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훈 원장 "의료진 업무 효율성 높여 환자치료 집중…빅5와도 당당하게 경쟁"
디지털의료산업센터 신설…의학·의공학·통계학 박사 등 전담연구인력 구축

(신축)용인세브란스병원의 외부 전경 모습

디지털병원이지만, 디지털병원인지 모른다?

무슨 말인가 궁금하다면, 용인세브란스병원을 눈여겨보길 바란다. 내년 초 개원을 앞두고 있는 용인세브란스병원이 추구하는 목표이기 때문이다.

최근 본지와 만난 용인세브란스병원 최동훈 초대원장은 병원의 청사진을 묻는 질문에 “디지털 혁신 병원의 대표주자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병원은 개원을 위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755병상 규모의 병원은 준공이 90% 이상 완료됐고, 의사 및 간호사 고용 인력 또한 차질 없이 모집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준공 예정일은 11월 30일이며, 준공 후 3개월여의 준비 과정을 거친 후 내년 2월 28일 개원할 계획이다.

경기 남부 지역의 의료 메카를 추구하는 용인세브란스병원이지만, 주변 환경은 그리 녹록치 않다. 분당서울대병원, 아주대병원, 동탄성심병원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주위에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또 수도권 내 위치한 만큼 소위 빅5 병원과의 경쟁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동훈 원장은 후발주자인 용인세브란스병원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키워드, 특성화 전략으로 ‘디지털병원’을 꼽았다.

최 원장은 “후발주자라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신축)용인세브란스병원은 '디지털 혁신 병원'이라는 특성화 전략을 택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그러나 “이미 고도로 성장한 빅5 병원과는 규모에서도, 인력에서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아무리 훌륭한 의료진을 뽑았다 하더라도 경험이 적을 수도 있고, 주변의 시선도 그러하다”고 현 상황을 진단하면서도 “첨단 ICT 기술을 활용해 환자 안전 및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의료진의 업무 효율성을 높여 환자 치료에 집중하도록 함으로써 의료의 질을 높여 당당하게 경쟁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우선 환자가 기다리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끔 당일 검사, 당일 진료를 목표로 행정 시스템 및 디지털 솔루션을 구축 중이다. 환자들의 대기시간 및 이동 경로 감소를 위해 환자들이 스스로 접수, 예약이 가능한 무인 키오스크도 설치한다.

기존 연세의료원이 제공하던 my-세브란스 앱에서 한 단계 발전된 새로운 환자용 모바일 앱을 통해 환자의 편의성도 극대화할 방침이다. 이 앱은 예약 및 일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의 상담 및 검사 결과 공유 및 업데이트도 가능하다.

또 고령 환자들이 디지털 기기 사용을 어려워한다는 점을 감안, 앱은 물론 병원 내 디지털 시스템을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끔 구축할 계획이다.

(신축)용인세브란스병원 최동훈 병원장

최 원장은 “전기 등 3차 산업은 이미 우리 생활에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은 어떠한 형태로 우리 옆에 와 있는지 현재까지도 인지하기란 쉽지 않다”며 “디지털병원도 마찬가지다. 환자 옆으로 로봇이 지나간다고 '이게 디지털인가'하고 느낀다면 그건 디지털병원이 아니다. 환자가 인지하지 못하지만 보다 편하고 안전하며, 의사와 간호사 등이 기존보다 업무량은 줄면서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게 디지털병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용인세브란스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병원을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전 과정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자가 용인세브란스병원 인근에 다다르면 등록된 스마트폰을 통해 접수부터 진료시간, 위치, 대기상황, 검사진행상황, 수납, 약제처방, 다음 진료 예약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최 원장은 "환자들은 수납을 위해 원무과를 찾고 기다릴 필요도 없다"며 "자동 수납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카카오페이 서비스 도입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와 같은 디지털 시스템이 당장 내년 초 개원 시부터 도입되는 건 아니다.

최 원장은 "이 모든 것들은 2030년 이내에 지어질 두 번째 병원에서 완벽하게 구현될 것"이라며 "두 번째 병원은 현재 건축 중인 첫 번째 병원의 외부 주차장 부지에 세워질 예정이다. 두 번째 병원까지 준공되면 용인세브란스병원은 1,500병상의 완벽한 디지털 병원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보다 완벽한 디지털 병원으로 자리매김 하게끔 인력 양성 및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도 준비 중이다.

최 원장은 "물론 병원 내 이런 시스템을 완벽히 녹여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며, 정부와 풀어야 할 법적, 제도적 문제들도 많다"며 "이를 위해 지금은 여러 노하우를 쌓아나가는 과정에 있으며, 신설될 디지털의료산업센터를 통해 차근차근 풀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디지털의료산업센터'는 디지털 솔루션 구축과 의료산업화 관련 연구와 사업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개발을 총괄하는 기구다.

(신축)용인세브란스병원 내부 전경 모습

최 원장은 “디지털의료산업센터는 수익을 창출하고 의미 있는 연구성과를 내는 산·학·연 융합의 거점이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의학, 의공학, 통계학 박사 등을 전담연구인력으로 배치했다. 여기에 10여명의 의대 교수를 추가로 센터에 합류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디지털의료산업센터와 더불어 의과대학 내 디지털 관련 학과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임교원도 채용한 상태다.

최 원장은 “디지털병원은 그저 로봇이나 시스템 하나를 구입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일관적이고 장기적인 계획과 실행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의사, 간호사 등 직원들과의 교육, 소통 등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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