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차병원 전홍재 교수 "나노기술 접목한 새로운 치료제 등장으로 생존‧삶의 질 향상 가능해져"

췌장암은 조기 발견은 물론 치료 약제도 많지 않아 위암, 유방암, 폐암 등과 달리 ‘소외’된 암으로 불린다. 2016년 기준 췌장암 발생자는 6,655명(2016년 기준 유병자 수 1만595명)으로 다른 암종에 비해 적은 반면, 2012~2016년 5년 상대생존율은 11.4%로 갑상선암을 제외한 모든 암 5년 생존율인 69.4%보다 낮다. 특히 암이 췌장과 멀리 떨어진 부위까지 전이된 경우에는 5년 상대생존율이 2.1%에 불과하다.

이런 췌장암의 표준 항암화학요법은 1997년 젬시타빈이 1차 치료로 승인된 후로 최근까지 10년 이상 표준치료로 사용됐다. 표적항암제인 엘로티닙도 췌장암 치료에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젬시타빈의 병용 투여 요법은 실제 이득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암 치료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온 면역항암제도 췌장암에선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며, 최근에 1차 약제로 폴피리녹스와 젬시타빈/아브락산 병용 요법이 췌장암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개선하여 1차 치료제로 자리 잡은 것 정도가 큰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1차 약제에 실패한 환자에게 객관적으로 치료효과를 인정받은 2차 치료 옵션이 제한된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니바이드’(성분명 나노리포좀 이리노테칸)가 젬시타빈 실패 전이성 췌장암 환자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201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고, 2017년 국내에 허가된 오니바이드는 이리노테칸 성분을 봉입화(encapsulazation)해 약제의 체내 전달 기술을 향상시킨 약제다.

젬시타빈 기반 1차 항암 치료에 실패한 환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3상 임상연구인 나폴리(NAPOLI-1) 임상을 진행한 결과, 오니바이드, 류코보린, 5-FU 병용요법은 젬시타빈 기반 요법에 실패한 환자에게서 항암화학요법으로의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 이 병용요법의 효과는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도 나타났다. 젬시타빈에 실패한 전이성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결과 오니바이드, 류코보린, 5-FU 병용요법은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과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이 글로벌 임상과 일관된 경향을 보였다.

이 연구에 참여한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전홍재 교수를 만나 오니바이드 임상 경험에 따른 오니바이드의 가능성을 살펴보고, 전이성 췌장암 환자의 치료 환경 개선 방향에 대해 들었다.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전홍재 교수.

- 췌장암은 ‘생존율이 낮고 조기 발견이 쉽지 않은 암’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국내에서 췌장암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인데, 특히 70~80대 발병률이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췌장암은 고령화와도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유병률이 (위암, 폐암 등에 비해) 낮아 다른 주요 암에 비해 신약 등 치료 옵션이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다.

- 항암 치료 옵션이 부족하다고 했는데, 현 시점에서 사용 가능한 항암치료법은.
췌장암은 특성상 질병이 진행될수록 환자 삶의 질도 크게 낮다. 이는 곧 치료가 잘 되면 삶의 질도 개선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2~3년 전만해도 췌장암 환자들에게 항암 치료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기조차 어려웠다. 당시에는 젬시타빈을 단독으로 사용해도 반응률이 10%도 안됐기 때문이다. 다행히 현재는 췌장암 치료에 효과가 확인된 2가지 약제가 1차 치료제로 자리를 잡았다. 아쉬운 점은 1차 치료에도 불구하고, 2차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명확한 치료제가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니바이드’가 대규모 글로벌 3상(NAPOLI-1 임상)을 통해 생존기간 등의 개선을 통계적으로 입증했다. 췌장암 항암 치료 옵션이 더해지며 그 혜택이 분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 췌장암 항암 치료의 변화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폴피리녹스’와 ‘아브락산’ 급여 적용 후 보편적으로 사용되면서 환자들의 1차 치료 옵션이 명확해졌다. 이후 장기 생존 환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앞서는 (생존기간) 1년을 못 채운 환자가 월등히 많았지만, 최근에는 (생존기간) 2~3년을 넘기는 환자가 생기고 있다. 5년여 전 폐암 치료를 하면서 환자의 전체 생존 기간이 1년을 넘었다고 기뻐했던 기억이 있는데, 췌장암도 그러한 단계를 밟고 있는 것 같다. 1차 치료제만으로 (생존기간이) 1년에 근접했고, 현재는 2차 치료요법이 확립되면서 전체 생존기간이 1년을 넘을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1차로 사용한 약제가 좋은 것도 있지만, 이후 사용되는 2차 약제들도 좋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치료 성과가) 좋아지는 것이다.

