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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한국에선 언제 디지털치료제를 쓸 수 있을까?라이프시맨틱스 송승재 대표 "국가가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줘…제도 마련 시급"
  • 박기택 기자
  • 승인 2019.10.17 09:06
  • 최종 수정 2019.10.1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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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지만 약이 아니다. 디지털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흔히 합성화합물 또는 천연물 성분으로 제조된 제품을 경구 복용하거나 주사를 맞는 걸 ‘약’이라고 생각해 왔다. 사전적으로도 ‘병이나 상처 따위를 고치거나 예방하기 위해 먹거나 바르거나 주사하는 물질’을 약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디지털치료제는 이런 ‘상식’을 파괴한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소프트웨어로 ‘환자를 치료’하겠단 거다. 이는 비단 개념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치료효과를 입증한 디지털치료제가 허가를 받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017년 ‘리셋(reSET)’이라는 약물중독 치료 모바일 앱을 허가했다.

사실 게임 등 앱을 이용해 질병을 치료코자 하는 시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현 시점에서 디지털치료제가 공인되고 주목을 받는 건 스마트폰을 활용한 빠른 정보 이용이 가능해지고,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졌으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의 활용으로 환경이, 조건이 ‘무르익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다수의 기업들도 다양한 치료용 앱 즉 광의의 디지털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심지어 이미 개발을 마친 곳도 있다.

정부도 디지털 기술과 헬스케어의 접목에 높은 관심과 함께 지원에 나서며 산업계 행보에 박자를 맞추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선 언제쯤 디지털치료제를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또 헬스케어 분야에서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접목되고 있을까.

대표 디지털헬스 전문기업 중 한 곳으로 디지털치료제를 개발하기도 한 라이프시맨틱스 송승재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송승재 대표는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회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신기술 서비스 심의위원회 민간위원, 한국정보과학회 인공지능소사이어티 이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 그에 앞서 지난해까지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업경제혁신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한편, 2012년 설립된 라이프시맨틱스는 개인건강기록 데이터 플랫폼인 라이프레코드를 구축해 국내에 처음 상용화한 디지털헬스 전문 기업이다. 개인건강기록 데이터 분석 기술로 개발한 질병 발생 및 예후 예측 알고리즘을 통해 자가 건강관리 서비스 등도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헬스케어의 접목은 새롭다기 보다 대세가 된 듯한 모습이다. 국내 디지털헬스의 현주소를 진단하면.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는 국민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품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세계적으로 부러움을 사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 의료진의 희생이 동반된 부분도 있고, 또 현 의료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치료 후 서비스다. 개복수술을 받은 환자가 수술 후 2~3일 뒤에 퇴원하면 병원 밖에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의료서비스의 분절을 경험해 높은 간호요구도를 보인다. 자신이 수술 후 어떤 관리를 받아야 할지,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지 등 생활과 건강의 궁금증을 편하게 물어볼 곳이 많지 않다. 이러한 부분을 공보험이 모두 만족시키기 어렵다. 디지털헬스는 이런 문제의 해결책으로 자리할 수 있다. 현재 건강보험 보장성만으로 취약한 부분의 국민건강관리를 위해 필요한 영역에서 디지털헬스가 제 역할을 할 것이다.

-최근 디지털치료제가 등장하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디지털치료제를 간단하게 표현하면, ‘소프트웨어로 치료 효과를 주는 것’이다. 때문에 허가 과정도 기존 의료기기나 의약품과는 다르다. 다르다는 말보다 복합적이라는 표현이 맞겠다. 인허가 구분으론 의료기기인데, (유효성‧안전성 등) 밟아야 하는 절차는 신약과 비슷하다. 디지털치료제 또한 신체의 상태를 개선시키는데 초점을 맞춘다.

-국내 여건에서도 디지털치료제 도입이 가능하다고 보나.
(지난 5월 발표한) 정부의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전략’에도 일부지만 (디지털치료제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단초 정도는 마련됐다고 본다. 또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건강보험심평가원 등 관련 부처에서도 허가, 수가 등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디지털치료제가 제도권에 편입되기 위해선 인증기준이 필요하다.

