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11.19 화 18:17
상단여백
HOME 뉴스 산업
"전자담배는 '무법지대'와 같아, 결국 니코틴 중독"캘리포니아의대 로버트 안테넬리 교수, 금연치료에 있어 '바레니클린' 효과 및 안전성 강조
  • 김윤미 기자
  • 승인 2019.11.11 06:00
  • 최종 수정 2019.11.11 06:00
  • 댓글 0

최근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폐손상 의심사례가 국내에서도 보고되며, 보건복지부가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사용 중단을 강력히 권고하고 나섰다.

금연을 위한 중간 단계로 여겨졌던 전자담배가 심각한 안전성 이슈에 휘말리며, 금연의 방향성이 근본적으로 니코틴 중독 치료가 돼야 하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금연치료 보조요법에서 최우선으로 권고되는 '바레니클린'과 '부프로피온' 그리고 '니코틴 대체제(NRT)'에 대한 관심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이에 지난 1일 한국중독정신의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를 위해 방한한 캘리포니아대학 신경정신과 로버트 안테넬리(Robert Anthenelli) 교수를 만나 금연치료제들의 주요 신경정신과적 안전성 연구 결과와 임상적 의의, 니코틴 중독 및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성 이슈에 대해 들었다.

로버트 안테넬리 교수는 금연치료 및 중독치료 전문가이자, 금연치료제들의 신경정신과적 안전성을 평가한 대규모 임상 EAGLES 연구의 임상책임자(PI)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대학 신경정신과 로버트 안테넬리(Robert Anthenelli) 교수

-2016년 발표된 EAGLES 연구의 PI로 알고 있다. EAGLES 연구의 진행 배경 및 과정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EAGLES 임상은 금연치료제에 대한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청(EMA)의 시판 후 안전성에 대한 추가 모니터링 요구에 의해 진행됐다. 당시 여러 국가의 규제기관에서 금연치료 약물인 '바레니클린'과 '부프로피온' 보유 제약사들에 신경정신과적 질환이 있는 흡연자를 대상으로 대규모의 금연보조제 안전성 및 유효성 평가 연구를 요구했다.

이에 전 세계 16개국에서 총 8,144명의 흡연자를 대상으로 한 EAGLES 연구가 진행됐다. EAGLES는 동일한 수의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흡연자와 그렇지 않은 흡연자를 대상으로 현존하는 금연치료 보조요법의 안전성과 효과를 직접 비교한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이중맹검, 무작위대조 연구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금연치료에서 EAGLES 연구 발표 전과 후 달라진 점은.

EAGLES 연구가 금연치료 분야에 미친 영향은 매우 크다. 미국 FDA는 2016년 12월 '바레니클린'과 '부프로피온' 모두의 제품설명서에서 신경정신과적 안전성에 대한 블랙박스 경고문을 삭제했다. EMA에서도 유럽 내 해당 제품의 허가사항에서 경고 문구를 제거했으며 캐나다, 프랑스, 이스라엘에서도 비슷한 조치들을 이어졌다.

이러한 규제 당국의 조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EAGLES 연구를 통해 금연치료제의 '위험편익비(Benefit-Risk Ratio)'에 대한 이해가 재정립됐다는 것이다. 연구결과, '바레니클린'의 경우 정신과적 병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모두에서 높은 금연치료 효과를 보였다. 그리고 신경정신과적 이상반응 발생률 또한 정신과적 병력이 없는 환자의 경우 1.3%로 매우 적게 나타나 안전성을 입증했으며, 정신과 병력이 있는 환자 중 6% 정도에서만 중등도에서 중증 이상의 신경정신과적 이상반응을 보였다.

EAGLES 연구는 과거 산발적으로 보고됐던 신경정신과적 이상반응에 대해 정량화된 발생률 데이터를 제시함으로써 흡연자와 규제기관 모두에게 안심할 수 있는 처방 근거를 제공했다.

-최근 EAGELS의 2차 분석연구인 OMNIBUS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2차 분석을 진행한 이유와 그 결과에 대해 설명해달라.

