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폐기물공제조합, 요양병원 92%에서 감염균 기저귀 배출 조사 결과 발표
요양병원협회 “보고서 신뢰성 의문…감염 우려 없는 기저귀만 일반폐기물로 전환”

요양병원이 배출한 일회용기저귀 대부분에서 감염성균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의료폐기물공제조합은 지난 10일 서울녹색환경지원센터에 의뢰해 전국 105개 요양병원에서 배출된 일회용기저귀를 무작위로 채취해 감염성균과 위해균 검출 여부를 조사한 결과, 97개소(92%)에서 배출된 일회용기저귀에서 감염성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의료폐기물공제조합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요양병원 기저귀 감염성균 및 위해균에 대한 감염성/전염성/위해성 등에 관한 조사연구’ 중간 결과보고서를 공개하며 환경부가 추진하는 의료기관 배출 일회용기저귀 일반폐기물 전환 정책에 반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배출된 일회용기저귀에서 폐렴구균이 검출된 요양병원은 80개소였으며, 18개소에서는 폐렴균이, 19개소에서는 녹농균이 검출됐다. 이 균들은 폐렴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요양병원 69개소에서 배출한 일회용기저귀에서 대장균이 검출됐으며 부생성포도상구균은 55개소에서 나왔다. 식중독이나 패혈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된 일회용기저귀는 74개 요양병원에서 배출됐다.

출처 : 서울녹색환경지원센터 '요양병원 기저귀 감염성균 및 위해균에 대한 감염성/전염성/위해성 등에 관한 조사 연구' 중간결과 보고서

의료폐기물공제조합은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일회용기저귀를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하면 안된다는 근거로 이번 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의료폐기물공제조합은 “이번 연구 결과는 병원에서 배출되는 일회용기저귀의 상당수가 감염 위험이 높고, 현장에서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언제든 감염 위험에 쉽게 노출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의료폐기물 지정 범위를 논하는 것은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충분한 논의와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지금 환경부는 시간에 쫓기듯 병원들의 일방적 요구만을 반영해 법령 개정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환경부는 충분한 협의 과정 없이 진행되는 입법예고 절차를 당장 중단하고 보건복지부와 학계, 의료폐기물 전문가와 만나 법령 개정에 따라 혹시 발생할지 모를 우려를 100% 해소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양병원協 “보고서 신뢰성에 의문…감염병 환자의 기저귀는 의료폐기물”

하지만 요양병원들은 신뢰성이 떨어지는 연구라고 반박했다. 감염성균이 나왔다는 것만으로 전염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한요양병원협회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감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의료폐기물공제조합이 발표한 연구보고서는 치명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고 비판했다.

요양병원협회는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비감염성 질환자의 기저귀에서 감염성균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타인에게 감염성균을 전파한다거나 위험하다고 판단할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한다”며 “연구보고서에서 언급한 폐렴균, 황색포도상구균 등은 건강한 사람도 보유하고 있는 ‘상재균’이라는 것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요양병원협회는 이어 “환경부 계획은 감염 우려가 낮은 치매나 만성질환 등을 앓는 환자가 배출하는 일회용기저귀를 일반폐기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라며 “일반 병실에 있는 환자가 사용한 기저귀와 일반인의 대소변에서 나온 시료를 비교 분석해 비감염성 질환자가 사용한 기저귀를 일반폐기물로 전환하는 게 타당한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진이 채취한 일회용기저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요양병원협회는 “해당 기저귀가 격리실 환자의 것인지, 일반병실 환자에서 나온 것인지 알 수 없다”며 “감염성이 낮은 일반 환자의 기저귀를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하려는 환경부 정책을 반대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양병원협회 손덕현 회장은 “인플루엔자, 반코마이신내성황색포도알균(VRSA), 반코마이신내성장알균(VRE) 등 감염병 환자들이 배출하는 기저귀는 의료폐기물로 소각처리하고, 이와 무관한 비감염성 기저귀에 한해 일반폐기물로 분류하자는 것이어서 국민들이 감염에 노출될 위험은 없다”며 “일본, 캐나다, 미국 등에서도 감염성이 없는 일반 환자가 사용한 기저귀는 일반폐기물로 처리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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