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단종합 검토 끝 인보사 안전성 검증 안 됐다" 결론…본안 소송에도 영향 클 듯

지난 13일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의 허가 취소 처분을 본안 소송까지 효력 정지해달라는 코오롱생명과학의 가처분 신청이 기각(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되면서, 이 결과가 본안 소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지난달 26일 인보사 회수·폐기 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당시의 재판부는 인보사의 안전성과 처분의 소명 등을 거론하지 않았다.

반면, 이번 인보사 허가취소 처분 집행정지를 기각한 재판부는 인보사 2액 성분으로 밝혀진 'TGF-β1 유전자가 도입된 신장유래세포(GP2-293세포)'가 만들어지게 된 과정, GP2-293세포의 안전성 여부 등에 대한 판단을 모두 거친 뒤 결정을 내렸다.

법원이 처분 효력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 뿐 아니라 인보사 개발 과정 및 안전성 여부 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 끝에 인보사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개발과정의 핵심 부분에 대해 납득할 수 없는 해명을 하고 있다는 점 ▲현재까지 과학적으로 검증된 바로는 형질전환된 연골유래세포와 형질전환된 GP2-293세포의 종양원성 등 위험성 차이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 ▲그럼에도 GP2-293세포가 치료제로 허가되려면, GP2-293세포임을 명확히 인지한 상태에서 안전성이 검증되어야 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식약처의 인보사 허가취소 처분이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이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의약품의 경우, 주성분의 중요한 부분이 허가 신청에 기재한 것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면 허가상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봤다.

즉, 인보사 2액이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GP2-293세포라는 사실이라는 점 자체만으로 허가를 직권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코오롱생명과학은 '2액 주성분의 정체성을 오인해 허가신청서에 명칭을 잘못 기재했는데, 이는 당시 과학적 인식 수준의 한계에 따른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등 인보사 개발과정의 핵심적이고 중요한 부분에 대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해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보사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회사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사태가 터진 당시부터 쭉 인보사의 안전성은 입증됐다고 주장해왔다. 연골유래세포나 신장유래세포나 관계없이 형질전환된 세포 자체는 종양원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애초에 2액 세포의 종양원성을 인지했으며, 비임상부터 허가까지 동일한 세포에 대해 방사선 조사 등으로 종양원성 가능성을 차단,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형질전환 연골유래세포와 형질전환 신장유래세포의 종양원성 가능성을 동일선상에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재까지 과학적·의학적으로 검증된 사실은 연골유래세포 자체는 종양원성이 있다고 인정할 수 없고, GP2-293세포는 HEK-293이 기원인데 그 종양원성은 인정된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 형질전환된 연골유래세포와 형질전환된 GP2-293세포들 간 위험성에 차이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형질전환된 GP2-293세포가 불멸화성·종양원성을 지니고 있는지, 그것이 방사선 조사를 통해 제거되는지는 회사가 인보사를 개발하며 축적한 자료 및 향후 장기간 추적조사 등을 통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종양원성을 지니는 HEK-293세포에서 또 한 번 형질전환된 GP2-293세포를 의약품으로 쓰려면 이를 명확히 인지한 상태에서 안전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회사는 물론 식약처도 실제 구성성분이 'TGF-β1 유전자가 도입된 GP2-293세포'임을 명확히 인지하고 공유한 상태에서 비임상 및 임상시험 등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해야 한다"며 "그런데 회사는 지난 3월 미국으로부터 2액 구성성분이 GP2-293세포라는 가능성을 전달받을 때까지 연골유래세포라고 알고 있었다는 것이므로, 회사와 식약처가 GP2-293세포임을 전제로 허가에 필요한 검증절차를 거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허가취소 처분 효력이 유지됨에 따라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한다는 코오롱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취소 처분이 유지될 경우 해외 기업들과 체결한 인보사 관련 계약에 차질이 생기고 기업 이미지와 신용이 실추되며 각종 법률적 분쟁이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미 지난 4월 내려진 인보사 제조판매 금지 명령을 따르고 있어 취소 효력이 중단되더라도 인보사가 시중에 유통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도 처분 중단이 필요한 근거로 들었다.

반면, 재판부는 그 근거 때문에 효력이 유지되어도 회사에 손해를 미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코오롱은 인보사 제조판매 중지 명령에 불복하지 않아 본안 판단이 확정될 때까지 인보사를 합법적으로 제조판매할 수 없으므로 취소 효력이 유지됨으로 인해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코오롱이 말하는 계약해지·관련 소송 제기 등이 과연 취소 처분 효력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2액이 실제론 GP2-293세포였다는 사실로 인한 것인지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더불어 재판부는 설령 처분 효력으로 인해 금전으로 보상할 수 없는 손해가 일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생명이나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인보사가 주성분 2액의 안전성이 현재 단계까지 검증됐다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허가가 유효한 것으로 처리하면 이를 기초로 한 다른 조치들이 진행될 수 있으므로 공공복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본안 소송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 제약사 법무팀 출신 변호사는 "본안 소송에서 판단을 내릴 때 앞선 판결을 참고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집행정지 소송과 본안 소송의 판단이 같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가장 중요한 허가취소 처분에 있어서 재판부가 인보사의 안전성 및 허가 취소 처분의 타당성 등을 판단함에 따라 해당 판단이 크게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현재 제기된 인보사 관련 환자 소송 등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보사 투약 환자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오킴스 엄태섭 변호사는 "환자 소송에서 주장하는바 역시 인보사 2액 성분이 허가 시와 다르다는 점 자체가 약사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라며 "물론 이번 판결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간접적으로 참고 자료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인보사는 허가취소된 상태로 본안 소송을 이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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