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위 장병규 위원장 "개인 주도형 방식으로 접근…국민공감대 형성에도 유리"
의료정보학회 이영성 이사장 "원격진료, ‘코어(core) 진료’→‘보완 진료’ 방향이 적합"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와의 융합이 보건의료산업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그 핵심 키워드인 개인의료정보 활용을 ‘애플사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장병규 위원장은 지난 8일 대구 경북대학교 글로벌플라자에서 열린 2019 대한의료정보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을 통해 이같이 피력했다.

‘4차산업혁명과 바이오헬스’라는 주제로 강연한 장병규 위원장은 “헬스케어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선 개인정보 활용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위원회는 이를 핀란드형 중앙집중식 보다 미국 애플사의 개인 주도형 방식이 국민 공감대 형성에 나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피력했다.

장병규 위원장에 따르면, 핀란드는 550만명 전체 인구의 유전자 정보 등 개인정보를 국가 차원에서 모아 연구, 산업 등의 목적에 활용토록 하고 있다. 위원회도 정책 개발 초기 이러한 방식을 채택코자 했으나 반발이 거세 포기했다.

장병규 위원장은 “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국민들 입장에서 불안하고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국민들이 이렇게 느끼고 있어 사회적 합의와 법적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핀란드에서도 국민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7~8년이 걸렸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장 위원장은 “현재 추구하는 건 애플이 진행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라며 “애플은 제휴한 의료기관이 개인 스마트폰에 데이터를 제공, 개인이 데이터 소유권을 갖고 보험사 등에 등에 필요할 때 제공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러한 방식이 한국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렇게라도 개인정보를 활용할 있도록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장 위원장은 또 “원격의료 논란, 개인정보 활용 문제 등 국민들의 오해와 불신이 크다”면서도 “한국은 전국민 의료보험 체계를 갖춰 빅데이터로 활용할 수 기반이 갖춰져 있으며, 의대에 좋은 인재들이 몰려 있어 미래가 밝다. 정부가 능동적으로 대처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면 보건의료산업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원격의료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기조강연에 앞서 진행된 의료정보학회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이영성 이사장(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은 “국내 원격진료의 방향은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는 ‘코어(core) 진료’에서 암이나 고혈압 등의 치료를 받은 환자의 2차 관리 등을 위한 ‘보완 진료’로 가야한다”고 피력했다.

이영성 이사장은 “원거리 진료가 불가피한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 지리적, 기능적 원격진료가 주는 이점은 적다. 정부가 이를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쉽지 않다. 여기에 (원격진료 허용 시) 1차 의료기관들도 (대형병원에) 환자를 뺏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며 “원격진료를 부차적으로 이용토록 하면 이러한 우려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원격진료 활성화를 위해선 “보다 구체적 모델을 시범사업을 통해 제시하고, 효과가 확인될 경우 급여를 인정하게 되면 향후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정보학회 정호영 회장(경북대병원장)은 “원격의료는 의료계에서 적합한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8일과 9일 양일간 열린 의료정보학회 학술대회는 장병규 위원장의 기조연설 외에도 의료정보 국제표준화회의(ISO/RC215) 해외전문가들이 연자로 참여하는 심포지엄과 진료정보교류,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 인증제, 인공지능 의사 ‘닥터앤서’ 등을 주제로 한 발표와 논의가 진행됐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