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AI 면접' 도전기①…고성과자들 성향 분석 통해 지원자 성과 예측하는 기전

제약업계 채용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AI(인공지능) 면접. AI 면접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AI 면접에 대비하는 컨설팅이 생길 만큼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AI 면접은 '핫'한 존재가 되고 있다.

AI 면접이 대체 뭐기에 이렇게 '핫'한 존재가 됐는지 궁금했다. 괜히 게임이다 뭐다 해서 취준생들의 부담만 더 늘어나게 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들었다.

처음 AI 면접을 접하게 된 곳은 지난 3일 제약바이오 채용박람회장이다. 들어설 때부터 AI 면접을 해보리라 마음먹은 터라 곧장 체험장으로 향했다. 대기 중인 많은 취업준비생 틈에 합류해 호기롭게 도전했다.

"끝?"

10분 만에 '호로록' 끝난 체험이 당황스러웠다. 자기소개 후 하나의 상황 질문이 나오고 2개의 게임을 하고 나니 면접이 끝났다. 체험판이라 단계가 많이 생략된 탓이었다. 많은 지원자들이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하려다보니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대폭 줄여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순식간에 끝난 AI 면접 체험판. 이때 멈췄어야 했나…

아쉬운 마음을 달랠 수 없어 판교를 찾았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AI 면접솔루션을 개발한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다스아이티 본사가 있는 곳이다. 100개 기업이 지금까지 AI 면접을 도입했으며, 여기엔 JW중외제약, 한미약품 등 7개 제약사가 포함돼 있다. 동아에스티를 비롯한 동아쏘시오그룹, 종근당, 경보제약 등도 올해 AI 면접을 실시한다.

실제 AI 면접은 총 70분. 기자는 경영지원과 개발 분야에 각각 지원, 면접을 두 번 보기로 했다. 면접 내에서 지원자는 자기소개-기본질문-성향파악-상황대처-보상선호-전략게임-심층대화 단계를 거치게 된다. 여기에 기업 요청에 따라 기업맞춤형 질문이 추가로 나오기도 한다. A 제약사 영업 직무에 지원할 경우, 본인이 영업사원으로 가정하고 근무지에서 A사 제품을 어떻게 홍보할 것인지 등을 묻는 것. 기자의 체험판에서 특정 업체의 맞춤형 질문은 제외됐다.

노트북 앞에 앉아 헤드셋을 착용했다. 웹캠과 마이크를 체크하고 얼굴을 등록하면 면접 준비가 모두 끝난다. 담당자가 정확한 면접을 위해서는 이어폰보다 헤드셋을 착용하는 것이 더 좋다는 깨알 팁을 건넸다.

AI는 지원자의 면접을 분석해 전체 평균 점수와 고성과 예측 점수를 내린다. 전체 평균 점수는 지원자의 모든 세부 역량 점수를 산술 평균한 점수로 지원 직군에 따라 바뀌지 않는다. 고성과 예측 점수는 세부 역량 점수와 응답 패턴을 모두 고려해 AI가 산출하는 점수다. 각 기업이 직군마다 고성과자들의 성향을 입력하면, 그에 따라 역량별 비중을 달리해 지원자의 고성과 예측 정도를 판단한다.

'두 직군 모두 비추천이 나오면 창피해서 기사고 뭐고 취재 접어야 하나?' 막상 면접이 시작되니 체험일 뿐인데도 긴장감으로 목이 뻣뻣해졌다.

면접을 준비하는 매우 진지한 뒷모습

급하게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들고 슬쩍 담당자에게 "자기소개서를 보면서 읽으면 불이익이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담당자는 AI가 표정과 눈동자의 움직임 등을 분석하기 때문에 보고 읽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취재를 위해 카메라로 모니터를 찍는 행위 등도 자칫 AI가 태도불량으로 인식해 '신뢰불가'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주변이 너무 시끄럽거나 지원자 얼굴이 중간에 바뀌는 것도 마찬가지다.

