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김연수 원장 “환자 중심에 놓고 의료기관 간 협력‧발전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해야”

종별에 관계없이 의료기관들이 무한 경쟁하는 현 의료체계를 탈피하지 못하면 더 이상의 발전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대병원 김연수 원장은 지난 11일 보라매병원에서 열린 ‘제10회 공공의료 심포지엄’ 발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김 원장은 “보통 의료전달체계라면 의원에서 치료가 안 되면 병원으로 보내고 병원에서 치료가 안 되면 상급종합병원으로 보내는 걸 의미한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잘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다. 모든 의료기관이 총체적 경쟁관계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우리의 의료체계는 의사와 환자도 각자도생하는 시스템”이라며 “이러한 시스템으로 언제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지 않으면 더 이상 우리나라의 의료발전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원장은 “의원, 병원, 상급종합병원은 각자가 가진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환자를 중심으로 두고 동네, 지역, 권역에서 의료기관들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체계가 만들어져야 우리 의료가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원장은 의료기관들과의 경쟁관계를 탈피하고 공유와 협력을 서울대병원의 핵심가치로 삼겠다고 했다.

또 적자가 발생하는 어린이병원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서울대병원의 공공성을 담보하겠다고 했다.

김 원장은 “개인적으로 빅5, 빅4라는 말을 싫어한다. 이제 다른 대형병원들과의 경쟁은 의미가 없다”면서 “서울대병원은 의료기관 이전에 교육기관이고 연구기관이다. 이러한 방향성을 갖고 국가중앙병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또 “서울대병원의 공공성을 나타내는 상징은 본원 어린이병원과 보라매병원”이라며 “어린이병원 누적 적자가 3,000억원에 달하지만 병원 다른 곳에서 난 수익을 어린이병원에 투입해 공공성을 강화하고 그분들이 가진 신념을 지키면서 진료에 나설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이어진 토론에선 서울대병원이 국가정책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시립대 임준 교수는 “서울대병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MOU를 맺어서 원가조사를 한다고 들었는데 이는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했다.

임 교수는 “문재인 케어 이후 정확한 수가를 어떻게 개발할지, 원가를 어떻게 책정할지가 굉장히 중요한 화두가 됐다”면서 “앞으로 3차병원 내지 4차병원은 중증질환 중심으로 가야하는데 ‘현 수가구조 속에서는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계속한다. 중증 질환을 치료하면서 병원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는데 있어 서울대병원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이건세 교수는 “의료 정책을 만드는 위원회에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별로 없다”면서 “진료와 연구, 논문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핵심적인 정책 수립과정에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더 많이 참여해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 교수는 또 서울대병원이 보다 다양한 분야의 공공의료 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서울대병원이 희귀난치중증 질환을 하는 것도 좋지만 정부의 공공의료 발전계획이 필수의료인 응급, 외상, 중환자, 심뇌, 분만, 어린이 등을 타켓팅하고 있는 만큼 이와 관련한 진료의 정체성이나 방향성을 잡았으면 좋겠다”면서 “암이나 어린이병원은 많이 부각되고 있지만 다른 분야도 강화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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