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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발골수종 유지요법, 효과 확실한데 적용 못해 답답"서울대병원 윤성수 교수, 레블리미드 유지요법 급여 적용 필요성 강조
  • 정새임 기자
  • 승인 2019.08.19 06:00
  • 최종 수정 2019.08.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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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발골수종은 가장 빠르게 치료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질환이다. 효과가 우수한 신약이 쏟아지면서 치료 옵션이 넓어진 것은 물론 재발을 늦추는 새로운 치료법까지 등장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다발골수종 환자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다발골수종은 완치의 개념이 없다.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80~90%가 재발한다. 따라서 치료 전략도 환자의 관해 상태를 오래 유지해 생명을 최대한 연장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 2009년 출시된 세엘진의 다발골수종 치료제 '레블리미드(성분명 레날리도마이드)'의 새로운 적응증인 '유지요법'은 눈여겨볼 만 하다. 레블리미드는 지난해 6월 '새롭게 진단된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환자의 유지요법'이라는 적응증을 추가했다.

레블리미드는 이식 환자에게서 재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늘린 최초의 약제다. 레블리미드의 유지요법은 여러 건(CALGB 100104, IFM 2005-02, GIMEMA RVMM-PI-209)의 임상 연구를 통해 효능이 입증됐다.

이에 맞게 글로벌 가이드라인도 변화했다. 미국암학회(ASCO), 유럽종양학회(ESMO) 등 주요 해외 학회는 다발골수종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을 진행한 다발골수종 환자에게 레블리미드 단독 유지요법을 권고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윤성수 교수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으로 누리는 효과 '탁월'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의 효과는 명확하다. 460명 환자를 대상으로 레블리미드 단독 유지요법군과 위약군을 비교한 'CALGB100104' 연구에서 91개월 중앙추적관찰 기간 결과, 유지요법군의 무진행 생존기간(PFS)과 전체생존기간(OS)은 각각 46개월, 113.8개월로 대조군 27개월, 84.1개월에 비해 유효성이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프랑스에서 614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IFM 2005-02' 연구에서도 30개월 중앙추적관찰 기간 결과에서 유지요법군의 PFS가 41개월로 나타나면서 대조군(위약) 23개월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두 연구와 'GIMEMA RVMM-PI-209' 연구를 메타분석한 연구에서도 효과성은 뚜렷했다. 환자 1,208명에 대한 79.5개월 중앙 추적관찰 기간 결과, 레블리미드 단독 유지요법의 PFS는 52.8개월로, 대조군 23.5개월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를 보였다. 후속 연구를 통해 88.8개월 중앙 추적 관찰한 결과에서 OS 역시 유지요법군이 111개월로 대조군 86.9개월보다 길었다.

최근 본지와 만난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윤성수 교수는 "대규모 임상 연구에서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을 쓴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의 무진행 생존기간이 평균 2년에서 2년 6개월 차이가 난다는 것은 엄청난 것"이라며 "PFS가 이 정도 기간이라면 실제 생존 기간은 더욱 늘어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유지요법 치료를 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일부 부작용을 감안하더라도 치료를 통해 누릴 수 있는 베네핏이 탁월하다는 뜻이다.

윤 교수는 "유지요법으로 사용하는 레블리미드 용량은 다른 치료의 절반가량인 10~15mg을 쓰기 때문에 환자들도 약을 복용하는 스트레스가 덜하고 몇 년씩 복용이 가능하다. 일부 레블리미드 부작용으로 알려진 이차성 악성종양은 임상적으로 큰 의미를 두긴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다발골수종 치료 전략이 변화한 점도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의 필요성을 높이는 근거가 됐다. 치료 옵션이 많지 않은 과거에는 효과 높은 약제를 뒤에 쓰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현재는 효과 높은 약을 조기에 써서 환자의 좋은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방향으로 치료옵션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

윤 교수는 "과거에는 초기 치료를 했을 때 약이 빨리 잘 듣는 것보다 서서히 듣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그 개념이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다. 초기에 병을 확실히 잡을수록 예후가 좋다는 인식이 경험을 통해 자리잡혔다"며 "현재 3·4차 요법으로 쓰이는 약제도 실제 임상은 1차 요법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효과가 높은 약일수록 조기에 병을 빨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간 2,400만원의 비싼 약값에 실제 적용은 '미미'…"답답하다"

이 같은 효과에도 불구하고 국내 의료 현장에서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은 활발히 쓰이지 못하고 있다. 레블리미드가 유지요법 적응증을 획득한 지 1년이 조금 넘었지만,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한 달 약값이 200만원 이상에 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방암 등 재발 방지 목적으로 일정 기간만 복용하면 되는 다른 암종과 달리 다발골수종에서 유지요법은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것처럼 재발할 때까지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해 약값이 기약없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윤 교수는 "고혈압이 치료됐다고 해서 완치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꾸준히 약을 복용하면서 고혈압으로 인한 다른 질환이 나타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다발골수종 유지요법은 만성질환 관리의 개념과 같다. 계속 약을 복용하면서 병이 돌아오지 않도록 누르는 치료"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아무리 효과가 명확해도 연 2,400만원 이상 비용이 드는 유지요법을 환자에게 쉽사리 권하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윤 교수는 "보통 외래에서 자기비용을 부담하는 마지노선이 약 200만원 정도인데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은 이 상한선을 약간 넘는다. 한두 달이 아닌 1~2년간 이 비용을 계속 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환자들의 느끼는 부담은 굉장히 크다"며 "게다가 다발골수종은 경제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고령 환자가 대다수여서 유지요법을 쓰자고 권하기가 매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유지요법을 부담할 수 있는 환자가 많지 않은 현실 때문에 윤 교수의 이식 환자 중에서 실제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을 쓰고 있는 비율은 5~10%에 그치고 있다.

세엘진이 지난 6월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에 대해 급여를 신청했지만, 아직 진척은 없는 상황. 만약 오는 9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한다면 유지요법의 급여 논의는 내년으로 넘어가게 된다.

정부 또한 당장 증상이 나타난 환자가 아니라 재발을 늦춰주는 일종의 '예방' 요법에 급여를 적용하는 것이 합당한지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그러나 유지요법을 쓰지 못해 떨어지는 환자의 삶의 질 등 유·무형 손실을 따져볼 때 유지요법 급여 적용이 장기적으로 재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윤 교수 주장이다.

윤 교수는 "효과가 미미하다면 비용효과성이 떨어지겠지만, 이렇게 조기에 썼을 때 효과가 확실한 경우 빠르게 급여를 적용하는 것이 병이 나빠질 때까지 놔두었다 치료하는 것보다 치료비나 환자의 삶의 질 등 유·무형 측면에서 모두 의료비를 절약하는 방법이라 본다"며 "고령화 등으로 다발골수종 환자가 늘어나는 현실에서 이러한 질환을 잘 관리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를 극대화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완치 개념이 없는 다발골수종에서 자가이식은 생명을 연장시킨다는 개념이고, 가능하다면 그 생명 연장 기간을 더 늘리고자 하는 것이 의료진의 마음이다. 그러려면 뭘 해야 하는지 모두가 알고 있는데 정작 (돈 때문에) 쓰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다"며 "이미 전 세계 표준 치료로 자리 잡은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을 한국에서만 쓰지 않는다면 글로벌 추세와 역행해 OECD 국가 내에서 굉장히 돋보이는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새임 기자  same@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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