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무협, 법정단체 촉구하며 국회 압박…홍옥녀 회장 "투쟁 깃발 결코 내리지 않겠다”
최도자 의원 “문자폭탄 두렵지 않다…모든 직역 상생 위해 법정단체 인정해야”

전국의 간호조무사 1만여 명이 국회 앞에서 법정단체 인정을 촉구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지난 3일 국회 앞에서 ‘간호조무사 차별철폐·법정단체 인정 촉구 전국 간호조무사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법정단체 인정 의료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며 본격적인 국회 압박에 나섰다.

간무협이 결의대회 시작을 알리는 투쟁 깃발 입장식에는 전국 165개 시군구 지부들이 참여해 법정단체 인정을 촉구하는 간호조무사들의 단결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간호조무사들은 ‘간호조무사 총 단결로 법정단체 쟁취하자’, ‘간호조무사 총 단결로 사회적 차별 철폐하자’. ‘국회는 간호조무사 법정단체 의료법 개정하라’, ‘법정단체 반대하는 국회의원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투쟁 의지를 드러냈다.

홍옥녀 회장은 호소문을 통해 “간호조무사들이 처한 현실이 바로 대한민국의 현 주소다. 간호조무사들은 법과 제도에서도 차별 받고 있고 직장에서도 차별 받고 있다”며 “고졸, 학원 출신이라고 비하하고 이름에서 간호를 뺀 조무사로 바꾸라고 모욕한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47년 동안 간호조무사의 권익 대변자 역할을 해 온 간무협은 여전히 법정단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5인 미만 의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는 근로기준법 차별로 연차휴가도, 시간외수당 가산금도, 부당해고 구제신청도 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홍 회장은 “중소병원은 병동에서 간호업무를 하고 있어도 법정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대형병원에서는 간호조무사라는 존재조차 부정당한 채 일하고 있다”면서 “보건직 공무원이 되는 길도 막혀 만성질환관리사업에 참여 기회마저 차단당했다”고 했다.

국회를 비롯해 보건복지부, 간호사들을 향해 간무협 법정단체 인정 의료법 개정안 통과를 호소하기도 했다.

홍 회장은 “간호조무사만 협회를 법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 자체가 차별”이라며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해당 법안이 통과돼 간호조무사가 차별받지 않도록 해 달라”면서 “간호사들과 대립하길 원치 않는다. 함께 상생하며 발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간호조무사가 의료인, 간호사가 되려 한다는 얘기는 가짜뉴스”라면서 “간호사를 존중하며 간호사의 고유영역을 침해할 의사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간호사들도 간호조무사의 기본 권리를 존중해 달라”며 “간호조무사의 기본 권리를 막는 월권행위와 ‘갑질’ 횡포를 중지해 주길 바란다. 간호조무사를 간호 인력으로 인정하고 존중해 달라”고 말했다.

간무협 법정단체 인정을 위한 투쟁을 이어 나가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홍 회장은 “간호조무사의 대변자 역할을 해온 간무협이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유령’ 같은 존재로 취급받고 있다”며 “간호조무사는 의료인이 아니라서, 면허가 아닌 자격이라서 안 된다고 한다. 차이가 차별이 돼선 안 된다. 간무협은 법정단체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간호조무사들은 더 이상 참지 않겠다. 부당한 차별에 맞서, 갑질 횡포에 맞서 분연히 일어나 싸우겠다”며 “75만명 간호조무사가 하나 돼 우리의 권리, 우리의 힘으로 쟁취하겠다. 오늘 치켜든 투쟁의 깃발 결코 내리지 않겠다”고도 했다.