주의사항을 듣고 본격적인 면접이 시작됐다. 모든 질문에는 답변에 앞서 생각을 정리할 시간(30~60초)이 주어진다. 답변은 최소 20초 이상이어야 한다.

"안녕하세요 의료전문지에서 기자 일을 해온 정새임 입니다. 저는…(이하 중략)"

자기소개에 이어 기본질문으로 '자신의 장점/단점에 대해 말해 주세요', '가장 원하는 직무에 대한 지원동기를 말해주세요'가 나왔다. 성향파악은 60초간 170개의 문장에 얼마나 동의하는지 답해야 한다. '계획을 세우고 시작한 일은 끝까지 실천한다', '부모님께 거짓말을 종종 했다' 등 인성 검사를 할 때 주로 나오는 질문들이다. 직관적으로 답하면 되므로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지만, 괜히 좋은 이미지를 심으려 거짓 답을 했다가 같은 질문에 상반되는 답을 해 '신뢰불가'가 뜰 수 있다고 하니 다른 인성 검사처럼 솔직하게 답하는 것이 제일 좋다.

다음 단계는 상황대처. 주어진 상황에서 답을 하는 것인데 여기서 포인트는 '실제 대화하는 것처럼 답하는 것'이다. 기자에겐 '휴가를 가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휴가 이틀 전, 맡은 업무에 문제가 생겨 4일 정도 일을 해야 한다. 여기서 어떻게 할지 실제 팀장님과 대화 상황이라고 가정하고 말해보라'는 상황이 주어졌다. 생각시간 30초간 잠시 머리가 하얘졌다. 실제 대화체로 말하기엔 완벽히 그 상황에 녹아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짜 팀장님 얼굴을 떠올렸다가 괜히 더 긴장만 됐다. 체험판에서는 외국인에게 길을 물어보라는 상황이 주어져 이걸 영어로 답해야 하나, 한국말로 답해야 하나 고민하다 끝났는데, 이번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팀장님 어...제가 비행기표를 끊어 놓은 상태에서 일이 터졌는데...(이하 횡설수설)"

생각시간 내 답변을 정리하지 못해 말이 빨라지고 헛소리도 나왔다. 사실 무슨 말을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생각나면 괴로울까 봐서인지 빠르게 기억에서 삭제됐다). 나름 좋게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잘 처리하겠다는 말만 반복한 것 같다(나중에 다시 쓰겠지만 AI는 답변 내용을 하나하나 분석하지 않는다고 한다).

부끄러운 1분이 지나고 상황이 하나 더 주어졌다. 이번엔 물 흐르듯이 대처하리라. '본사 근무 중 지방으로 인사발령이 났다. 지방 근무는 불가능하다고 팀장님을 만나 이야기한다고 생각하고 말해보라.'

이런, 첫 상황보다 더 이입되지 않는다. 지방 근무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으니. 왜 지방 근무가 불가능한지 이유를 생각하다가 두 번째 상황에서도 버벅거렸다(앞서 말했지만, AI는 답변 내용을 세세히 분석하지 않는다).

혼란스러운 상황대처가 지나고 보상선호 단계로 들어섰다. 요약하면 지난달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를 당장 적게 받을 것인지 늦게 많이 받을 것인지 지급 방식을 택하도록 했다. 정답은 없고 그야말로 자신이 선호하는 방식을 고르는 것이다. 지급 시점은 1개월, 3개월, 6개월 1년 단위이고 지급 크기는 지원자 답변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당장 500원을 받는 것보다 1개월 뒤 1,000원을 받는 쪽을 택했다면 다음은 '당장 750 vs 1개월 뒤 1,000'이 나오는 식이다.

전략게임은 총 10개가 나왔다. 푸는 순서는 상관없다.

보상선호가 끝나면 AI 면접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전략게임. 사진을 보고 감정을 맞추는 '감정 맞추기'부터 '공 탑 쌓기', '공 무게 맞추기', '도형 위치 기억하기', '방향 바꾸기', '카드 뒤집기', '날씨 맞히기' 등 총 10개의 게임을 해야 한다. 게임은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신경쓰는 부분이기도 하다.