추가 분석을 위한 EAGLES OMNIBUS 연구는 사전부터 계획하고 있었다. 란셋(Lancet)에 게재된 EAGLES 논문은 학회지의 제한된 분량으로 인해 주요 결과들만 포함할 수 있었다. 이에 추후 신경정신과적 코호트를 더욱 상세히 게재하고자 ‘신경정신과적 병력이 있는 환자' 집단(코호트)을 세부적으로 분석하여 다시 논문 게재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후 동료 연구자인 하버드의대 이든 에빈스(Eden Evins)를 제1저자로 하여 임상정신약리학저널(Journal of Clinical Psychopharmacology)에 OMNIBUS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EAGLES 연구에서는 신경정신과적 장애를 하나의 코호트로 정의했지만, OMNIBUS 연구는 이를 기분장애, 불안장애, 정신병적장애, 경계성 인격장애로 구체적으로 분류함으로써 '바레니클린', '부프로피온', '니코틴 대체제(NRT)', '위약'이 각 집단에 미치는 영향을 세부적으로 분석했다는 특징이 있다.

그 결과, 어떠한 특정 약제에서도 신경정신과적 이상반응이 특별히 두드러지지 않았으며, 모든 환자군에서 심지어 위약군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이상반응이 나타났다. 또한 정신질환 병력과 상관없이 모든 대상군에서 '바레니클린'이 가장 높은 금연치료 효과를 나타냈으며, '부프로피온'과 NRT도 위약 대비 높은 금연치료 효과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정실질환자의 금연을 적극적으로 돕고자 하는 신경정신과 전문의들에게 상당히 반가운 결과다. 금연치료제의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됨에 따라 많은 정신질환 흡연자들에게 처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니코틴 중독은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에 비해 덜 알려져 있다.

니코틴 중독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다. 중독으로 인한 사망률을 살펴보면 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담배와 관련된 질환으로 사망하는 인구는 600만~800만명이다. 미국의 경우 매년 48만명이 흡연 관련 질환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사망자는 8만명, 마약은 6~8만명으로 보고 있다. 다른 중독과 비교했을 때도 거의 10배 이상의 사람들이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하고 있다.

마약이나 알코올 등이 신문의 헤드라인을 더 많이 장식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인류를 통틀어 가장 많은 사망 사례를 낳은 것은 담배, 즉 니코틴 중독이다. 20세기만 하더라도 흡연으로 인한 사망인구는 1억명에 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21세기에는 10억명이 담배로 인해 사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당히 충격적인 데이터지만 결국 흡연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려주는 결과다. 또한 한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금연사업의 중요성을 재조명해주는 수치이기도 하다.

-전자담배 등 일반 궐련을 끊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대체 제품들이 끊임없은 출시되는 것을 보면 금연치료의 방향이 니코틴 중독을 치료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로버트 안테넬리(Robert Anthenelli) 교수

맞다. 가열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 모두 일반 궐련보다는 덜 유해하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지만, 애당초 궐련보다 더 유해한 것은 없다. 그동안의 금연치료는 니코틴 중독 치료라는 방향으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금연치료제가 아닌 새로운 제품들을 중독의 차선책으로 대체하는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흡연뿐만 아니라 마약을 포함한 모든 중독 분야에서 어쩔 수 없는 대안으로 수년째 도입되고 있다. 그럼에도 일반인 입장에서는 다양한 전자담배가 출시되는 이 상황이 상당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개인적으로는 담배 제조사에 의해 의도된 혼란이 아닌가 생각한다.

전자담배는 정신없는 무법지대(wild west)와 같다. 현재 가장 큰 관심은 전자담배를 사용했을 때 과연 금연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이며, 이를 살펴보는 무작위대조 연구들이 다수 진행됐다.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중간 정도의 금연효과를 보인다. 니코틴이 포함된 전자담배와 미포함 전자담배를 비교하면 니코틴 포함 전자담배가 2배 정도의 금연효과를 보이나, 니코틴 대체제와 비교했을 때 더 우수한 금연 효과를 보이지는 않았다.

