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회, 임원아카데미서 전공의 수련비용 정부지원 방안 토론…전문가들 “국민설득 필요”
대전협 박지현 회장, 수련프로그램 개발 비용·임신 전공의 대체 인력 지원 필요성 피력

전공의 수련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의학계 모두가 동의하지만 국민 설득 없이는 정부 지원이 어려울 거라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11일 임피리얼팰리스서울에서 개최된 대한의학회 제18차 회원학회 임원 아카데미에서 ‘전공의 수련비용 고찰’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는 정부 지원에 앞서 국민 설득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서도 뾰족한 대안은 찾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미국 등의 경우 정부에서 수련비용을 지원하고 있는 사례를 들며 의사 양성에 있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은 지난 1965년 메디케어(Medicare)를 창설하면서 전공의 수련비용을 지원하는 재정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메디케어는 전공의 수련교육 비용의 약 70%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의학회 김경식 수련교육이사는 “미국은 전공의 수련교육을 통해 질적으로 우수한 전문의를 양성하는 것은 사회적 공헌도가 크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김 수련교육이사는 "이에 미국은 전공의 급여와 수당뿐 아니라 지도 전문의의 급여, 교육 행정비용 등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연방정부와 주정부로부터 메디케이드(Medicaid)를 통해 지원받는 금액이 약 11조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 동의 없이는 전공의 수련비용에 대한 정부 지원은 어려울 거라는 의견들이 주를 이뤘다.

여의도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김성근 교수(대한외과학회 책임지도전문의 TF팀장)는 '질 높은 전공의 수련을 위해 수련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의학계 주장은 국민들에게는 한 마디로 “씨알도 안 먹히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교수는 국민 설득을 위한 근거가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대안으로 ‘공공의대 설립’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의사가 사회적 책무를 할 수 있도록 공공의대 설립도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수련기간이 끝난 다음 의료 취약지역에서 일한다면 수련비용을 지원받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수련비용을 받는다고 질 높은 수련을 할 수 있다고 전제한다면 반대로 현재 수련프로그램이 문제가 많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수련비용을 지원 받는다면 질적으로 수련내용을 담보할 수 있는 표준화된 프로그램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 김재중 교육부원장(수련환경평가위원회 위원)은 국민 설득은 의사가 아닌 정부의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교육부원장은 “수련비용을 지원해 줘야 한다는 국민 설득은 정부가 해야 하는 것인지 의료계가 해야 할 의무는 없다”며 “의사는 이미 수련교육을 통해 습득한 능력으로 환자를 치료함으로써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국민 설득이라는 국가 책임을 의사들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국가가 전적으로 지원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수련교육 당사자인 전공의들은 양질의 수련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수련프로그램 개발 비용과 임신 전공의를 대체할 인력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제자로 참석한 대한전공의협의회 박지현 회장은 “전공의의 연차별 수련교과과정을 살펴보면 이를 통해 어떤 전문의를 양성할 수 있을지 의문만 남는다”며 “교과과정이 연차에 따라 달라져야 하지만 분화된 흔적은 찾아볼 수 없고 각 연차를 마친 전공의가 갖춰야 할 구체적인 역량도 제대로 제시된 경우가 흔치 않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좋은 의료 인력을 양성하는데 국가 책임도 적지 않다. 전공의의 참여를 보장한 프로그램 개발 위원회를 통해 제대로 된 전공의 수련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고 정부는 그 과정을 관리감독하고 필요한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임신 전공의가 40시간 넘게 일할 수 없는 2년 가량의 기간 동안 그 업무를 대체할 인력이 존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수련환경을 개선하는 일”이라며 “수련병원에 입원전담전전문의 지원사업에 준하는 인건비를 별도 전문의 채용에 지원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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