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케어, 어디로 가야 하나’①…대상자 선정 지연으로 아직 미시행
방문진료 수가·의료인 책임소재·의료인 안정 등 해결 과제로 남아

지난 6월, 8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이 시작됐다. 지난해 정부가 커뮤니티케어 추진계획을 밝힌 지 1년여 만이다.

선도사업을 시작하는 8개 지자체 중 광주 서구, 경기 부천, 충남 천안, 전북 전주, 경남 김해시는 노인모델, 대구 남구, 제주 제주시는 장애인 모델, 경기 화성시는 정신질환자 모델 선도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각 지자체는 선도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욕구를 실제 확인해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자주적으로 개발·제공하게 되며, 복합적인 욕구를 가진 대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민간단체와 협력하는 전달체계의 모델을 마련한다.

복지부는 선도사업 추진 과정에서 우수 사례를 발굴해 향후 지역사회 통합돌봄 서비스의 보편적 제공단계에서 전국 다른 지자체로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다.

각 지자체 선도사업, 어떤 내용 담겼나

본지가 입수한 각 지자체별 ‘선도사업 실행계획서’를 살펴보면 각 지자체는 특성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특히 경기도 부천시의 경우 총 31개 선도사업을 추진한다.

이중 중앙 연계사업은 ▲요양병원 통합환자평가 및 케어플랜 ▲의료기관 퇴원지원 시범사업 ▲의료급여 사례관리 강화 ▲확대형 가사간병서비스 ▲100세 건강실 운영 ▲사회서비스원 종합재가센터 ▲지역사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 ▲가정용 호스피스 시범사업 ▲재가 의료급여 시범사업 ▲치매공공후견 서비스 ▲취약계층 건강권 증진위한 모금계획 등 12개다.

지역자율형 포괄사업으로는 ▲어르신 노인방문약료 서비스 및 의약품 안전교육 ▲더불어 사는 치매안심마을 운영 ▲노년기 구강질환 관리 서비스 제공 ▲거점경로당 건강실천교육 프로그램 ▲지역사회통합돌봄 건강실천단 운영 ▲노인 우울관리 지원사업 ▲지역사회통합돌봄 행복디자인 사업 ▲돌봄가족 지원 등 8개를, 재가 및 주거서비스로 ▲케어안심주택 운영 지원 등 11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충청남도 천안시의 경우 중앙정부 재정지원 사업으로 ▲독거노인 안심생활지원(응급안전서비스) ▲맞춤형 주거개선사업 ▲통합돌봄 위기가구 긴급지원 ▲천안형 돌봄패키지 사업 ▲방문재활치료 지원 ▲방문건강관리, 가정간호지원 ▲심뇌혈관 합병증 검진비 지원 등 8개 사업을 추진한다.

중앙정부 연계사업으로는 ▲요양병원 통합환자평가 및 케어플랜 수립 ▲의료기관 퇴원지원 시범사업 ▲지역사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 ▲올바른 약물이용지원 시범사업 ▲재가 의료급여 시범사업 ▲치매 공공후견 서비스 ▲안심주택 지원사업 ▲가정형 호스피스 시범사업 등 10개 사업을 준비 중이다.

지자체 자체사업으로는 ▲찾아가는 건강프로그램 ▲독거노인 공동생활홈 지원사업 ▲맞춤형 건강사랑 안내창구 운영 ▲도시재생 뉴딜사업 활성화 계획 ▲북명 명덕리 새뜰마을 사업 등 5개 사업을 준비했다.

전라북도 전주시도 이들 지자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중앙정부 연계사업 11개, 자체 선도사업 18개 등 총 29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선도사업에 참여한 8개 지자체 모두가 복지부 등 중앙정부와 연계된 사업을 중심으로 지자체 특성에 따른 선도사업을 추진하는 모양새지만 중심은 중앙 연계사업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선도사업 한달, 서비스 대상자 선정부터 삐그덕?

하지만 문제는 지난 6월 복지부가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 시작을 대대적으로 알린 후 현재까지도 실제로 커뮤니티케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곳이 단 한곳도 없다는 데 있다.

실제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커뮤니티케어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대상자 선정이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 관련 커뮤니티케어 서비스는 퇴원 후 관리, 방문요양, 방문간호, 방문진료 등 대부분이 공단 장기요양보험 등급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서비스 대상자 선정은 물론 서비스 동의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받아 각 지자체에 전달해줘야 한다.

이와 관련 복지부 커뮤니티케어추진단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커뮤니티케어서비스 대상자에게) 서비스 동의를 받는 업무를 공단 각 지사에서 해야 하기 때문에 각 지사에 담당인력을 배치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공단 노조와 협의해야 하는데, 이 협의가 7월 초에나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력이 배치되면 동의 절차를 거쳐 8월 초 중에는 서비스 대상자를 각 지자체에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상자 선정이 빨라야 8월 초라는 것은 실제 서비스는 그보다 더 늦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전주시 관계자는 “대상자 선정이 중요한데 공단이 대상자 선정 후 동의를 받을 때 유연성을 보였으면 한다. 법률상 공문을 보내고 기다리는 방법뿐이라고 하지만 우리 같으면 찾아가기도 하고 전화도 할 것”이라며 “공문만 보내놓고 마냥 기다리면 더욱 지체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의료계 관심 ‘방문진료’ 언제될까

커뮤니티케어에는 여러 서비스가 있지만 보건의료계 최대 관심사는 역시 방문진료다. 하지만 방문진료의 경우 일반 서비스보다 상황이 더 복잡하다.

