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삼성바이오 증거인멸 혐의 1차 공판서 주장…삼바 측 "분식회계 감추기 위한 자료 삭제 아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된 자료를 삭제해 재판에 넘겨진 삼성 임직원들이 중대한 사법방해 자료삭제행위는 했지만 분식회계는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므로 증거인멸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검찰은 본 사건의 유무죄 여부와 관계없이 증거인멸죄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소병석)는 25일증거위조·증거인멸 및 증거인멸교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삼성바이오에피스 양모 상무, 이모 부장, 삼성바이오로직스 보안담당 직원 안모씨, 삼성전자 김모, 이모, 박모 부사장, 백모, 서모 상무 총 8명에 대한 1차 공판을 진행했다.

피고인 측은 자료 삭제 행위와 이와 관련된 객관적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해당 행위로 증거인멸죄가 성립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검찰 주장처럼 불공정한 합병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분식회계를 저질렀고, 이를 감추기 위해 자료를 삭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피고인 측은 모두진술에서 "검찰은 분식회계를 전제로 임직원들이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말하지만, 삼성바이오는 분식회계를 저지른 사실이 없고 검찰 주장처럼 2012년부터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한 적도 없다"며 "타인의 형사사건에서 죄가 되지 않는 경우 증거인멸죄가 성립하는지 의문이 들고, 설령 성립되더라도 양형에서는 중요한 참작 사유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사기관의 수사가능성만으로 증거인멸죄가 성립한다면 단순한 가능성에 따라, 누가 고발하느냐에 따라서 증거인멸죄가 좌우되기 때문에 죄 성립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합병의 불공정, 분식회계, 경영권 승계라는 말만 나오면 피고인 측이 너무 민감해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검찰은 판례에 따라 분식회계 등 본 사건 유무죄 여부와 관계없이 증거인멸죄는 성립된다고 봤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증거인멸죄에 있어 타인의 형사사건이란 행위 시 수사절차가 개시되기 전이라도 수사가 예측되는 상황이라면 증거인멸죄가 성립한다. 또 본안 사건이 기소되지 않거나 무죄가 선고되더라도 마찬가지다. 증거란 수사기관이 국가의 형별권 유무를 확인하는데 관계있다고 인정되는 일체의 자료로, 타인에게 유불리하거나 증거가치의 유무, 정도가 무관하다.

검찰은 "이렇게 모든 자료를 일체 삭제해버려놓고 아무죄도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다"며 "진짜 분식회계가 아닌지 밝히려면 이를 입증할 자료를 회사가 남겨놓아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첫 압수수색을 갔을 땐 이와 관련된 아무런 자료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2년 넘게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국민적 관심을 받고있던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오랜 판단 끝에 결론 내리고 고발을 했는데 각종 자료를 다 지워놓고 이제와서 회계처리가 정상적으로 됐으며 분식회계도 아니라는 주장은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논리"라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고발로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12월 삼성바이오 등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조직적으로 회계자료, 보고서 등을 은폐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날 검찰은 증거인멸지시와 행위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5월 1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분식회계 관련 조치 사전통지서를 받은 뒤 5월 5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긴급회의가 소집됐다. 삼성 수뇌부와 더불어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대표 등도 이 회의에 참석했다.

이들은 검찰의 압수수색이 실시될 것을 대비해 관련자료를 삭제하기로 결정하고 로직스와 에피스 임원 등에게 수차례 삭제를 지시했다. 삭제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도록 로그기록도 없애라고 지시하는 등 철저히 단속했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재경팀 기획부서 임직원 컴퓨터를 포맷 및 교체했고, 재경팀 공용폴더 자료가 담긴 메인서버는 자료와 더불어 로그기록을 삭제했다. 백업서버와 구 메인·백업서버 등 3개는 통신실 바닥에 은닉했다.

검찰은 증거물 은닉한 정황이 담긴 사진을 공개하며 "애초에 검찰은 바닥을 뜯을 생각도 못했고, 이 바닥은 손으로 들어올릴 수도 없다"며 "피고인들은 흡착기까지 이용해 서버를 숨긴 것"이라고 했다.

은닉된 구서버에는 자료가 보존된 상태였다. 이를 통해 검찰은 2013~2017년 이재용 부회장 및 미래전략실에 보고된 문건, 재경팀 주간업무 등 로직스 지분구조와 콜옵션 문제, 기업가치평가 등과 관련된 약 100만건의 문서 및 파일을 확인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같은기간 재경팀 컴퓨터를 교체하고 주요 직원의 경우 휴대전화까지 바꿨다. 콜옵션, JY, 미전실 등 특정 키워드를 제시하며 이같은 단어가 포함된 자료를 일체 삭제했다. 특히 에피스 피고인 양 상무와 이 부장은 직원 컴퓨터에서 직접 키워드를 입력하며 자료가 삭제됐는지 확인하고 추가 삭제를 지시하는 등 수시 점검을 하기도 했다. QNA라는 자체 프로그램을 사용해 디지털 포렌식으로도 복구가 불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자료들이 업무와 전혀 관계없는 신입사원 컴퓨터에 다운받아져 있는 것이 검찰에 의해 발견되면서 덜미가 잡혔다.

검찰은 "처음 압수수색을 나갈 당시 에피스는 주요 자료가 전부 없었고 로직스는 공용폴더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자료를 거의 확보하지 못했었다"며 "피고인들은 수개월에 걸쳐 자료를 은닉하면서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수사기관의 수사를 방해했고, 법원의 판단까지 방해할 뻔한 중대한 사법방해에 해당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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