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전담전문의 지원 저조로 교수 당직 불가피…“환자안전 문제 발생 우려”
입원환자 감축‧교수 채용 확대‧전공의 정원 증원 등 대안으로 제시돼

내과 전공의 수련과정이 3년으로 단축됨에 따라 입원환자 등에 대한 진료 공백이 예상되고 있지만 현장의 준비는 아직 미흡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원전담전문의(호스피탈리스트)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일부 대형병원들을 제외하고는 지원자가 많지 않아 진료 공백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입원전담전문의가 충원될 때까지 교수들이 당직을 서는 방안을 임시방편으로 논의하는 병원들이 많지만 교수들의 당직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에 위치한 수련병원 내과 펠로우는 “펠로우 모집할 때 당직에 관한 공지가 없었기 때문에 우선은 교수들이 당직을 서고 펠로우들에게는 당직을 맡기지 않기로 했다”면서 “하지만 사람이 없어서 60세 이상 교수만 빼고 전부 순서대로 당직을 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위치한 대학병원 A교수는 “진료공백을 막기 위해 가능하면 호스피탈리스트와 전담간호사를 더 뽑아 꾸려나가기로 했다”면서 “하지만 호스피탈리스트 모집이 잘 안 돼 큰 일이다. 인력이 4분의 1이나 줄었는데 대책이 없다”고 토로했다.

A교수는 이어 “교수들이 당직을 서는 병원이 ‘이미 여러 곳 있다’고 들었다”면서 “우리 병원도 올 12월 말부터는 전공의들이 공부를 하러 들어가기 때문에 교수가 서야 한다. 답답하기만 하다”고 했다.

수도권 다른 수련병원도 입원전담전문의 채용으로 진료 공백을 메우려고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B대학병원 C교수는 “4개 년차가 3개 년차로 줄어드니 진료공백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면서 “우리 병원은 입원전담전문의를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가고 있다. 또 정부 정책이 상급종합병원의 중증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경증환자를 줄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건 입원전담전문의 지원 의사를 밝힌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며 “전문의 시험을 보고 나면 조정 작업이 있을 것이다. 그 때까지는 내부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한다”고 했다.

입원전담전문의가 정착될 때까지 입원환자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빅 5병원에서 근무 중인 D교수는 “전공의가 줄긴 해도 전공의와 펠로우 정원이 많은 병원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문제는 병원 규모에 비해 전공의 정원에서 발생할 것이다. 특히 지방 병원에는 펠로우나 호스피탈리스트가 잘 가지 않기 때문에 교수 당직은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교수들에게 언제까지나 고통 분담을 하라고 할 수는 없다”며 “도저히 못 견디면 입원환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환자 안전에 문제가 생긴다”고 우려했다.

E대학병원 F교수는 “빅5를 제외한 미디움 사이즈의 대학병원들은 인력난이 정말 심각하다”면서 “펠로우도 없고 전공의도 줄고 호스피탈리스트도 안 되고 있다. 결국 대안은 교수들이 주간 콜도 다 받고 당직도 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전공의가 없는 병원들은 다 그렇게 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점점 교수들이 지쳐갈 텐데 내년 봄에 호스피탈리스트가 어느 정도 확보가 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정말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제는 교수들이 너무 힘들어서 병원을 나가려고 한다”면서 “상황이 이런데도 교수 당직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한다. 그러면 환자 안전을 위해서라도 입원환자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교수들이 당직을 서더라도 환자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분과 마인드로 교수들이 세팅돼 있기 때문에 병실환자를 제너럴하게 볼 수 있는 능력은 고년차 전공의가 더 높다”면서 “내분비내과인 나에게 폐렴 환자 콜이 오면 이를 관리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그러면 모든 분과가 당직을 서야하는 문제가 생기는데 이 역시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호스피탈리스트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당장은 분과에서 교수를 더 뽑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교수를 더 뽑고 그 교수가 로테이션으로 입원환자를 케어 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안하면 결국 사고가 생길 것이고 사고로 인해 병원이 입는 피해는 (교수 채용 비용보다)더 클 것”이라고 했다.

G대학병원 H교수는 “대한내과학회에서 보건복지부에 ‘전공의 정원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는데 복지부가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줬으면 한다”며서 “다만 큰 병원의 전공의 정원을 늘리는 건 의미가 없다. 전공의 수련을 그나마 잘하면서도 정원이 빠듯한 곳을 늘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H교수는 또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해 큰 병원들은 환자를 좀 줄이고 경증환자는 동네의원이나 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해야 한다”며 “(진료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선)한 가지 대책만으로는 안 된다. 의료전달체계를 포함해 종합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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