단순히 대상자만 선정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수가도 정해야 한다. 더욱이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 요구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우선 넘어야 할 산은 수가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8~9월까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수가안을 의결하고 9월 정도에는 서비스에 돌입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각 지자체도 일단은 수가수준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부천시 관계자는 “방문진료수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아서 방문약료나 방문한방 등 서비스도 영향을 받고 있다. 다만 지역의사회 참여는 이미 결정됐다”며 “방문간호나 방문약료의 경우 선도사업 전에도 이미 하고 있던 사업이기 때문에 여기에 방문진료가 합해지면 더 나은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시 관계자는 “방문진료의 경우 아직 수가도 없는 상태기 때문에 뒤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것은 수가 결정을 통해 얼마나 많은 의사들이 참여하는가”라며 “지역 의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고 했다.

전주시, 방문진료 우수사례 만들까

방문진료 수가가 결정된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실제 참여할 일차의료기관을 모집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준비가 잘되고 있는 곳은 전주시다. 지자체는 물론 시의사회도 방문진료에 적극적이다.

전주시와 전주시의사회에 따르면 전주시 내 10곳 정도 일차의료기관이 이미 커뮤니티케어 참여를 확정했다.

또한 방문진료가 시작되면 10곳의 일차의료기관이 각각 3~5명 정도 환자를 맡아 전주시가 추산하고 있는 방문진료 대상 610명 중 약 10% 정도에 먼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전주시는 방문진료가 필요한 대상군을 요양병원이나 급성기병원 퇴원환자 중 관리가 필요한 환자, 장기요양급여 3등급 이상, 경증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 중 아직 장기요양평가를 받을 시기가 남은 사람들로 구분하고 대상자는 약 610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전주시 관계자는 “지역의사회와 회의만 6~7번 진행했고 이때 의협 중앙회 인사가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며 “이번 사업을 시작하면서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서 설명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의사회도 직접 찾아가 만나고 협조를 구했다”며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상 의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주시의사회 관계자는 “지역의 미래를 위해 초고령사회 대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대한 의료인의 책무와 사명감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그렇지만 현 의협 집행부와 복지부 간 관계가 좋지 않아 (커뮤니티케어 참여에 대한) 부담감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참여하지 않는 경우도 생각해봤는데, 진정성 있는 커뮤니티케어 모델을 위해 의사의 정확한 환자 파악 후 자문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런 것이 커뮤니티케어 근간이 된다. 의사의 정확한 판단이 없으면 커뮤니티케어 자체가 형식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수가, 책임, 안전문제 해결돼야

하지만 이 관계자는 무조건적인 방문진료 참여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전주시의사회가 생각하는 방문진료 참여 조건은 ▲적정한 수가 ▲방문진료 시 의료인 책임에 대함 명확한 규정 ▲의료인 안정성 문제 해결 등이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환자 한명을 방문진료하기 위해 최소 한시간 정도 예상하는데, 이 시간 동안 의원을 비웠을 때 예상가능한 수입을 보전해줘야 한다. 30만~45만원 정도라고 생각한다”며 “이에 대해 복지부에 의견을 전달했는데 긍정적인 피드백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가가 전부는 아니다. 방문진료 특성상 정확한 진단장비 없이 진행되는 진료기 때문에 특별한 질환에 대해 놓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환자가 원한 방문이기 때문에 환자가 책임진다는 조건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방문진료 특성을 고려해 의사 안전 보장책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작 한달, 실제 서비스는 없지만 ‘문제 없다’

복지부가 선도사업을 발표한 후 한달이 넘게 지났지만 아직 실현된 서비스는 없다.

각 지자체별로 마련한 계획 실현을 위해 지역 내 다양한 직역을 만나고 서비스 제공 기관을 선정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할 뿐이다.

하지만 복지부는 물론 각 지자체 실무자들도 크게 문제 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애초에 선도사업 자체가 실제 서비스 제공을 위한 준비기간까지 고려해 시작됐기 때문이다.

추진단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선도사업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던 것 같다. 선도사업은 대상자를 발굴, 선정하고 이 사람들이 가진 문제, 욕구를 종합적으로 사정해 서비스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시작”이라며 “이 작업만해도 한두달 넘게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상자 발굴, 선정도 쉽지 않고 문제를 조사한 후 누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정하는 것을 지역케어회의에서 논의하는 것 자체가 선도사업”이라며 “이런 모든 것이 선도사업이다. (일반적인 정책처럼 결정되면) 당장 내일부터 동사무소 가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의견은 중앙정부만의 생각이 아니라 각 지자체 실무진들도 같았다.

천안시 관계자는 “선도사업 자체가 준비를 포함한 단계라고 보면 된다. 천안시의 경우 서비스를 연계할 수 있는 시설이나 기관을 모집하고 있는 단계”라며 “원래 6월 시작이라는 의미가 준비기간을 포함한 것이다. 실제 서비스는 연말에야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6월 선도사업 시작했지만 서비스를 위한 준비기간이라고 보면 된다. 아직 공단에서 커뮤니티케어 서비스 대상자 선정도 못하고 있는 상태지만 이 역시 준비과정 중 하나”라며 “선도사업 지자체 공모가 1월에 시작된 것을 고려하면 현재 큰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복지부는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이 효과를 보기 위해 현재 8개인 대상 지자체를 크게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 대상 지자체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지난해 20개 지자체에서 실시할 수 있도록 예산을 올렸지만 심의과정에서 8개로 줄었다”며 “선도사업해보니 지자체 호응이 좋다. 추가경정예산에라도 반영되면 곧바로 확대 실시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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