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회 조준필 회장 "응급실 과밀화가 걸림돌…정책적으로 풀어야"

응급의료전달체계시스템 구축을 위해 외상센터 등 각종 센터를 만들 것이 아니라 응급실을 기반으로 골든타임 치료를 하고 이후 처치를 의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신의 병명도 모르는 환자와 환자를 이송하는 소방당국이 응급실과 각종 센터 사이에서 고민하게 하지 말고 일단 응급실로 보내 처치 후 적절한 기관으로 이송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응급의학회 조준필 회장은 최근 열린 응급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본지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조 회장은 응급의료전달체계와 관련해 “현재 외상, 심혈관, 뇌혈관 등 분야별로 센터를 만들고 응급환자 처치를 하고 있는데, 환자 증상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응급실로 오게 된다”며 “하지만 환자가 병명을 모르는 상황에서 (환자나 소방에서 기관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관련 예산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외상외과를 예로 들면 외상외과 전문의들은 (주로) 복부수술을 하는 전문가들이다. 하지만 외상환자 중 복부수술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며 “대부분 중증환자들에게 골든타임에 제공돼야 하는 것은 외과소생술”이라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이미 구축돼 있는 응급의료시스템을 잘 활용하면 골든타임에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통한 외과소생술이 충분히 제공되고 이후 필요한 수술이 제공되는 시스템이 정상적인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응급의료전달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인 응급실 과밀화는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도 했다.

조 회장은 “(응급실을 기본으로 한 응급의료전달체계의) 가장 큰 맹점은 응급실이 붐빈다는 것”이라며 “경증환자 응급실 이용이 문제라고 하는데, 이는 정책적 요인이 크다. 가까운 곳에 좋은 병원 있는데 안가는 환자는 없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정부에서도 (대형병원 응급실 경증환자 이용이) 문제라고 하는데, 그런 이야기를 할 것이 아니라 책임있는 사람들이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응급구조사 업무범위 확대와 관련해서는 필요하지만 면허체계를 흔들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면허제도는 국가가 만든 제도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 예를 들어 의사가 하는 여러 행위 중 다른 의료인이 배워서 할 수 있는 행위가 있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현재 응급구조사 면허범위가 있는 상황에서 자격범위를 넘어서는 행위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은 안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회장은 “응급환자 이송 시 응급구조사의 심전도 등 필요한 부분이 있다. 이런 부분은 하게 해줬으면 하지만 (응급환자 이송과 관련없이) 모든 응급구조사가 할 수 있게 면허범위에 포함시켜달라는 식으로 주장하면 논의가 어려워 진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응급구조사가 병원 전단계로 심전도를 측정하고 이를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보고 준비하게 하는 시스템은 찬성하지만 이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는 다른 문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응급의료 전달체계 외 응급실 폭행, 응급실 진료 책임 문제 등에서도 밝혔다.

우선 응급실 폭행과 관련해 “규모가 큰 병원은 비교적 환자도 자제하고 보완요원 등 시스템도 잘 갖추고 있지만 열악한 병원들은 여전히 힘들다”며 “우선은 보안요원 강화 등 실현 가능한 방법부터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관련 비용에 대한 정부 지원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응급실 진료 후 환자사망 시 책임과 관련해서는 “응급의학과는 처치가 진단에 앞서야 하는 과다. 이같은 우선순위에 기반한 처치를 하는 사람들이 응급의학과 전문의인데, 처치 전 엑스레이 확인을 안했다는 이유 등으로 처벌받아서는 안된다"며 "최근 사례는 어이없는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올해로 임기가 종료되는 조 회장은 30주년을 맞은 응급의학회의 향후 발전을 위해 전체 보건의료체계에서 응급의학과가 해야 할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회장은 “대한민국 의료의 큰 틀에서 응급의학과가 존재하는 것이지 응급의학과만 홀로 존재할 수는 없다. 응급의료만 따로 놓고 발전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의료 전체 틀에서 응급의료 발전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의료전달체계 논의 등 정부와 의료계 간 협의 시 응급의학계 참여가 늘고 직접적으로 논의를 주도할 수도 있어야 한다”며 “특히 응급의학 공급자 중심이 아닌 환자 중심에서 생각해야 현실을 개선하고 향후 30년 발전 기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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