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의사회 "반영구화장 문신도 침습 행위…출혈 발생 등으로 감염 유병률 최소 5배 높아"

정부가 눈썹, 아이라인 등 이른바 ‘반영구화장’을 의료인이 아닌 비의료인에게도 허용하는 방안을 담은 ‘중소기업 소상공인 규제 혁신방안’을 발표하자 피부과의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규제혁신이라는 미명하에 전문가 단체와의 소통 없이 발표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불쾌해 하고 있다.

대한피부과학회와 대한피부과의사회는 지난 10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 점검조정회의에서 비의료인에 반영구화장을 허용하는 내용의 ‘중소기업 소상공인 규제 혁신방안’이 의결되자 간염은 물론 성병 등 감염질환 발생을 높일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우려했다.

학회와 의사회 모두 반영구화장을 포함한 모든 문신은 침습적 행위로, 출혈이 발생하기 때문에 B형 및 C형 간염, 성병 등 감염질환 유병률을 최소 5배에서 10배까지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선 피부과의사회 김석민 회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의료인과 상의하지 않안 채 국가 차원에서 침습적 행위의 합법화를 추진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김석민 회장은 “(문신은)감염질환이 문제가 된다. 국가가 나서서 감염질환 증가를 권장하는 꼴"이라면서 "반영구화장은 되고 서화문신은 안 된다고 하지만 그 둘은 같은 행위다. 결국 (서화문신)도 확대되고 대중화될 것이고, 문신을 권장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부과학회 서성준 회장(중앙대병원 피부과) 역시 비의료인의 반영구화장 문신시술 허용을 반대했다.

서 회장은 이번 정부 방침에 반대한다면서 “피부 진피에 침습성 시술을 하는 것은 의료인이 해야 하는 일이다. 현재 학회에서 문신으로 인한 부작용 사례를 모으고 있다”고 했다.

문신이 활성화된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문신을 한 사람들의 감염질환 유병률이 현저하게 높다고 했다.

서 회장은 “외국 사례를 보면 주사기를 통해 일어날 수 있는 감염질환인 B형 및 C형 간염 바이러스, 성병의 일종인 매독, 에이즈도 옮길 수 있다. 실제로 통계를 내보면 문신을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감염질환 유병율의 차이도 크다"며 "이런 데이터를 종합하고 있다. 조만간 학회 입장과 함께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생활문신인 반영구화장에 대한 시술에 대해서도 서 회장은 역시 침습적 행위이기 때문에 의료인이 해야 하며, 피부과에서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규제혁신방안이 실제로 시행이 되려면 여러 가지 거쳐야 할 과정도 많고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본다"면서 "전문가로서 꾸준히 반대의견을 낼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규제혁신이라는 이유로 밀어부치고 있지만 이같은 방안들이 실현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들도 있다.

피부과의사회 정찬우 기획정책이사(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이번에 발표된 방안은 아직 확정된 안이 아니다. 조율이 필요한 민감한 현안"이라며 "실현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영구화장만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하더라도 추후에는 신체에 새기는 서화문신까지 확대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의료계뿐만 아니라 학부모단체, 시민단체도 모두 반대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일부에서 비의료인의 반영구화장 문신시술이 확정된 것처럼 보도가 됐지만 확정은 아니고 하나의 안일 뿐"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조율되지 않았고, 민감한 내용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학부모단체도 반대하고 있고 시민단체도 곧 반대입장을 표명할 계획이라고 알고 있다”고 했다.

또한 “반영구화장 문신은 괜찮은 것 아니냐고 하지만 생활문신과 서화문신은 바늘로 수천, 수십만번 피부를 긁어서 하는 침습적이고, 출혈이 발생하는 시술"이라며 "서로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방침과 실제 정부기관의 행보가 엇박자라는 지적도 나왔다. 피부과학회는 경찰청과 함께 소년원 등 보호감호 대상인을 상대로 문신을 지워주는 ‘사랑의 지우개’ 사업을, 군인을 대상으로 문신을 지워주는 ‘힐링지우개’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규제개혁이라는 미명하에 한쪽에서는 문신을 지우는 것을 돕고 한쪽에서는 비의료인에 문신을 허용하는 것은 정부 내부에서도 충돌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문신을 비교적 쉽게 지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문신은 그렇게 잘 지워지지 않는다. 지우는 비용도 문신비용의 열배, 스무배는 더 든다.특히 화려한 색감의 염료는 아무리 고가의 레이저장비를 사용해도 지울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평생 지울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한편, 피부과학회와 피부과의사회, 의협은 이번 정부안이 확정되기까지 더 많은 논의와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전문가 목소리를 더 많이 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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