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제정한 ‘성평등 원칙’ 꾸준히 업데이트…여의사회 “의협도 관심 가져야”

어느 사회나 ‘유리천장’이 존재한다.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다.

한국 30~40대 여성 고용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최하위권이며 남녀 간 임금격차는 최고 수준이라는 분석 결과도 나온 바 있다(국회 입법조사처 ‘경력단절여성 현황 및 시사점’).

의사 사회라고 예외는 아니다. 전공을 선택하는 단계부터 성차별을 경험하는 의사들도 많다(관련 기사: [특집]전공의 선발 과정에서부터 성차별 느끼는 의사들).

그래서 유리천장을 깨기 위한 미국의사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 AMA)의 노력이 더욱 눈길을 끈다.

AMA는 지난 1994년 의학 분야 성평등 원칙을 제정했다. 그리고 2016년에 이어 올해 6월 그 내용을 보강하고 개정했다.

AMA는 지난 6월 시카고에서 열린 대의원총회에서 ‘의학에서 성평등을 증진하기 위한 원칙(Principles for Advancing Gender Equity in Medicine)’을 채택했다.

동등한 기회 보장과 보상·승진의 투명성 강조한 AMA

AMA는 이 원칙을 통해 직장에서 성별로 인해 차별하거나 착취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모든 의사에 대한 평등권 개념을 확인하고 성별로 인해 이를 부인하거나 축소해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AMA는 또 의료 분야에서 동등한 고용 기회가 주어지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며 보상은 개인의 특성이 아닌 입증된 역량과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평등을 증진하기 위해서라도 급여와 승진 기준이 투명할 필요가 있으며 의료기관장 등은 보상이나 승진 기준이 차별적이지 않은지 주기적으로 검토하고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의사가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을 유지하기 위해 파트타임 근무 옵션, 직무공유(Job sharing), 유연한 일정, 재취업, 계약 협상이 중요하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AMA는 의과대학이나 의료기관 등에 괴롭힘과 차별·보복 금지 정책을 채택하고 성희롱 방지 교육도 제공하길 권장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징계나 시정조치를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AMA는 이같은 원칙이 의사들 사이에서 성평등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AMA 이사회 Jesse M. Ehrenfeld 의장은 “의학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며 “여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편견과 차별을 없애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여의사회 “AMA처럼 의협 차원에서 성평등 관심 가져야”

한국여자의사회는 AMA가 채택한 성평등 원칙을 참고해 국내 의사 사회에서도 성평등 이슈가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특히 대한의사협회 차원에서 성평등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KMA Policy’로 수립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여의사회 신현영 법제이사는 “그동안 여의사회에서 주장해 왔던 성평등 관련 내용들이 AMA 선언에 잘 담겨 있다”며 “급여와 승진 기준의 투명성을 강조한 부분도 공감한다. 취업이나 승진 과정에서 불이익을 경험했다는 여성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신 이사는 “임신전공의 수련 문제가 논란이 됐다. 여의사가 임신하면 다른 동료 의사가 업무를 더 해야 하기에 불편하다는 인식도 있다”며 “의사 고용 시 객관적인 기준으로 심사를 해야지 성별에 대한 고정 관념이 작용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신 이사는 이어 “여의사회는 성평등을 꾸준히 주장할 것이다. AMA가 발표한 성평등 원칙을 참고해 KMA Policy로 제안할 계획”이라며 “AMA가 성평등에 관심을 갖는 것처럼 의협 차원에서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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