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한의사 전문의약품 사용 금지 명시적 규정 없어…판매 사실 안 복지부도 별다른 제재 안 해”

검찰이 한의사에 전문의약품을 판매한 제약사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리면서 의료계와 한의계의 면허 범위 논쟁이 다시 불이 붙을 전망이다.

수원지방검찰청은 지난 8일 H제약사와 그 운영자 A씨에 대한 의료법위반 교사·방조 혐의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7년 3월, 경기도 오산의 한 한의원에서 환자에게 리도카인을 투여해 사망한 사건에서 시작됐다.

당시 대한의사협회는 해당 한의사 B씨를 의료법 위법 및 업무상 과실치사로, 인터넷 쇼핑몰 D샵을 통해 해당 한의사에게 리도카인을 판매한 H제약사는 약사법 위반으로 수원지검에 고발했다.

같은 해 12월 수원지검은 B씨의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 약식기소를 했지만 업무상 과실치사에 대해선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H제약에 대해서도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이에 의협은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와 재항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지난해 10월 대검찰청에 재수사를 촉구하는 서류를 제출했다.

이후 대검찰청은 수원지검에 수사재기를 명령했지만, 지난 8일 수원지검은 H제약사와 A씨에 대한 의료법위반 교사·방조 혐의에 대해 또 다시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약사법 상 한의사는 자신이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한약 및 한약제제를 직접 조제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면서 “한약 및 한약제제에도 전문의약품이 포함돼 있으며 리도카인이 비록 한약 및 한약제제에 해당하는 전문의약품은 아니지만 한방치료인 봉침(아피톡신) 치료 시 통증 완화를 위해 리도카인을 사용하므로 아피톡신을 판매하면서 한방치료 보조제로 리도카인도 함께 판매한 것으로 의료법 위반행위를 교사하거나 방조한 사실이 없다”고 항변했다.

H제약사의 실소유주인 C씨도 참고인 진술을 통해 “‘전문의약품은 의사 또는 치과의서의 지시에 따라 사용돼야 한다’는 취지의 약사법 및 관련 규정은 의약분업의 내용이 법률에 반영된 것”이라며 “한의사만 취급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 있는 점 등에 비춰 해당 규정이 한의사는 전문의약품을 처방하거나 취급할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질의회신을 통해 ‘약사법 부칙(제8365호) 제8조(한의사·수의사의 조제에 관한 경과조치)는에 따라 의약품 도매상이 한의원에 전문의약품을 납품하는 게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약사법 부칙 제8조는 ‘한의사가 자신이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한약 및 한약제제를 자신이 직접 조제하거나 수의사가 자신이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동물용 의약품을 자신이 직접 조제하는 경우에는 약사법 제23조 제1항 및 제2항의 개정 규정에도 이를 조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약사법 상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처방 및 사용에 대한 명시적 금지 규정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H제약사와 A씨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약사법 제23조 제1항 및 제3항은 의사의 처방과 약사의 조제라는 의약분업 원칙을 규정하는 것으로, 한의사 의약품 처방 범위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그 외 달리 약사법에 한의사가 한약이나 한약제제가 아닌 전문의약품을 처방하거나 치료용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명시적인 금지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피의자들은 복지부에 의료기관으로 정식으로 등록된 자에게만 인터넷을 통해 의약품을 판매해 왔고, 그중에는 한의원뿐만 아니라 일반 의료기관도 포함됐다”면서 “H제약사는 전문의약품인 리도카인을 한의사에게 판매한 후 그 판매내역을 복지부에 보고해 왔고, 복지부에서는 이와 관련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아울러 “피의자들은 봉침 치료 등 통증이 수반되는 한방치료 과정에서 통증 경감을 위해 리도카인을 함께 사용할 필요가 있어 한의원에도 리도카인을 판매하게 된 것으로, 한의사의 일반 의료행위(한방치료 외의 의료행위)를 예정하고 한의원에 리도카인을 판매한 게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검찰은 “한의사 B씨가 수원지방법원에서 벌금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아 그 명령이 확정됐더라도 리도카인을 판매한 피고인들의 행위가 논리필연적으로 의료법 위반행위의 교사 내지 방조로 귀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고발인의 주장 및 제출 자료만으로는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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