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환자쏠림 해결에 팔 걷은 복지부…‘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 발표
‘중증종합병원’ 변경 후 중증환자비율 상향…큰 병원 찾는 경증환자 진료비 폭탄

상급종합병원 환자쏠림문제 해결을 위해 경증환자를 많이 진료하는 상급종합병원과 진료 시 상급종합병원부터 찾는 경증환자 모두에게 페널티를 주는 방안이 추진된다.

상급종합병원은 지정기준에 중증환자비율을 강화하고 경증환자 진료시 수가를 낮추도록 했으며, 경증환자가 적절한 절차없이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본인부담금을 대폭 인상하기로 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 명칭을 아예 중증종합병원으로 변경하고, 단기 대책에 이어 의료전달체계의 중장기 제도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도 시작한다.

보건복지부는 4일 의료기관의 기능에 맞는 의료 제공 및 이용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채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계속 몰려 적정 의료 보장과 효율적 의료체계 운영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같은 내용의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발표했다.

상급종합병원, 평가 및 보상체계 개선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상급종합병원이 스스로 중증환자 위주로 진료하고 경증환자 진료를 줄이도록 하기 위해 2021년부터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을 강화한다.

이에 2021년 4기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중증환자가 입원환자의 최소 30% 이상(기존 21%)이어야 한다. 중증환자는 전문진료질병군에 속하는 입원환자로 희귀질환, 합병증 발생 가능성, 높은 치사율, 진단난이도 높고 연구가 필요한 질병 등을 의미한다.

중증환자를 더 많이(최대 44%까지) 진료하면 평가점수를 더 받을 수 있도록 보상체계도 마련했다.

반대로 경증환자의 입원과 외래 진료비율은 낮춰 경증환자는 가급적 동네 병·의원으로 되돌려 보낼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경증입원환자가 16% 이내여야 했지만 앞으로는 14% 이내, 경증외래환자는 17% 이내에서 11% 이내로 줄여야 하며 이 또한 기준보다 경증환자를 더 적게 진료할 경우 차등점수를 부여하도록 했다. 최고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비율은 경증입원환자 8.4% 이내, 경증외래환자 4.5% 이내다.

상급종합병원이 경증환자를 진료하면 불리하고 중증환자를 진료하면 유리하도록 수가 구조도 개선한다.

현재는 상급종합병원이 진료하는 환자의 중증·경증 여부에 관계없이 환자 수에 따라 의료질평가지원금을 지원받고 종별가산율 30%도 동일하게 지급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복지부가 정한 100개 질환에 해당하는 경증 외래환자에 대해서는 의료질평가지원금을 지급하지 않고, 상급종합병원에서 외래 경증으로 확인된 환자는 종별가산율 30% 적용에서 제외토록 했다. 종별가산율이 줄어들게 되면 환자의 본인부담금도 함께 줄어들게 되지만 환자 페널티 차원에서 현행 60%인 본인부담률을 더 인상할 방침이다.

중증환자진료 보상 적정수준 조정

경증환자에 대한 수가 보상을 줄이는 대신 중증환자에 대한 보상은 적정수준으로 조정한다.

중환자실 등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진료에 대해서는 적정수가를 지급하고, 다학제 통합진료료 등 중증환자 심층진료 수가도 합리적으로 조정해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특별히 중증환자 위주로 심층 진료를 시행하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는 별도 수가체계를 적용하는 시범사업도 시행해 해당 의료기관의 운영 구조 자체를 중증·심층진료 위주로 변경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중증·경증환자비율, 소아·희귀질환자·고위험임산부 등 비율, 평균 외래환자수 일정 이하 등의 기준을 정해 종별가산율, 진찰료, 입원료 등을 별도 적용해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상급종합병원의 명칭도 중증종합병원으로 변경된다. 상급종합병원이라는 현재 명칭은 의료기관의 기능을 인식하기 어렵고 병원 간 순위를 매기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었다.

앞으로는 의료법 개정을 통해 중증종합병원으로 명칭을 변경해 중증환자를 중점적으로 진료하는 병원임을 명확히 할 방침이다.

상급종합병원 진료의뢰 개선

꼭 필요한 환자들을 중심으로 상급종합병원 진료의뢰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진료의뢰 체계가 개선된다.

현재는 환자가 병·의원에 요구해 발급 받은 진료의뢰서만 있으면 경증환자도선택적으로 상급종합병원에 갈 수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병·의원 의사가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할 때 적절한 의료기관으로 직접 진료를 연계해주는 것으로 의뢰절차가 강화된다.

진료의뢰의 원칙을 ‘의사 직접 진료의뢰’로 정해 의사가 적정한 상급종합병원으로 직접 의뢰하도록 했으며, 의뢰·회송시스템을 활용해 의사가 직접 의뢰한 경우에만 의뢰수가를 적용해 주기로 했다.