‘법정단체 인정’ 힘 실어준 국회의원들 “직역 간 상생 위해 법 통과돼야”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한 여야 국회의원들도 간무협 법정단체 인정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것을 약속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언주 의원은 “건강보험 수가 체계 문제가 많다. 정치인들이 국민들 앞에서 듣기 좋은 공약을 많이 하지만 국민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겠다고 거짓말을 하면 할수록 중간 전달체계에 있는 간호조무사들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간무협의 법정단체 인정과 동시에 앞으로 수가체계를 합리화시켜 중간 전달체계에 있는 간호조무사들의 희생으로 생색내는 행태를 근절하도록 앞장 서겠다”며 “법정단체 이번에는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 열렬히 지지하겠다”고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오제세 의원은 “(간무협 법정단체를 반대하는) 대한간호협회 입장을 들어보니 간호사 처우가 더 낮아질 우려가 있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간무협을 법정단체로 인정해주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처우를 높여 직역 간 갈등을 없애자”고 말했다.

오 의원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싸우지 않고 국민들에게 사랑과 존경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두 직역 간 상생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자는데 이 자리에 참석한 의원들도 동의하냐” 묻기도 했다.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인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은 “법정단체 인정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데 대해 먼저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법안을 발의하는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이 비겁할 때가 있다. 직역 간 눈치를 보고 이 과정에서 진전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직역 간 소통이 돼 국민들이 혜택 받을 수 있는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직역 간 자존심, 욕심 등을 조금씩 내려놔야 한다”며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회의원이 비겁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신나게 해결하겠다고 해 놓고 문자 1,000통 받으면 바짝 겁이나 뒤로 슬슬 숨었던 것이 저를 비롯한 국회의원들이라는 걸 자성한다”며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임기 동안 양심껏 법안을 조율하고 서로 합의해 합리적으로 법안이 통과되게끔 노력하겠다”고 했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해 법정단체로 갈 줄 알았는데 결국 유보됐다”며 “이건 말이 되지 않는다. 간호조무사들도 1,000시간이 넘는 실습시간을 투자하고 시험을 봐서 당당하게 보건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다. 간무협을 법정단체로 만드는 것은 의무이자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말했다.

간무협의 법정단체 인정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도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해 간호사들과 간호조무사 간 상생을 위해서라도 해당 법안이 관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최 의원이 낸 의료법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한 채 계류되자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이 간호조무사의 중앙회 설립 근거를 담은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재차 발의한 바 있다.

최 의원은 “간무협을 법정단체 만들어야 한다고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나서 수많은 문자 폭탄을 받았다”며 “문자폭탄 무서우면 국회의원 하지 말아야 한다. (해당 법안 심사당시 국회의원들이) 왜 당연한 것을 (간협)직역 단체 무서워 못하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최 의원은 “다른 직역단체 무시하고 간무협 법정단체로 만들 생각 꿈에도 없다. 간호조무사 법정단체로 가려는 것 궤변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대한의사협회와 간협은 왜 있냐”며 “이제 서로 갈등을 가져서는 안 된다. 간호사들이 간호조무사를 안고 이끌어 가야 한다”고 했다.

최 의원은 “간호사들이 (간무협 법정단체) 끝끝내 반대하면 간호사들이 바라는 것들이 이뤄질 것 같나. 함께 같이 갈 때만 멀리갈 수 있다”며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 채 힘든 일 맡고 있는 간호조무사들이 목소리 내자는데 이를 반대하는 것은 절대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법정단체 동병상련 대개협, 결의대회 참석해 의지 드러내

간무협과 더불어 법정단체를 이뤄내기 위해 나선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해 법정단체화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대개협 좌훈정 보험부회장은 “간무협 법정단체 문제를 동병상련으로 생각한다. 대개협도 법정단체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법정단체 인정을 통해) 단체 위상이 올라가고 소속 회원들이 보건의료 정책에 협조하는 것에 나아가 국민 건강에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좌 보험부회장은 “자신을 높이는 방법은 남을 높여주는 것”이라며 “간호조무사 대우를 잘 해줘야 병원도 잘 되고 간호사와 의사, 보건의료체계 위상도 함께 올라가 결국 우리나라 국격도 함께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직역 간 갈등을 중재해야 할 정부와 국회가 오히려 갈등을 부추겼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좌 보험부회장은 “간협과의 갈등을 직역 간 갈등으로 봐서는 안 된다. 가족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어 다툴 수도 있다”며 “이를 중재하는 복지부와 국회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갈등이 생기고 감정이 상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가 각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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