- 항암요법과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이 연결된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암 환자가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항암 치료 그 자체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췌장암 관련 연구에 따르면, 치료제를 통한 췌장암의 질병통제률(Disease control)이 클수록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다른 암종의 경우 항암 치료가 환자를 힘들게도 하지만, 췌장암 환자가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암 자체의 진행과 연관(Correlation)이 크다. 독한 항암 치료를 했을 때 환자가 받을 수 있는 이익과 암 자체가 (환자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할 때, 췌장암은 항암치료를 통해 질환의 진행을 잡아주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데이터도 있다. 다시 강조하면, 췌장암은 암이 진행될수록 그 자체가 환자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월등히 크다.

- 췌장암 항암치료 시 어떤 전략으로 접근해야 하나.
췌장암을 공략하는 방법은 2가지 전략이 있는데, 첫 번째는 반응이 좋지 않은 암종인 만큼 강력한 약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또 다른 전략은 췌장암 자체가 섬유화로 딱딱하기 때문에 원활하게 약물 공급이 안 된다는 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 특징을 공략하는 것이다. 두 번째 전달 체계(delivery system) 문제를 해결한 것이 나노 물질을 활용한 나노리포좀 이리노테칸(오니바이드)이다.

- 오니바이드가 췌장암에서 효과를 볼 수 있었던 것이 나노물질을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좀 더 구체적 설명을 부탁한다.
이리노테칸은 이전부터 있던 약물이었으나, 췌장암에서는 그 효과가 크지 않았다. 반면 나노리포좀 이리노테칸은 혈중 유지 용량을 높이고 종양 내 노출 시간을 길어지도록 나노 물질로 개선(modify)했다. 오니바이드는 나노 물질이라는 특성으로 효과를 개선하고, 이를 대규모 3상 임상을 통해 입증했다는 장점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오니바이드의 가장 좋은 장점은 지속 가능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니바이드 사용) 환자들이 쌓여가는 독성에 힘들어하는 부분이 크지 않다. 실제 진료하는 환자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오니바이드 동정적 프로그램 당시부터) 7명에게 오니바이드를 투여했는데 3명이 2년 넘게 생존해 있다. 한 환자의 경우에는 전이성 췌장암 진단 이후부터 현재까지 3년이 지났으며, 또 다른 1명은 40여 차까지 약제를 맞고 있다. 이는 오니바이드로 겪는 부작용은 크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니바이드가 대규모 임상을 통해 근거를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췌장암 전문의나 일반의가 아직까지 이 약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 또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사용하기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지속 가능해야 하는 췌장암 치료를 고려할 때 환자들이 비급여 약제를 사용하기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 앞서 오니바이드를 40차까지 쓰는 환자도 있다고 했는데, 장기적으로 언제까지 사용가능한가.
항암제를 쓸 때 효과가 있음에도 부작용이 발생하면 지속해서 쓰기 힘들다. 하지만 오니바이드는 적어도 이런 고민은 덜하는 약이다. 과거 효과가 제대로 입증된 약이 없던 상황에서, 오래 사용할 수 있으면서 다른 약보다 부작용이 덜하다는 건 큰 장점이다.