-리셋과 같은 해외 디지털치료제도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나.
약은 ‘먹는다, 바른다, (주사를) 맞는다’로 끝난다. 반면 디지털치료제는 그 나라의 의식주 문화와 상관있고, 의약품과 같이 행동 변화를 통해 치료한다. 일단 현지화 과정을 통해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특히 디지털헬스케어의 핵심은 개인정보 동의다. 리셋과 같은 암 환자 케어(care) 서비스도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이뤄지는데, 유럽의 경우 개인정보는 역외 이동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우리 또한 민간 개인 정보에 대해 사회적으로 민감하고, (해외의 디지털치료제 도입 시 프로그램) 세팅도 다시 해야 한다. 한국사람에 맞는지도 확인해야 하고, 보험체계도 국가마다 다르다. 즉 디지털치료제는 현지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디지털치료제가 낙후 지역의 의료 접근성 확대에 도움을 줄 것이란 이야기도 있다.
의료 접근성 측면보단 편익 증대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게 더 적절하지 않나 싶다. 디지털치료제 등 디지털헬스케어는 스마트 기기가 활성화된 도시에서, 이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에게 국가가 메우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줄 것이다.

-디지털치료제도 주의해야 하는 부분은 있을 것 같다.
일단 임상적 유효성은 기본이다. 이에 더해 (디지털치료제는)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버그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혈압약을 오전에 한번 안내해야 하는데 두 번 안내하는 것처럼 말이다. 때문에 약, 의료기기와 같이 의료용 소프트웨어(SaMD)로써 GMP(품질관리기준) 체계를 갖추고 있다.

-라이프시맨틱스에서도 디지털치료제를 개발했다고 들었다.
맞다. 대표적인 제품이 암 환자 예후관리 서비스 `에필 케어(efiL Care)`다. 현재 의료기관 처방 없이도 사용 가능한 웰니스 버전 앱 서비스로, 지난 1월 출시했다. 이 제품은 디지털치료제 버전(에필케어M)도 있다. 다만 아직 국내에선 관련 제도가 갖춰지지 않아 출시를 하진 못했다.
에필케어는 현재 암 경험자의 상태에 따라 운동·영양·식이 등의 건강정보를 제공하고, 다양한 스마트 기기들을 통해 예후를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디지털치료제 버전은 여기에 의료기관의 전문성이 추가된다. 복약순응도, 항암제 부작용, 수술 후 협착을 막기 위한 재활운동, 약의 용량고 종류 등을 전문가로부터 도움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진료시간이 짧기 때문에 환자가 원하는 정보를 충분하게 듣기 힘든데, 이를 보완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디지털치료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수가’ 적용이 전제돼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
일단은 의료용 소프트웨어(SaMD) 기준 마련이 우선인 것 같다. 디지털치료제의 수가 적용을 위해선 보다 고도화된 의료기기 품목 분류가 선행돼야 한다. 또 (수가 적용을 받기 위해선)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아야 하고, 수가를 적용할 때 행위수가로 할지 교육수가로 할지 등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정부와 이와 관련한 논의의 장을 마련코자 노력하고 있다.

-개발 중인 다른 디지털치료제도 있나.
폐암,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호흡기질환자를 위한 전문 호흡재활 서비스 에필 브레스(efil breath)가 있다. 이 제품은 6분 보행검사를 통해 환자 상태에 따른 6단계 맞춤형 호흡재활운동을 앱 서비스로 제공한다. 운동처방 프로그램은 단계별 운동 순서에 상관없이 환자상태의 경과에 따라 설정되는 반응형과 순차적으로 단계별 운동이 진행되는 고정형으로 분류된다. 서비스 사용자는 스마트 헬스케어 기기와 서비스 앱을 연동해 산소포화도, 심박수, 활동량을 측정하며 호흡재활운동을 실시할 수 있다. 현재 임상시험을 마치고 다수의 논문도 발표했다. 연구결과 실제 호흡재활 효과를 확인했다.

-디지털치료제의 등장이 의료기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병의원 입장에선 환자 관리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환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관리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이 있다면.
디지털헬스케어산업은 빨리 시작할수록 유리하다. 보다 빨리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들을 만나면, 더 나은 서비스를 갖출 수 있다. 이 분야의 핵심은 알고리즘(라이프시맨틱스는 ‘efiL AI’라는 불리는 질병 예측 알고리즘을 개발, 이를 기반으로 디지털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디지털헬스케어산업은 후발주자가 아니다. 오히려 빠른 편이다. 더 속도를 내서 글로벌에서 통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다 빨리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켜주길 바란다. 채찍과 당근을 함께 제시했으면 좋겠다.
회사 차원에선 상장을 준비 중인데, 만일 상장될 경우 디지털치료제 관련 업체 중에선 라이프시맨틱스가 최초다.

박기택 기자  pkt77@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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