 학술교류, 또는 동료 의사와의 정보교환을 위해 소셜미디어를 사용할 경우, 의사는 개인정보 보호 및 비밀보장을 위한 의사윤리지침을 준수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정보의 적절성에 대해선 “의사는 소셜미디어에 정확하고 적절한 내용의 의학적 정보를 게시해야 하며 시한 의학적 정보를 모니터링하여 수정·보완하도록 노력한다”면서 “동료 의사나 타인에 의해 소셜미디어에 게재된 의학적 정보가 정확하지 않거나 부적절한 경우, 이를 지적하고 바로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또 “소셜미디어를 통해 환자와 소통하는 경우, 의사는 의사윤리지침에 따라 환자-의사 사이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며 의사는 소셜미디어 상의 자신의 개인 정보 공개 수준과 게시물의 공개 범위 설정에 있어 신중해야 한다”면서 “소셜미디어 사용에 있어 사적 목적과 공적 목적의 사용을 분리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부적절한 소셜미디어의 사용은 의사 개인의 전문가로서의 권위와 품위를 손상시킬 뿐만 아니라 동료 의사를 포함한 의료계 전체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부정적 인식을 유발할 수 있음을 인지하도록 한다”면서 “동료의 부적절한 소셜미디어 사용으로 전문가로서의 품위가 손상되고 있다고 판단 될 때, 의사는 해당 동료에 대한 전문가로서의 권고를 통해 이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그럼에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때에는 이를 의협에 알리도록 한다”고 당부했다.

더불어 “소셜미디어를 통한 동료 의사와의 소통은 전문성과 신뢰에 바탕한 상호 존중의 원칙을 지키도록 하며 의사단체와 의학교육기관은 의사의 적절한 소셜미디어 사용에 참고가 될 수 있는 사례와 사용 지침,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서 “이와 함께 의사의 소셜미디어 사용이 종종 이해의 충돌(conflict of interest)에 직면 할 수 있음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신 교수는 “앞으로 의사들이 소셜미디어를 사용함에 있어 ‘최소한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가이드라인(안)을 만들었다”면서 “추후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해 이를 확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이날 공개된 가이드라인(안)에 대한 평가 및 개선사항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고대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은백린 교수는 “전문가 집단으로서 자정활동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가이드라인 제정을 환영한다”면서 “정보나 콘텐츠 교류 촉진, 대화의 편의, 소셜미디어 이용자끼리의 집단 형성, 이용자의 정체성 구현 등 소셜미디어의 순기능이 많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은 교수는 또 의협 대의원회 카카오톡 대화방을 부적절한 소셜미디어 사용의 예로 들기도 했다.

은 교수는 "14일 오전 6시 15분부터 오후 5시까지 82건의 글을 대의원 9명이 올렸다”면서 “그 안의 내용을 보면 같은 의사를 디스(disrespect의 준말)하는 이야기가 너무 많이 올라왔다”고 지적했다.

또 “카톡에 계속 나오는 게 진영논리,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 서로가 이것에 매몰돼 있는 느낌이 든다”면서 “토론도 암묵적인 룰이 존재한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전문가로서 배려와 이해, 경청을 하면서 SNS를 이용하면 훌륭한 지성인의 롤 모델이 될 것이다. 의사 사회에서 SNS를 잘 이용하면 전 국민들이 SNS를 건전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이 또 하나의 의사를 옥죄는 규제가 될 수 있기에 표현의 자유와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최주혁 정보통신이사는 “가이드라인 자체도 결국 의사들에 대한 제재수단으로 해석하는 의사들이 많다”면서 “의사들이 오랫동안 세무조사나 동료의사에 대한 감시, 현지실사 등 각종 규제와 감시에 시달려 온 게 사실이다. 온통 ‘규제 속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는데 또 하나의 규제가 생긴 것에 대해 불편해 하는 사람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면서 “표현의 자유와 전문가로서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적절한 균형점을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소셜미디어 분류를 보다 세분화해 그 특성에 따른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우민지 정책국원(고대구로병원 안과)은 “카카오톡이나 밴드,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미디어는 각각의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면서 “글이나 영상을 올리는 SNS와 채팅을 하는 SNS를 구분해야 한다. 각각의 앱에 대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는 어렵지만 업로드 하는 방식에 따라 보다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층은 경험이 적어서 소셜미디어에 대한 사회적 파급력을 잘 모를 수 있다”면서 “젊은 층에서 교육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이드라인이 세부적으로 만들어지면 의대에서 학생들을 교육할 때 사용됐으면 한다”고 피력했다.

연세의대 의료법윤리학교실 이일학 교수는 “가이드라인 마련이 의사들에 대한 환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라면 환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필요하다”면서 “가이드라인 안에 그런 내용이 더 포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법학계는 의료계가 선제적으로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선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순구 교수는 “의사의 직업적 특성, 사회적 지위 등을 고려했을 때 일반적인 수준보다 높은 수준의 SNS 윤리가 요구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의사 집단에서 스스로 일반적인 위치보다 높이 있다는 걸 나타내는 자부심의 표현”이라고 평했다.

또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는 많은 경우 상대방에게 영향을 주게 돼 있고 명예나 기타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면서 “이에 우리 헌법을 포함해 여러 나라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한계를 정해놓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굉장히 균형 있게 가이드라인(안)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다만 문 교수는 “가이드라인(안)의 형식적인 측면에서 약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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