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환 대표, "미국 경쟁제품 대비 비용효과성 확실…내년 임상 돌입"

수천억원대 미국 대장암 체외진단 시장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는 지노믹트리. 이 잠재력 높은 회사의 시작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가 스타트업을 적극 장려하면서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고, 지노믹트리 역시 그 수많은 스타트업 중 하나였다. 하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 수많았던 스타트업들 중 생존자(?)는 많지 않다. 특히 지노믹트리처럼 미국 시장을 정조준 하고 있는 곳은 더욱 드물다.

지노믹트리는 분변 DNA에서 메틸화된 바이오마커(신데칸-2(syndecan2))를 측정해 대장암을 진단하는 새로운 체외진단용 실시간 PCR 검사 ‘얼리텍 대장암검사’(EarlyTect Colon Cancer, 이하 얼리텍)로 미국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지노믹트리는 내년 미국에서 제품 관련 임상시험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에 최근 지노믹트리 안성환 대표를 만나 미국 진출 계획 등에 대해 들었다.

얼리텍은 지난해 8월 국내에서 체외진단용 의료기기 3등급 허가를 받았으며, 미국·유럽·중국·일본 등에서 대장암 진단을 위한 특이적 메틸화 바이오마커 및 검출방법에 대한 특허를 회득했다.

- 지노믹트리 창립 과정이 궁금하다.

2000년대 초반 한국에서도 헬스케어 분야에서 스타트업 붐이 일었고, 창업 하기에 좋은 환경이 조성이 된다는 소식이에 있어서 용기를 내어 한국에 돌아와 지노믹트리를 창업했다. 창업 직후 벤처 투자 붐이 사라지는 바람에 투자 유치에 어려움이 있었다. 다행히 지인과 가족, 엔젤 투자자들에게 소액의 투자금을 받아 어렵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회사의 생존을 위해 마이크로어레이 DNA 칩을 자체 제작해 판매를 하고 연구용역을 받아 매출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그러나 지노믹트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그때나 지금이나 미국시장이다. 연구개발을 멈추지 않았고, 그 노력이 얼리텍 등의 결실로 이어졌다.

- 설립 초기 투자를 예상한대로 받았으면, 제품 상용화까지 기간이 더 빨랐을 것으로 생각하나.

투자 여부와 상관없이 (제품 개발) 속도는 비슷했을 것 같다(웃음). 지노믹트리에는 (분자진단 제품 개발을)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팀이 구축돼 있고, 독자 기술인 DNA 마이크로어레이를 자체적으로 개발할 정도로 기술력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팀플레이를 갖추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만일 현재의 이 팀으로 (설립 초기부터 제품 개발을) 시작했었다면 5~6년 정도면 제품을 개발했을 것 같긴 하다.

- 얼리텍 개발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을 꼽으면.

체액기반 대장암 조기진단기법인 얼리텍을 개발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체액에 존재하고 있을 바이오마커를 암조직에서 먼저 찾아내는 것이다. 바이오마커를 찾는 일은 마치 짚 더미에서 바늘을 찾아내는 것과 같으며, 바늘을 찾아내더라도 그 바늘이 내가 찾던 바늘이어야 한다.

국내 초기 여건상 지노믹트리는 중개연구를 통해 필요한 진단용 바이오마커를 직접 발굴하고 유용성을 입증하는 과정을 차체적으로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매우 어려운 시간들이었다. 그러나 하나의 목표와 추진 방향성을 설정하여 축적의 시간을 보냈다. 체외 암 조기진단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현재 구축되어 있는 팀은 어떤 방향으로 어떤 시도를 해야 하는지도 잘 알게 됐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일하는 것이 지노믹트리의 핵심역량이다.

- 미국 기존 제품 대비 얼리텍 대장암검사의 경쟁력을 꼽는다면.

현재 지노믹트리의 경쟁사는 에피지노믹스(Epigenomics)라는 독일 회사와 이그잭트사이언스(Exact Sciences)라는 미국 회사다. 시장이 처음 형성될 당시에는 에피지노믹스가 더 각광을 받았다. 에피지노믹스에서 사용하는 방법은 소위 말하는 액체 생검법으로, 혈액에 돌아다니는 cell-free DNA라고 하는 순환성 세포 유래 DNA를 활용하여 암을 진단하는 방식을 차용했다.

모든 사람은 혈액 속에 유전자 조각을 가지고 있고, 유전자는 체액으로 검출할 수 있는데, 암세포도 같은 원리다. 혈액 속에 있는 DNA가 극소량일지라도 특정한 마커를 목표로 하면 반드시 찾아낼 수 있다. 그 바이오마커는 모든 암 단계(병기)에서 존재하는 마커여야 하며, 운이 좋으면 전암 단계에서도 발견될 수 있어야 한다.

에피지노믹스의 제품은 처음에 민감도 70%, 특이도 80%로 허가 받았으나, 이그잭트사이언스 의 제품인 콜로가드(Cologuard)가 민감도 92% 특이도 87%로 허가 받으면서 전체 미국 분자진단 시장에서 7~8위를 할 정도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이그잭트 사이언스는 지난해 약 4억5,000만 달러(한화 약 5,300억)의 매출을 올렸다.

