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의대 김대중(당뇨병학회 홍보이사, 국가기반당뇨병케어모델개발 테스크포스팀) 교수

지난 주말 당뇨병학회의 국제학술대회가 있었다. 주로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내분비내과 의사들이 모이는 학술대회다. 가장 여운이 남는 것은 대학병원에 내분비내과 의사들이 떠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점점 환자는 많아지는데 그만 두는 의사가 많아서 여기저기 의사 구해달라고 한다. 지방 얘기이긴 하지만 수도권도 멀지 않았다. 큰 병원이 대부분 사립 병원이기도 하지만, 의사/교수들의 생존은 진료실적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상급종합병원 내분비내과는 더 큰 생존의 문제를 예고하고 있다. 외래 진료환자 경증 비율을 4.5%로 줄이라고 하면 외래 진료 환자수가 가장 많은 내분비내과는 절반 이하로 진료를 줄여야 한다. 상급종합병원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의 경우 내분비내과가 외래진료를 많이 하면 할수록 병원은 상급종합병원 지정에서 탈락하든지 아니면 의료질평가 지원금을 적게 받도록 설계하고 있다. 기준에 따라 수십억 원의 수입이 왔다 갔다 하는데 내분비내과 의사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이만큼 벌 수 없다. 누가 병원장이라도 내분비내과 외래는 정리를 해야 할 대상이 된다.

당뇨병이 그 중심에 있다. 동네의원에서 주로 보는 100개 질환 중 당연히 고혈압, 당뇨병이 맨 앞에 있다. 당뇨병이 소위 ‘경증질환’에 분류되면서 상급종합병원에서 더 이상 보지 말라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지난 4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당뇨병 적정성평가 자료를 보면 2017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 당뇨병 환자 244만명중 상급종합병원의 점유율은 12.0%이고 의원급은 62.2%이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하는 환자 29만명을 동네의원으로 되돌려주라는 것이다.

당뇨병은 절대 ‘경증질환’이 아님을 지적하고 싶다. 2016년 당뇨병 환자 325만명 중 당뇨병만 가지고 있는 환자는 48만명에 불과하다. 고혈압이나 이상지질혈증이 동반하여 심혈관질환 위험이 크다. 혈당조절이 잘 되는 환자는 불과 25% 수준이고, 말기신부전으로 투석이나 이식을 하는 환자가 100명중 한 명으로 늘어나고 있다. 증식성 망막증으로 시력을 잃거나 하지절단을 경험하는 환자도 줄지 않고 있다. 상병만 가지고 당뇨병의 중증도를 평가하여 동네의원으로 내보낸다면 관리의 질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

제도의 변화에 따라 상급종합병원 내분비내과가 외래를 축소해야 할 때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

우선 입원 환자 중 당뇨병을 가진 환자를 집중 관리하는 일을 할 수 있다. 대학병원에 있는 입원 환자 중 15%는 당뇨병이 있다. 당뇨병 환자가 어떤 이유로 정형외과나 순환기내과에 입원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입원해서 처음 당뇨병을 진단받기도 한다. 이 환자를 대상으로 혈당관리나 당뇨교육, 향후 치료계획 수립 등 컨설팅팀을 운영하는 것이다. 대학병원에 당뇨병 자체(고혈당, 또는 저혈당)로 입원하는 경우는 1%가 채 안 되지만, 타과에 입원한 환자를 포함하면 1,000병상에 100-150명이 된다는 얘기다. 병원 규모에 따라 의사 1~2인, 당뇨전문간호사 2~3인, 당뇨전문영양사 1~2인으로 가칭 ‘당뇨관리실’ 또는 ‘당뇨관리팀’을 만들고 병동에 있는 당뇨병 환자를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혈당관리가 잘 될 때 감염이나 수술후 합병증 발생 위험을 낮추고 입원기간과 총진료비를 줄이는 효과가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방치’ 수준이다. ‘감염관리실’처럼 당뇨관리실을 제도화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당뇨병 신환은 말할 것도 없고, 중증저혈당으로 응급실에 오는 환자, 당뇨발(족부질환), 망막질환, 신부전으로 입원하는 환자는 집중 관리 대상이다. 인슐린을 처음 맞기 시작하는 환자도 교육해야 할 것이 많다.

둘째 외래 기능을 ‘당뇨병지원센터’ 기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중증당뇨병(복합당뇨병) 환자에 대한 진료기능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지원센터의 핵심기능은 교육과 합병증 평가이다. 현실적으로 당뇨교육을 동네의원에서 제대로 수행할 여건이 안 되는 상황에서 대학병원이 환자교육센터의 기능을 할 수밖에 없다. 합병증 동반여부를 평가하는 것을 포함해서 환자 상태에 맞는 최선의 치료계획이 수립된다면 그 결과를 동네의원으로 보내주는 것이다. 의사나 간호사 교육 기능도 해야 한다. 동네의원에 있는 의사나 당뇨코디네이터(간호사, 영양사)를 대상으로 매년 일정 시간 교육을 해야 한다. 동네의원의 당뇨병 관리 수준을 향상시키지 않으면 절대 환자는 동네의원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정부가 시범사업으로 하고 있는 ‘만성질환관리 통합시범사업’이 정착하기 위해서도 의료인 교육프로그램이 필수적이다.

셋째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에서 하고 있는 컨설팅 진료(eConsulting)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동네의원 의사들이 당뇨병 환자를 보면서 궁금한 사항을 온라인상으로 문의하면 회신을 해주는 일이다. 학술대회에 온 영국의 한 교수는 한 시간에 열명 정도씩 동네의원 의사가 의뢰한 환자에 대해 온라인으로 컨설팅을 해주는 진료를 하고 있단다. 당뇨전문간호사를 두고 협력 의원을 연 2회 정도 방문하면서 당뇨병관리 협력시스템이 잘 돌아가는지 모니터링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일정 시간을 정해 놓고 전화상담을 받는 것도 구상해 볼 수 있다. 1형당뇨병 환자를 위해서는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는 콜센터를 운영하는 것도 좋다. 이런 시범사업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의뢰/회송사업보다 더 필요한 일일 수 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국가기반당뇨병케어모델개발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하여 그동안 만성질환관리 통합시범사업의 케어프로세스 및 교육컨텐츠 개발사업에 참여했다. 앞으로도 일차의료기관의 당뇨병관리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것뿐 아니라 (상급)종합병원의 입원환자 관리 및 당뇨병지원센터 등 동네의원과의 협력모델을 개발하는 일을 지속할 것이다.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질 때 우리 국민은 설령 당뇨병이 생기더라도 국가를 믿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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