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조사처 “선진국 사례 등 참고해 의료법 개정 검토할 필요 있어”

의료인이 살인이나 강간 등 특정강력범죄를 저지르면 면허를 취소하는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국회 입법조사처도 성범죄를 범한 의료인에 대한 면허 제한의 필요성을 제기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최근 의료인이 살인이나 강간 등 특정강력범죄를 저지르면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이 담긴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특정강력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에 대해 그 면허를 취소하는 한편, 특정강력범죄로 형이 확정된 후 일정 기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자격을 제한하는 게 주 골자다.

또 면허 취소나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의료인의 이름과 위반행위, 처분 내용을 공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권 의원은 “현행법에서는 의사가 허위 진단서 작성이나 의사 면허 대여 등 의료 관련 법령 위반 행위를 하면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살인이나 강도, 성폭행 등 일반 형사범죄를 범한 경우에는 취소할 수 없다”며 “중대한 의료사고를 내거나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라도 이를 공개할 의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여성 환자들을 성폭행한 의사가 징역형 집행 후 다시 개원해 진료를 하거나 수차례 반복해서 의료사고를 낸 의사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병원을 옮겨 다니며 진료한 사례도 있어 환자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엄정한 대처를 통해 의료인의 강력범죄를 예방하고 국민이 보다 안심하고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입법조사처도 최근 발간한 ‘2019 국정감사 이슈 분석’을 통해 권 의원의 이같은 법안에 힘을 싣고 있다.

우리나라는 성범죄로 확정판결을 받은 의료인에 대해 형의 종류나 형량에 따라 취업제한 기간을 달리해 의료기관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성범죄자 취업제한제도는 성범죄 재발 방지 및 아동・청소년의 성보호를 위해 지난 2006년 6월에 처음 도입됐으며, 2012년 2월 ‘청소년성보호법’이 개정되며 취업제한 대상기관에 방문학습지 교육서비스업자와 의료기관이 추가됐다.

그러던 2016년 3월 31일, 헌법재판소가 성범죄자에 대해 10년간 일률적으로 취업을 제한하도록 한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제56조 1항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고,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위반해 위헌에 해당한다’고 판단함에 따라 법원이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하면 이와 동시에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의 취업제한 명령을 선고하도록 하되 그 기간을 죄의 경중 및 재범 위험성을 고려해 차등하도록 2018년 1월 관련 법률을 개정했다.

문제는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 중 재범우려가 높은 경우에는 그 면허를 박탈하는 조치도 있어야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그러한 규정이 없다는 것.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독일에서는 면허를 취득한 의료인이 성범죄를 저질러 형사재판을 거쳐 실형을 선고 받을 경우, 연방의사규정에 따라 해당 의료인의 면허는 취소되거나 정지된다.

미국에서도 의사가 환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형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면허를 정지시키고, 형이 확정될 경우에는 면허를 취소시키며 면허재취득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현재 의사면허와 관련해 국회에 계류돼 있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중 성범죄 등의 불법 행위를 저질렀을 때 면허를 취소하거나 재교부를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있다”면서 “선진국 사례 등을 참고해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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