환자들도 불필요하게 의뢰서를 요구하지 않도록, 상급종합병원은 의뢰서를 개별 제출하는 환자보다는 의뢰·회송시스템을 통해 다른 병·의원에서 직접 진료 의뢰된 환자를 우선적으로 접수·진료하도록 하고 의료질평가 등을 보완해 이에 대한 평가도 실시하도록 했다.

또한 환자들이 개별 제출하는 진료의뢰서는 폐지하거나 의사의 의학적 판단이 아닌 환자 요구에 따른 의뢰에 대해서는 본인부담을 부과하는 등의 추가 개선안도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상급종합병원으로의 진료 집중을 해소할 수 있는 여러 형태의 의뢰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의료기관 간 의뢰 과정에서 의뢰서 뿐 아니라 각종 진료내역·영상정보 등도 전자적으로 공유해 환자의 편익을 높이고 불필요한 추가 검사 등을 줄일 수 있도록 했으며,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다른 전문진료과목 의원으로 환자를 의뢰하는 ‘의원 간 의뢰’도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의뢰수가를 시범적용할 방침이다.

또한 서울․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의 진료 의뢰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지역 내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서울·수도권으로 진료 의뢰를 하는 경우 의뢰수가를 차등화 할 계획이다.

경증환자 지역 회송 활성화

상급종합병원에 내원한 경증환자나 상태가 호전된 환자는 신속히 지역 병·의원으로 돌려보내도록 회송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적절한 후속진료가 가능하도록 회송 절차와 기준을 강화하면서, 의료질평가 등 각종 의료기관 평가에도 반영해 의료기관의 참여 유인을 높이기로 했다.

회송 시 환자는 상급종합병원을 다시 이용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것을 우려해 거부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에 회송 후 동네 병·의원을 이용하던 환자가 증상이 심해져 상급종합병원 진료가 다시 필요해진 경우 신속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환자의 상급종합병원 이용 부담 적정화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해서는 의료기관 뿐 아니라 환자와 국민의 이해와 협조도 필요한 만큼, 의료 이용에 대한 개선도 유도한다.

우선 상급종합병원 이용에 대한 비용 부담 수준을 적정화한다. 실손보험 등으로 인해 환자의 실 부담이 거의 없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실손보험 보장범위를 조정하는 방안을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경증질환을 가진 외래환자의 경우 현재 60%인 상급종합병원 이용 본인부담률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본인부담상한제에서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 외 환자의 적정 의료이용을 지원할 수 있는 정보 제공과 홍보도 강화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상급종합병원을 자주 이용하는 경증환자에 대해서는 만성질환의 관리나 비용 등의 측면에서 병·의원 이용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점을 개별 안내하고, 국민에게 의료기관 종류별 적정 기능과 질환별로 적정한 의료기관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에 대한 홍보도 강화한다.

응급환자, 분만, 치과, 장애인 등의 재활치료, 가정의학과, 해당기관 근무자, 혈우병환자 등 상급종합병원 이용 시 진료의뢰서가 없어도 건강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예외 경로도 보다 합리적으로 운영되도록 개선을 검토한다.

지역 내 의료해결 역량 제고

환자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을 찾지 않고도 지역 내에서 충분하고 적정한 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의료의 기능·역량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지역에서 포괄적인 의료서비스를 충실히 제공할 수 있는 종합병원을 (가칭)지역우수병원으로 시범 지정해 지역주민들이 신뢰하고 찾을 수 있는 기관으로 육성해나갈 방침이다.

연구를 거쳐 지정·운영 기준을 마련해 시범적으로 지정하고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집중 해소 성과 등에 따라 추후 제도화하면서 보상방안 등과도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특정 과목이나 질환에 대한 전문의료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전문병원 지정·평가제도를 내실화하고 지역 일차의료 기능 강화를 위해 일차의료기관 만성질환관리 사업 및 의원급 교육상담 시범사업 등도 지속 확대한다.

이와 함께 지역에서 중증입원, 응급, 심뇌혈관 등 필수의료가 적절히 제공될 수 있도록 지역단위 필수의료 협력·연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지역 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해 9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9월부터 이번 의료전달체계 개편안 시행 준비에 들어가는 한편, 건강보험 수가 개선 관련 사항들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등 논의를 거쳐 2020년 상반기 중 시행할 예정이다.

또한 중장기 의료전달체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9월부터 의료계·수요자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의료기관 종류별·기능별 역할 재정립 방안, 의료자원 적정 관리방안, 환자의 자유로운 의료이용 선택 제한 필요성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복지부 노홍인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번 대책으로 경증환자는 동네 병·의원을, 중증환자는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도록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와 동시에 환자가 질환·상태에 따라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의료기관 간 진료의뢰·회송 등 협력체계도 구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 실장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가 집중되면 상급종합병원 진료가 꼭 필요한 중증환자가 치료적기를 놓쳐 생명에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가벼운 질환이 있는 분들은 동네 병·의원을 이용하는 등 국민적 협조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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