- 오니바이드의 특징은 나노기술 접목이다. 다른 암종도 나노 기술을 접목시 효과를 보다 높일 수 있나.
이미 위암, 대장암 등의 암은 전통적인 이리노테칸에도 효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서 나노 기술을 통한 약물 전달(delivery)의 개선이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췌장암은 암의 특성 상 약물 전달의 한계가 효능의 부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나노 기술을 활용했을 때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난공불락이었던 기존 췌장암 치료 상황이 이러한 나노 기술 발전으로 (치료) 장애물이 낮아지는 것 같다.

- 하지만 간암 등도 섬유화와 관련이 있는 만큼, 이 경우에도 나노 기술이 도움되지 않을까 싶다.
췌장암의 섬유화는 간에 비해 상당히 심하다. 간경화가 진행되면서 섬유화를 스캔하는 경우가 있지만 조직검사가 어려울 정도로 딱딱해지지는 않는다. 췌장암은 조직 검사 시 바늘이 안 들어갈 정도로 딱딱하게 섬유화 돼 조직 검사 자체가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암 자체보다는 미세환경 개선이 필요할 정도로 (췌장암의) 섬유화 문제는 심하다.

- 오니바이드 임상을 살펴봤을 때, 아시아 환자의 치료 성적이 좋았다.
나폴리 임상 하위 분석(sub group analysis)을 살펴보면 아시아 환자에서의 생존(survival) 데이터가 좋았지만, 이를 보기 위한 연구는 아니었기 때문에 확신하긴 어렵다. 다만 국내 리얼월드에비던스(RWE) 데이터를 연구했을 때 (나폴리 임상의) 하위 분석 데이터와 비슷할 정도로 결과가 좋아 아시아인에서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 최근 면역항암제가 다양한 암에서 효과를 입증하고 있는데, 췌장암에선 그렇지 못한 이유는 뭔가.
면역 항암 치료가 효과를 보이지 못하는 분야가 췌장암이다. 따라서 근거(evidence)가 없다고 하는 것이 맞다. 아무리 좋은 약제라도 전달이 중요한데, 미세환경이 사막 같이 황량해 T세포도 없고, 약물 전달이 어려운 췌장암의 경우 안타깝게도 면역치료제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데이터가 많지 않다. 난공불락이었던 전이성 췌장암 치료에서 효과를 입증한 오니바이드가 의미있는 것이다.

- 효과가 분명해도 비급여라는 점은 오니바이드의 한계일 수밖에 없다.
환자들 중에는 의료 급여 환자들도 많아서 (오니바이드를 통한 치료를) 말을 꺼내기도 어렵다. 효과가 아니라 비용이 환자들의 치료 결정기준이 되는 상황이다. 안타깝게도 효과가 입증된 췌장암 2차 치료제 중에선 급여가 가능한 약제가 거의 없다. 환자 입장에선 급여를 통해 1차 항암제 비용의 5%를 부담하다 2차 치료 시 약값 100%를 모두 부담한다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 마지막으로 전이성 췌장암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췌장암 치료를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환자들은 췌장암에 걸렸을 때 먼저 실망을 하는데 앞선 설명처럼 똑같은 기간을 살아도 약제로 병을 컨트롤하는 삶과 병을 그대로 겪는 것은 다르다. 췌장암은 복수가 차거나, 장이 막히고,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삶의 마지막 시간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지내는 것과 달리 항암 치료를 하면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 단순히 몸을 망가트리며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항암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는 것은 삶의 질도 유지하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더욱 지낼 수 있다.

또한 췌장암의 생존기간을 더욱 늘리기 위해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 중이며 지속적으로 좋은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어 폐암처럼 긴 기간 동안 생존이 가능할 것이다. 또 치료 옵션이 그리 많지 않은 전이성 췌장암에서 오니바이드 같은 약제에 급여가 적용되면 환자들에게 분명히 도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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