또 영국에서 진행된 액상형 전자담배(Vaping) 관련 연구에 따르면 전자담배가 궐련의 흡연을 막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문제는 일반 궐련담배를 끊은 흡연자 중 80%가 전자담배를 계속해서 사용했다는 것이다. 결국은 궐련에서 전자담배로 갈아탔을 뿐 계속해서 똑같은 니코틴 중독을 겪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안전성 측면에서 '바레니클린'을 포함한 금연치료 약물은 FDA, EMA, 식약처 등 각국의 규제기관에서 요구하는 까다로운 안전성 및 유효성 입증 과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수십만명의 흡연자를 대상으로 다수의 연구를 진행한 반면, 전자담배는 이와 같은 기준이나 잣대를 적용 받은 적이 한번도 없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Vaping)와 관련된 중증의 폐질환 발생이 지속적으로 보고되며 심각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 미국에서 질환 관련 역학조사를 담당하는 CDC(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에서 모든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해 사용중단 권고 조치를 내렸다. 액상형 전자담배와 관련해 1,300명 이상의 폐질환 발생 환자가 발생했고, 수많은 내원 환자들이 저산소증을 겪고 있어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사망자 수도 이미 30명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됐다.

만약 전자담배가 의약품이었다면 수년에 걸쳐 안전성을 입증한 후 시판됐겠지만, 전자담배는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이 상당히 우려된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러한 제품들은 처음에는 니코틴 의존이나 중독을 겪는 만성 흡연자들을 위해 판매됐지만, 현재는 청소년을 포함한 비흡연자의 흡연 입문 제품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흡연은 청소년 때 시작된다. 미국은 최근 수년간 담배사용량 감소에 성공하며 상당히 고무적인 상황인데, 전자담배의 사용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문제다. 미국에서는 가열담배 사용률은 높지 않지만 청소년을 포함한 대부분이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하고 있다. 포드(pod, 1포드=담배 1갑) 형태의 전자담배는 향미가 많이 가미되어 있는데다 니코틴 함량도 높은데, 청소년들 사이에서 사용이 점점 늘고 있다.

2018년에 미국 청소년 흡연율 조사를 실행한 결과, 2017년에서 2018년 사이 고등학생의 전자담배 사용률은 78%(11.7%에서 20.8%로), 중학생은 48%(3.3%에서 4.9%로)의 급격한 증가를 보였다는 충격적인 데이터가 나왔다. 이 때문에 여러 지자체들, 특히 미국 백악관에서도 가향 전자담배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전자담배의 다양한 향과 소위 '있어 보이는' 디자인(사이즈가 작아서 숨기기도 쉽다) 등이 청소년을 흡연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한 전자담배 제조사들이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어 청소년들이 더욱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제품들도 분명히 니코틴을 포함하고 있으며, 니코틴 중독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개인적으로 향후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한국 역시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폐질환 의심 사례가 발생했다. 또 청소년들의 전자담배 이용률 증가도 미국과 비슷하다. 한국의 금연치료에 대해 조언하면.

힘든 환경 속에서도 한국은 흡연율 감소를 위해 여러 노력을 해왔고, 그 성과도 좋다고 생각한다. 1998년에 66%에 달하던 남성 흡연율을 현재는 40% 이하로 떨어뜨렸다고 들었는데, 이는 정말 훌륭한 결과다. 그리고 이를 이룩하기 위해 소위 정공법을 사용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WHO의 담배규제기본협약에 기반한 적절한 규제 및 조치, 의학을 기반으로 한 근거 중심의 금연치료제 사용 등을 통해 흡연율을 감소시켰고, 흡연 예방 또한 성공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종류의 신종 담배가 '안전성'을 주장하며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제품들은 규제기관의 심사 대상이 된 적이 없으며, 안전성을 입증한 적이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신종 담배가 일반 궐련의 대안책으로 등장하면서 금연 시도나 노력이 많이 감소하고 있는데, 이는 대형 신종담배 회사들이 바라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가 그동안 시행한 금연 사업과 정책 모두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해서 적극적인 금연 정책을 추진하길 바란다.

김윤미 기자  kym@docdocdoc.co.kr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윤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카드뉴스
  • [카드뉴스] 의료데이터도 꿰어야 정보다
  • [카드뉴스] 개 키울 자격 6가지는 무엇일까?
  • [카드뉴스]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의 터닝포인트 ‘알룬브릭’
여백
쇼피알 / 라디오
  • 1
  • 2
  • 3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