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증거인멸 재판서 실패 인정…2016년부터 재진행한 SALT101 상용화 낮을 듯

삼성이 리툭산(성분명 리툭시맙) 바이오시밀러 사업 실패를 자인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 '아키젠바이오텍(아키젠)'이 진행하던 글로벌 임상도 계속 진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같은 내용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소병석 ) 심리로 지난 15일 열린 삼성전자 및 삼성바이오 임직원 8명에 대한 증거인멸 혐의 4차 공판에서 나왔다.

이날 재판에선 피고인 삼성전자 임원 측의 서증조사가 진행됐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인멸 문건과 본안 사건(삼성바이오 분식회계)과의 관련성을 설명하며 검찰 주장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거론됐다.

삼성 측은 2015년 6월 29일 작성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사설명회 QNA' 자료를 제시하며 "검찰이 이 문건을 토대로 삼성에피스 설립 이전부터 삼성 신사업단에서 리툭산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있었으므로 에피스 지분 가치평가가 가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리툭산은 바이오젠이 개발한 것으로 삼성에피스 자산으로 편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툭산은 제품 개발 성공 시기가 늦어져 사업이 실패했다"고 자인했다.

리툭산은 림프종 및 류마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성 질환을 치료하는 항체 의약품으로 바이오젠이 원개발사다. 삼성이 바이오시밀러를 신사업으로 삼으면서 삼성전자 소속 삼성종합기술원은 지난 2008년부터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개발(개발명 SALT101)에 착수했다.

개발 단계가 임상시험까지 이르렀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과 함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세우면서 2012년 돌연 개발을 중단했다. 바이오젠이 오리지널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자회사인 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이어가기 힘들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런던 삼성은 지난 2016년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재개했다. 바이오젠과의 합작사인 에피스가 아닌 새로운 자회사를 통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4년 아스트라제네카와 합작해 아키젠을 설립했고, 2016년 6월 미국에서 SALT101 1/3상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개발 속도가 지지부진했다. 글로벌 임상시험 정보 사이트 클리니컬 트라얼즈에 등록된 바에 따르면, SALT101 3상 종료 시점은 당초 지난해 11월에서 오는 2020년 5월로 1년 넘게 미뤄졌다. 환자 모집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 4차 공판에서 삼성 측 변론을 종합하면 SALT101 임상이 계속 진행될 확률은 낮아 보인다.

삼성은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개발 시기가 늦춰지면서 상용화에 성공하더라도 시장성이 높지 않을 것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셀트리온, 화이자, 산도스가 개발에 성공해 유럽 시판 중이고 미국에서도 곧 판매가 시작될 예정이다. 삼성은 빨라도 2022년에야 시장에 진입할 수 있어 점유율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삼성의 판단과는 별개로 아키젠이 개발을 지속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아키젠의 R&D 자금의 상당 부분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의존하고 있어 삼성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아키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아스트라제네카 지분율이 50대 50으로 유지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초기 자본금 등 지금까지 최소 1,000억원 이상을 아키젠에 투자해왔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재판 과정에 나온 내용과 관련해서는 입장을 밝히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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