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안동지원, A의료재단 이사장과 실질적 대표에 징역형
B의료재단 이사장은 “사무장병원으로 보기 어렵다” 무죄

의료법인형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혐의로 각각 기소된 이사장 2명에 대한 법원 판단이 엇갈렸다.

이들 모두 의료기관 개설권이 없는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이용해 사무장병원을 개설·운영했다는 혐의를 받았지만 한명에게는 징역형이, 다른 한명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은 이사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수익 분배, 불법적인 의료행위 등이 없었다면 의료법인형 사무장병원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은 지난 5일 의료법인형 사무장병원을 개설·운영해 의료법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A의료재단 이사장 K씨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A의료재단의 실질적인 대표였던 K씨의 남편 L씨에게는 징역 5년이 선고됐다.

반면 같은 혐의로 기소된 B의료재단 이사장 Y씨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에 대한 법원 판단은 의료법인을 사유화해 수익을 분배받았는지 여부에서 갈렸다. 또한 의료법인 설립과 운영 과정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불법 의료기관 개설 혐의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봤다.

발기인 회의부터 ‘거짓’, 수익분배 약정 체결한 A의료재단 이사장 등 징역형

유죄 판결을 받은 L씨는 A의료재단의 실질적인 대표로, 의료법인 설립 과정에서 출자인들과 수익분배 등의 내용이 포함된 공동사업약정을 체결했다.

지난 2006년 9월 A의료재단 설립 허가를 받으면서 제출한 발기인 회의록도 허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발기인회의에 참석해 발언까지 했다고 기록된 사람이 당시 해외에 있었던 게 확인되는 등 회의 자체가 개최됐다고 볼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었던 것.

설립된 이후에도 A의료재단은 정관상 요구되는 기구도 제대로 구성하지 않았으며 이사회도 열지 않았다. 더욱이 A의료재단은 지난 2008년 3월 요양병원과 의원을 개설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A의료재단 이사장은 L씨의 부인인 K씨였지만 환자들에게 받은 본인부담금, 비급여 진료비(현금)는 L씨가 직접 수령했으며 대외적으로도 이사장으로 활동했다.

A의료재단 자금을 아파트 대금 지불 등에 사용하고 법인카드로 생활비를 쓰는 등 L씨 개인 재산과 재단 재산이 구분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공모해 형식적으로만 A의료재단을 설립한 후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인 L씨가 요양병원과 의원을 개설·운영하고 요양급여비 등 169억원을 편취했다”며 “이 사건 범행은 의료기관 개설 자격을 제한해 건전한 의료질서를 확립하고 국민건강을 보호하려는 의료법의 입법 취지를 침탈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수익 분배 없고 이사회 통해 의사결정한 B의료재단 이사장은 ‘무죄’

하지만 L씨와 양도양수계약을 맺고 B의료재단을 인수해 운영해 온 Y씨에 대해서는 의료법인형 사무장병원을 운영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Y씨는 L씨와 K씨가 운영하던 또 다른 의료법인인 B의료재단을 지난 2008년 3월 인수했다. 이 때 B의료재단 명의로 개설된 병원도 함께 인수했으며 2013년 9월에는 요양병원을 새로 개설했다.

Y씨는 B의료재단을 인수한 후 임원 등 조직을 갖추고 임원 참여 하에 의사결정을 해 왔으며 이사회도 개최했다. 또 재단의 재정이 어려워 Y씨의 사재를 출연했고 급여로 200만원이나 600만원만 받아왔다.

B의료재단 산하 의료기관이 불필요한 장기입원 등 불법적인 이득을 편취했다는 객관적인 증거도 없었다.

법원은 “의료법인의 운영권을 유상으로 양도·양수하는 행위를 금지하거나 이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인수대금의 수수만으로 비의료인이 영리를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법원은 또 “Y씨가 B의료재단으로부터 병원 운영에 대한 수익을 분배받았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며 “의료인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에 개입해 의료인에게 지시를 했다거나 영리를 목적으로 의료인으로 하여금 부당한 방법으로 의료행위를 하게 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고도 했다.

무죄 판결 이끈 세승 김선욱 변호사 “법인형 사무장병원 판단 기준 명확히 한 판결”

법무법인 세승 김선욱 대표 변호사

무죄를 받은 Y씨를 변호한 법무법인 세승 김선욱 변호사는 “의료법인형 사무장병원 판단 기준을 명확히 확인한 판결로 의미가 있다”며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면서 의료법인형 사무장병원 기준으로 제시한 의료법인 경영권 승계에 따른 대가 지급을 내용으로 한 계약과 이사 구성에 친인척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유죄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사무장병원으로 운영했다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헌법과 의료법의 취지상 엄격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의료법인의 실체가 존재한다고 도저히 인정하기 어려울 정도의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의료법인 배후의 비의료인에 대해 의료법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의료법인 설립과정에서 주무관청에 거짓으로 허가를 받은 경우 의료법인을 운영하면서 공식적인 의사결정기구를 완전히 배제한 채 비의료인이 주도적으로 시설, 인력 충원과 관리, 의료업시행, 필요한 자금 조달이나 운영성과의 귀속을 처리한 경우를 특별한 사정의 예로 들었다”며 “재판당시 의료법인 양도양수계약의 처벌규정이 없다는 점 및 의료법인 이사의 친인척 배제 규정이 없어 이러한 사정만으로 법인형 사무장 병원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도 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오는 2020년 2월 28일부터 친인척 이사 구성 제한 규정 등이 신설된 의료법이 시행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개정 의료법에 따르면 이사 취임 명목 금품수수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규정이 생겼으며 친인척 이사 구성 제한 규정도 신설됐다”며 “의료법인형 사무장병원 판단 기준에 개정 의료법 규정이 유죄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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