이처럼 특정 암을 비침습적으로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확실한 기술만 있다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아주 크다. 얼리텍의 임상 결과를 보면 민감도, 특이도가 모두 90% 수준으로 이그잭트사이언스와 비슷하다. 이에 더해 지노믹트리는 고유의 독자적 측정방식과 개발방식을 갖췄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

(미국에) 경쟁자가 있다는 것이 긍정적인 점도 많다. 앞으로 우리 시장 규모나 전망 등을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 이그잭트사이언스 제품과 얼리텍의 차이점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가장 큰 차이점은 바이오마커가 다르다는 것이다. 검사 방법은 비슷하다. 둘 다 대변을 사용하여 검사한다. 하지만 우리 제품은 바이오마커가 있으면 양성, 없으면 음성으로 판정한다. 콜로가드는 검사하는 바이오마커의 수가 많아 검사 시간이 더 걸린다.(얼리텍 약 8시간 소요, 콜로가드 약 26시간 소요) 사용하는 대변의 양도 다르다. 얼리텍은 밤톨 정도 크기의 대변을 사용하는 반면, 콜로가드는 대변 전체를 다 사용한다. 그 때문에 비용효과성 면에서 얼리텍 대장암검사가 더 경제적이다.

- 지노믹트리가 준비 중인 미국 3상 임상시험 대상이 9,000명 정도라고 들었다. 대개 신약 3상 임상이 3,000명을 대상으로 하는데, 그보다 세 배나 많다. 이유가 있나.

미국 내 임상 대상이 몇 명인지 획일적으로 정해져 있지는 않다. (체외진단 제품의 경우) 어떤 암의 조기 진단을 목적으로 하는지에 따라 참여시켜야 하는 환자수가 달라진다. 대장암을 조기 진단하기 위한 스크리닝 목적의 임상시험은 9,000~1만명의 참여자로 구성된 전향적 임상시험이 요구된다. 해외 중 미국 진출을 가장 먼저 고려하는 이유는 미국 내 체외진단 시장이 가장 크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유럽이나 다른 나라로 진출하는 것은 미국 임상시험 시작과 동시에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 미국 내 사업파트너는 정해졌나.

내년 ‘얼리텍 대장암검사’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목표로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고, 이를 위해 (임상 진행에 필요한) 현지 전문가들을 채용했다. 미국 내 임상 승인을 위해서는 올해 안에 여러 가지를 진행해야 한다. 현재 미국 내 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임상시험수탁기관) 중 세 군데 정도를 접촉해 임상시험 디자인과 환자 모집에 대한 향후 협업을 논의 중이다. 미국에서 진행하는 임상은 큰 문제가 없는 한 원활히 진행될 것이다. 임상을 진행하면서 다른 판권이나 영업 파트너 등을 타진해 볼 계획이다.

- 미국 대장암 등 체외진단 시장에 대한 전망은.

이그잭트사이언스는 최근 미국에서 화이자(Pfizer)와 협력(business deal)키로 했다.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가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상당히 전망 있는 시장이라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암 조기 진단은 건강한 삶의 질과 의료에서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치료제는 의료비 지출이 점점 더 증가할 수밖에 없는 분야다. 지금도 억 단위가 넘는 치료제들이 출시되고 있는데, 치료제 개발에 최선을 다하더라도 암을 조기에 발견해 초기에 제거한다면 의료비 절감 효과가 더 뛰어날 것이다. 그것이 이그잭트사이언스가 미국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얼리텍 외 준비 중인 제품은.

소변으로 방광암을 진단하는 제품을 준비 중이다. 방광암 진단 제품은 방광암 재발 환자와 혈뇨 환자 총 2개의 적응증을 목표로 연구 중이다. 방광암은 재발률이 굉장히 높다. 그렇기 때문에 3개월에 한번씩 방광암 검사를 하게 되는데 이 방식이 상당히 고통스러운 것으로 알고 있다. 방광암 재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상당히 잘 진행되고 있다. 또 다른 적응증 목표는 혈뇨 환자이다. 방광암 환자는 대부분 혈뇨가 있다. 다만 이 혈뇨가 단순 혈뇨인지, 아니면 방광암인지를 구분해 내는 방식을 구상 중이다. 예전에는 우리나라에서 암 관련 연구 진행이 어려웠다. 시료 사용이 쉽지 않거나, 사용하게 되더라도 시료가 온전치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제품 개발이 상당히 오래 걸렸는데, 방광암을 진단하는 우리 제품은 2년 안에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한 말씀 부탁한다.

지노믹트리의 목표는 19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세계 시장에서 누구나 쓸 수 있는 체외진단 키트를 최소한 3개 이상 만들어 보고 싶다는 것이다. 의료진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나서서 챙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의료기기 회사이지만 신약개발을 하는 제약 회사만큼 경제적 가치를 가진 회사로 성장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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