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종양내과학회, 동물용 구충제 복용 부작용 사례 수집 중…"구충제 복용 위험성 알리겠다"

일부 암 환자들이 항암 치료를 위해 구충제를 복용하다 부작용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종양내과학회는 부작용 사례를 수집해 암 환자들에게 구충제 복용으로 인한 위험성을 알릴 계획이다.

최근 유튜브에서 비롯된 구충제 항암 효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말기암 환자인 한 유튜버가 펜벤다졸 성분의 동물용 구충제를 복용한 이후 완전관해에 도달했다고 주장하면서 펜벤다졸이 유명세를 탔다. 펜벤다졸 성분 구충제가 품절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달 28일 '펜벤다졸은 동물에게만 허가된 약으로 암 환자가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펜벤다졸과 비슷한 화학구조를 지닌 알벤다졸, 메벤다졸 등 사람 구충제도 항암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구충제를 해외구매 하는 등 열풍이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에 종양내과학회는 지난 7일 서울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열린 '2019 대한종양내과학회 국제학술대회(KSMO 2019)' 기자간담회에서 암 환자들이 구충제를 복용하다 부작용을 겪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7일 서울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열린 'KSMO 2019' 기자간담회

김태원 조직위원장(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은 구충제 복용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구충제를 복용한 환자들 중 장이 괴사하는 등 부작용으로 응급실에 실려 와 입원치료를 받는 사례들이 있다"며 "환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단순히 펜벤다졸 복용이 위험하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환자들에겐 닿지 않는다"라며 "하지만 실제 부작용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학회는 회원들로부터 이상 사례들을 모아 구충제 복용으로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상세히 알리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오도연 총무이사도(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항암약으로 쓰이지 않는 많은 화학물질 중에도 같은 작용 기전을 갖고 있는 것들이 있다"라며 "그런 물질들이 약제가 되어 환자에게 쓰일 수 있으려면 임상부터 허가까지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지금 구충제는 이 과정들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이어 장정순 회장(중앙대병원 혈액종양내과)은 "과거 약물 스크리닝 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 김치 추출물도 항암 효과가 있었다. 이처럼 구충제의 항암효과를 무조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비유를 하자면 우리가 폴리에스터 덩어리를 옷이라고 입진 않을 것이다. 몸에 맞게 옷감으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한 것처럼 구충제도 이러한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7~8일 양일간 열리는 KSMO 2019는 올해 처음으로 국제학술대회로 진행됐다.

특히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미국 하버드의대 윌리엄 케일린 교수가 방한해 주목을 받았다.

케일린 교수는 '산소 농도에 따른 세포의 반응 기전'을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케일린 교수는 강연을 통해 저산소증유발인자(HIF)와 VHL 유전자와의 상호작용, 그리고 HIF를 표적으로 하는 신약 개발 현황을 설명했다.

종양내과학회 임석아 학술위원장(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은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다학제적 실험실 연구부터 임상시험, 환자 케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의 최신 경향을 다뤘다"며 "궁극적으로 암 환자 완치를 목표로 여러 국가의 다양한 학회들과 협력하는 협력의 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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