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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교수의 일침…"우리는 쇼닥터에 속고 있다"부산대 이태호 명예교수 "소비자는 의사 권위와 타이틀을 믿고, 속는 것…정부 뒷북 말아야"
  • 이혜선 기자
  • 승인 2019.10.12 06:00
  • 최종 수정 2019.10.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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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물파스로 중풍을 예방할 수 있다는 한의사의 발언이 이슈가 되며 ‘쇼닥터’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같은 한의사 후배조차 근거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고, 해당 발언을 한 한의사는 국정감사 증인출석을 요구받았다.

쇼닥터는 지난 2015년 한국에 처음 등장한 단어로 방송(show)과 의사(doctor)가 합쳐진 말이다. 방송 등에 출연해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시술을 홍보하거나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하는 등 간접허위과장광고를 일삼는 의사를 뜻한다.

의료계가 쇼닥터 근절에 나섰지만 여전히 새로운 건강기능식품을 소개하고,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일은 흔하다. 소비자 역시 반신반의하면서도 전문가의 말이니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다. 하지만 누구도 왜 속지 말아야 하는지 속 시원하게 설명해 주지 않는다. 적어도 온갖 효능효과가 있다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있다면 소비자들의 선택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쏟아지는 건강기능식품 홍보 속에서 이에 대한 사실을 알려주는 책이 최근 발간됐다.

부산대학교 이태호 명예교수는 도서 ‘우리는 TV쇼닥터에게 속고 있다’를 통해 유명한 건강기능식품이 갖고 있다는 효능효과를 왜 믿지 말아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또한 건강기능식품 판매에 앞장서고, 근거없는 주장을 일삼는 일부 쇼닥터들에게 일침도 가했다.

'우리는 TV쇼닥터에게 속고있다' 저자 부산대학교 이태호 명예교수

이 명예교수는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하고, 생화학으로 석박사를 취득한 후 1980년부터 2011년까지 부산대 미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전문가인 그가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한 때 열풍이 분 ‘산야초효소’ 때문이었다.

그는 2009년 경 각종 산야초에 설탕에 재어 발효시키면 몸에 좋은 효소가 된다는 황당한 방송을 접했다.

미생물학과 교수인 그의 눈에 산야초효소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발효가 되려면 미생물이 필요한데 설탕농도 60~70%인 환경에서 미생물이 자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의 답답함과는 달리 집집마다 몸에 좋다는 산야초효소를 만들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심각성을 느낀 그는 TV에 출연해 산야초효소를 비판했고, 그 일을 계기로 방송에서 좋다고 홍보하는 건강기능식품 등이 왜 효과가 없는 것인지 설명한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하기 시작했다.

글이 쌓이면서 각종 매체에 건강정보를 전하는 칼럼 요청도 들어왔다. 현재는 올바른 건강정보를 알리기 위해 중앙일보에 ‘이태호의 잘먹고잘살기’를 연재 중이다.

‘우리는 TV쇼닥터에게 속고 있다’는 그동안 쓴 글 중 69편을 골라 엮은 책이다. 책을 읽게 되면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하기 전에 적어도 한 번은 구매할까 말까를 고민하게 만든다.

그는 10여 년 전 종합편성채널(종편)이 생긴 이후로 우후죽순 생겨난 건강정보프로그램이 현재 쇼닥터를 양성하고,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각종 방송매체에 출연한 의료인들이 특정 식품, 건강기능식품이 효과적이란 내용을 언급하면, 곧바로 홈쇼핑채널에서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게 현실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이런 일은 해외에서도 일어난다. 해외의 어느 쇼닥터가 발명했다던 디톡스주스(해독주스)가 인기를 끌었고, 그 열풍은 우리나라로 이어졌다.

그러나 디톡스주스는 지난 2014년 미국 타임지가 뽑은 ‘올해 6대 황당식품’에 선정됐다. 지난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해독주스 단속에 나선 결과, 결국 수많은 해독주스가 허위·과장광고로 철퇴를 맞았다. 하지만 이미 소비자들이 손해를 보고난 후였다.

그는 “쇼닥터는 의사이고, 박사이며 교수니까 우선 믿음이 간다. 소비자는 거기에 속는다. 거짓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은 그들이 말하는 것 만큼 효과가 있지 않다”며 “소비자 스스로 자각해야 한다. 관련 글을 찾아보고 또 다른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심지어 어떤 사람은 의사도 아닌 사람이 식품을 이야기 하느냐고 한다. 하지만 식품과 생화학을 전공한 나는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적격자”라며 “우리는 현재 풍요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영양소가 모자라지 않는다. 하지만 쇼닥터들은 건강기능식품 등이 효과적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그런 쇼닥터들을 보고 있으면 참을 수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는 게 사실을 사실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고도 토로했다.

그는 “어떤 사람이 개똥이 위암에 좋다더라는 체험담을 내세우면서 주장한다면 그것을 아니라고 어떻게 반박하겠나. 아무리 엉터리 주장을 해도 반박은 어렵다. 하지만 전문가가 보기에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해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의료계의 자정작용이 다소 미흡하다는 뼈아픈 지적도 했다.

그는 “중국의 한 주부가 해독주스가 혈관을 청소해준다는 이야기를 믿었다. 해독주스를 먹는 것보다 직접 투여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 그 주부는 주사기로 자신의 몸에 해독주스를 넣었다가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한국 사람들도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한의사협회가 쇼닥터 몇명에게 제재를 가했지만 회원자격 정지에 벌금도 적다. 회원자격 정지는 동아리 자격제한과 다를 바 없고 벌금도 안내면 그만이다. 오히려 회비를 안낸다고 좋아할지도 모를 일”이라고 했다.

이어 “의료계는 소비자들이 의사라는 권위와 타이틀에 속지 않도록 노력하고, 정부도 뒷북 처벌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혜선 기자  lhs@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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