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의료기기안전과 유희상 과장 "현재 대책 마련 중…믿고 기다려달라"

엘러간의 인공유방보형물을 이식한 환자에게서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Breast Implant Associated - Anaplastic Large Cell Lymphoma 이하 BIA-ALCL)이라는 희귀암 발생 위험이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최근 국내에서도 엘러간의 인공유방 보형물을 이식한 후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이 발생한 환자가 처음으로 보고되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부랴부랴 제품 회수에 나섰지만 엘러간 인공유방 보형물을 이식한 환자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초반 대응이 안일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식약처 의료기기안전평가과 유희상 과장은 지난 20일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인공유방 보형물을 이식한 환자들에 대한 안전대책 및 후속조치에 대해 설명했다.

- 식약처가 환자수조차 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등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 엘러간 인공유방 보형물은 총 11만개 가량 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 재건 시 보형물은 1개를 사용하고 성형 시 2개를 사용한다. FDA 가이던스에 따르면 이식 후 8년 뒤 제거율이 20%에 달한다. 중간에 교체하는 경우 혹은 이식 과정에서 파열되는 경우 등을 고려해 대략적인 환자수를 추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재 정확한 환자수 파악을 위해 엘러간을 통해 제품을 납품한 의료기관 명단을 조사 중이다. 재건수술의 경우 건강보험청구 등으로 파악이 용이한 반면 성형목적인 경우 인공유방보형물을 의원급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폐업한 곳도 상당히 많아 환자수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대한성형외과학회와 함께 안전성 정보를 충분히 공지하고 있고, 회원수가 가장 많은 성형 및 유방암 관련 카페에 해당 사실을 공지하기도 했다.

- 한국에서도 첫 환자가 발생했는데 사전에 보다 확실한 대책이 필요했던 것 아닌가.

지난 2011년 인공유방보형물과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에 대한 연관성 문제가 제기된 후 전문가 회의를 3차까지 진행했다. 대부분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의견이었고, 당시 아시아권에서는 발생사례가 없었다. 특히 한국 발생사례가 없고 인과관계 및 발생기전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명확치 않다는 의견을 토대로 사용중지보다 홍보를 강화하고 병리검사를 강화했던 것이다. 당시에는 권고사항이었지만 지난 2월 문제가 불거진 이후부터는 환자에게 해당 사실을 숙지하고 수술을 받겠다는 동의서를 받도록 했다.

- 환자동의서는 의료인과 정부의 편의성에 치중한 것 아닌가. 2월이면 일반 환자들이 해당 암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시기다.

여러 방법으로 홍보했다. 보도자료 및 예방가이드라인을 소비자단체나 의료기관을 통해 전달했다. 10회 이상 홍보했지만 최근 한국에서도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 발생했기 때문에 좀 더 강력한 방법을 취하려고 한다. 이식환자를 확인 중이며, 환자들에게 구체적인 자가진단법, 정기검사방법 등을 안내할 생각이다.

- 림프종이 발생한 제품은 언제부터 유통된 것인가?

2007년에 허가를 받았고 그 이후로 계속 유통됐다.

- 의료기관에 제품 사용중지 요청을 했다는데 정확히 언제 했나.

지난 14일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 첫 환자 발생 사실을 확인한 후 16일자로 의료기관에 엘러간 제품 사용중지 요청을 했고, 18일자로 엘러간에 제품 판매중지를 내렸다. 그간 경과를 말하자면, 7월 25일 FDA의 제품 회수 권고를 확인하고 곧바로 한국엘러간에 연락해 리콜을 명령했다. 영업자 자진회수 형태였지만 식약처가 먼저 요청했던 것이다. 28일까지 제품을 신속히 회수조치하도록 명령한 상태다.

- 제품 회수를 한국엘러간이 아닌 외주업체를 통해 하고 있어서 병원과 업체 측이 원활한 소통이 안 된다는 지적이 있다.

회수가 조금 더딜 수는 있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회수하고 있으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확인하고 있다.

- 엘러간 제품에 대해 현재 문제가 없다면 제거하지 않도록 하고 있는데, 왜 그런 것인가.

미국이나 유럽의 조치와 동일하다. 보형물 제거 시 마취, 수술 후 혈종 등 발생 위험과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 발생 가능성을 비교해 고려했다. 해외에서도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은 조기 진단 시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예방목적으로 제거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민 불안이 높기 때문에 종양전문가 및 역학전문가 등과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정말 제거하지 않아도 되는지 국민이 납득할만한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하려고 한다. 현재 전반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 프랑스나 캐나다는 엘러간 제품뿐만 아니라 다른 거친 표면 인공유방 보형물에 대해 회수하는데 한국은 어떤 조치를 할 생각인가.

미국에서는 엘러간 제품이 다른 제품에 비해 환자 발생수가 많았기 때문에 엘러간 제품에 대해서만 조치를 했다. 하지만 해외에서 엘러간 제품이 아닌 다른 제품에서도 희귀암이 발생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식약처 역시 다른 제품에 대해 (회수 조치 등을) 검토 중이다. 이 역시 전반적인 대책안에 포함될 예정이다.

- 엘러간 제품이 유독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을 더 많이 유발한 원인은 파악되고 있나.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모두 추정이다. 인공유방을 이식한 환자를 문제가 생겨서 확인해보니 대부분 거친 표면 제품을 사용한 환자였고, 그 중 엘러간 제품이 많았다. 하지만 아직 인과관계나 발생기전이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해외에서도 환자등록연구를 실시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곧 실시할 계획이다.

- 검사 비용 등은 현재 누가 부담하고 있나. 비용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논의가 됐나.

한국엘러간 측에 제조원(본사)과 협의해 이달 말까지 피해보상 등을 포함한 이식환자에 대한 안전관리 대책을 수립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대책안을 보고 부족한 부분은 재요구할 생각이다. 국내 환자를 위해서 만족스러운 안이 나올 때까지 대책을 요구할 생각이다. 모니터링 등도 끝까지 하도록 할 방침이다.

- 이달 말부터 전수조사에 들어가겠다고 했는데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가.
전수조사가 쉽지는 않다. 인공유방보형물 수술이 의원급에서 많이 시행됐고, 수술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보니 환자 파악이 어렵다. 여러가지 방법을 고민하고 있으며 가장 효과적이고 신속하고, 최선의 방법을 찾고 있다.

- 인공유방은 추적관리 인체이식의료기기가 아닌가.

아니다. 추적관리 대상이다. 다만 대부분의 추적관리 대상은 이식형 인공심장박동기 등 대형병원에서 취급하기 때문에 추적이 쉽다. 하지만 인공유방 보형물은 의원급에서 많이 취급하다보니 추적이 어렵다. 2014년 11월부터 업체는 매달 추적관리대상 유통경로를 파악하도록 돼 있어 그 이후 제품은 추적이 용이한 편이다. 다만 그 이전에 유통된 제품은 납품라인을 추적해서 제품을 납품받은 병원을 확인하고, 그쪽에 우리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 언제까지 대책을 마련할 것인지 궁금하다.

현재 신속하게 대책을 마련 중이다. 믿고 기다려달라. 우선 더 이상 문제된 제품이 환자에게 이식되지 않도록 조치를 해놓은 상태다. 이미 제품을 이식받은 환자들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 따라서 가능하면 정확한 정보를 직접 전달해서 불안감을 해소하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또한 진단과 검사 절차와 방법을 잘 안내하도록 하겠다. 만약에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다. 신속하게 조치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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