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지음/골든타임/328쪽/1만4,800원

개 6마리를 키우는 서민 교수가 말하는 슬픈 개들이 생겨나는 이유

바야흐로 ‘반려견 천만시대’다. 일상의 즐거움을 위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고, 거리 곳곳에서는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개들의 삶도 과연 행복할까?

그래서 이 책이 나왔다. <서민의 개좋음>은 제목과 달리, 개를 키우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충동적으로 키우지 말고 한 번 더 생각해보라는 게 핵심 메시지다.

물론 이건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개빠’라면 늘 하는 말이다. 하지만 자격을 갖춘 소수의 사람만 개를 키우자는 메시지를 이렇게 강하게 던진 책은 없다.

기생충학자이자 여섯 마리 반려견을 기르고 있는 '개빠' 서민 교수는 너무 많은 이들이 개를 키우다보니 반려견의 삶은 행복하지 못하다고 역설한다. 천만 반려견의 주인 중 상당수가 개를 기를 자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많은 개들이 텅 빈 집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이사나 결혼 등의 이유로 길에 버려진다. 개농장에서 펫숍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싼 값에 개를 살 수 있게 했다. 대신 개들은 좁은 뜬장 안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사육되고, 개공장에서 끝없는 임신과 출산을 강요당한다. 반려견을 향한 관심이 커질수록 어두운 그림자는 짙어진다.

혹자는 개가 사람보다 열등하므로 사람에 준하는 대접을 받아선 안 된다고 말한다. 개는 묶여서 길러져야 하고, 잔반을 먹고 살아야 하며, 인간에게 이따금 학대를 받더라도 괜찮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개보다 훨씬 존귀하다고 믿는 이들이, 실생활에서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제대로 배려해줄까?

개에 대한 차별을 당연하게 여기는 이들은 인간에 대해서도 비슷한 잣대를 들이댄다. 성별, 외모, 나이, 직업, 사는 곳 등에 따라 사람을 나누고, 그중 약자인 이들을 차별하고 증오한다.

개가 대접받지 못하는 나라에서 인간 역시 대접받지 못하는 이유는 이것이다. 역으로 개가 나름의 권리를 누리는 사회가, 인권이 높은 사회이기도 한 이유이기도 하다.

은폐되거나 익숙해진 차별과 학대를 다시 꺼내어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그러한 과정을 통해 ‘평등’과 ‘배려’에 관한 사회의 기준 역시 성장하고 성숙해진다.

개들의 아픔을 돌아본다는 것은 곧, 우리 사회의 허점을 돌아본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서민 교수의 한 마디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럴 때 내가 나서지 않을 거면 그간 했던 글쓰기 지옥훈련은 왜 했으며, TV에서 온갖 수모를 견디며 쌓아 올린 인지도는 도대체 언제 써먹는단 말인가”

천만 반려견 시대, 나는 과연 개를 키울 자격이 있는지 돌아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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