게임이 시작되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 동안 게임설명을 꼼꼼히 읽어보길 권한다. 몇몇 게임은 초반에 제대로 풀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무심코 설명을 넘겼다가 게임이 끝날 무렵에야 방식을 이해한 탓이다. 게임설명을 넘어가면 다시 돌아갈 새도 없이 게임 시작을 알리는 초시계가 작동한다.

비교적 직관적인 게임도 있었지만, 풀면서 난해한 게임도 있었다. 처음엔 쉬웠지만 점점 어려워지기도 했다. 기자에겐 도형 위치 기억하기와 날씨 맞히기 게임이 특히 어려웠다. (방향 바꾸기 게임은 나의 순발력이 문제가 아니라 손에 익숙지 않은 마우스 탓이다!)

왼쪽은 공 무게 맞추기. 초반에는 할 만한데 공이 점점 많아지면 슬슬 헷갈리기 시작한다. 오른쪽은 마우스 탓이 큰 것 같은 방향 바꾸기. 꼭 본인 마우스를 사용하길 바란다.

마지막 단계인 심층대화에서는 '겸손이 미덕이라는 말이 여전히 적용된다고 생각하는지 5초 이내에 예 혹은 아니오로 답하라'는 질문 뒤 꼬리질문으로 '항상 겸손한 사람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진짜 겸손한 모습을 판단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는가?', '만약 인사담당자라면 비슷한 스펙의 지원자 중 겸손한 사람과 자신의 장점을 보여주려는 사람 중 어떤 지원자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겠나'가 나왔다. 평소 면접에서 받을 만한 질문은 아니다. 허를 찌르는 질문에 평소 생각대로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면접관 앞에서 답했다면 '이불킥'했을 만한 답변을 모니터 앞이라 부끄러움도 못 느끼고 되는대로 얘기했다.

긴장과 관련된 심층대화 질문이 더 나온 뒤 비로소 면접이 끝났다. 첫 AI 면접에 대한 느낌은 '아쉽다'라는 것. 다음엔 더 잘 볼 수 있다는 막연한 자신감이 생겼다. 잠깐 당을 충전한 후 두 번째 면접에 임했다. 한 번이라도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게임도 더 잘 풀고 말도 좀 더 수려하게 한 느낌이다.

두 번째 면접에 기대감을 갖고 있었던 차에 들려온 담당자의 한 마디.

"게임에 익숙해져서 많이 맞추거나 답변 내용이 더 좋다고 해도 AI 결과엔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아요."

AI는 답변하는 과정에서 표정 변화나 톤, 음색, 문제 풀이 패턴 등을 분석하기 때문에 답변 내용이 분석 결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게임의 목적은 의사결정유형·정보활용유형·집중력 패턴 등을 분석하기 위함이고, 특정 게임의 경우에만 추리력, 순발력 등의 전략력을 판단한다. 따라서 게임에 익숙해져 잘 푼다고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더 높은 점수를 기대했는데 잠깐 기분이 좋다 말았다.

다만 면접 과정에서 지원자의 답변 영상은 면접 결과지와 함께 인사담당자에게 제공되기 때문에 성의 없이 답변하거나 질문과 동떨어진 답을 하면 당연히 걸러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원자는 인사담당자가 볼 영상을 대비해 내용에도 충실해야 한다.

AI 면접은 확실히 기존 면접과는 질문 유형이 달랐다. 상황대처나 심층면접은 유형을 알고있더라도 사전에 질문을 예측하고 답변을 준비하기 쉽지 않을 듯하다. 특히 심층대화는 지원자에 대한 1차 분석에 따라 맞춤형으로 나오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애초에 AI 면접 자체의 목적이 지원자의 성향을 파악하는데 있다보니 질문에 의도가 있다거나 일반 면접처럼 최적의 답변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AI 면접 비법을 찾기보다는 차분하게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말은 했지만 기자 역시 인사담당자가 나의 면접 영상을 볼 수 없게 당장 삭제하고 싶은 마음이다.

과연 기자는 AI 면접을 통과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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