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유전자검사, 문제 발생해도 해결할 곳 없어…전문가 중심 가이드라인 필요”

정부가 DTC 유전자검사를 규제 샌드박스 1호로 선정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지만 현장 의료인들은 이같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기쁘지만은 않다.

의료기관이 아닌 유전자검사기관에도 직접 의뢰해 유전자검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빗장부터 풀리게 되자 현장 곳곳에서 문제점들이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진단유전학회가 지난 10일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유전검사-ELSI(Ethical, Legal and Social Implications)’를 주제로 추계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지난 10일 대한진단유전학회가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유전검사-ELSI(Ethical, Legal and Social Implications)’를 주제로 개최한 추계 심포지엄에서는 DTC 유전자검사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서울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임지숙 교수는 “DTC 유전자검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면서 보험회사들이 유전자검사를 특약으로 포함시키거나 ‘끼워 팔기 상품’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질병 관련 유전자검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해외로 검사를 의뢰해 그 결과를 토대로 보험 상품을 맞춤 설계해 주겠다고 광고하고 있는 곳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규제 샌드박스로 허용되는 순간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이런 상품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다 해도 소비자고발센터 밖에 문제제기할 곳이 없다. 의사도 (검사)과정을 모르는 상황에서 검사결과에 대한 설명을 해줄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그는 "전문가들이 (유전자검사) 가이드라인을 이끌어 가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DTC 유전자검사 결과에 대한 상담 등 기본적인 수가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계명대동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도훈 교수는 “실제 유전상담클리닉으로 검사 결과지를 들고 와서 상담을 요청하는 환자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유전자상담을 누가, 어떻게 할 것인지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심지어 유전 상담료조차 책정되지 않았다. 앞으로 유전자검사가 활성화 되면 상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국 유전자검사는 의사에 의해 처방되거나 상담할 수 있도록 전문가를 통해 시행하는 게 의무화 돼야 한다. 국민이 안전하게 유전자 검사를 받고 잘 적용하도록 체계를 구축하는 게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성신여대 법학과 김나경 교수도 “소비자가 유전자검사 결과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웰-니스(Wellness)를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질병 예방 목적처럼 보이는 등 혼재돼 있다. 유전자 검사에 대한 설명과 상담 가이드라인을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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